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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로봇 - AI 시대의 문학
노대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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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문학과지성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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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듣고 상상했던 것과는 비록 달랐지만, 그래도 내게 있어서 꽤 유익했던 책이었다. 천선란, 정세랑, 박서련 등 … 젊은 SF 작가들의 유행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데, 나는 SF 장르에 도통 재미를 붙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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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원 작가의 『소설 쓰는 로봇』은 정말이지 막연하게 AI 창작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다룬 책인 줄로만 알았다. 책은 AI,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테크놀로지의 등장과 문학 전반에 끼치는 영향들, SF 문학으로 바라본 세계, 그리고 SF 문학에 대한 비평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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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평집의 1부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는 ChatGPT 출현 이후 생성형 AI와 문학의 관계, 그리고 AI를 둘러싼 문학의 비판적 사유를 다룬다. 2부 '포스트휴먼 스토리월드'는 인간을 넘어선 인간, 혹은 새로운 신인류인 포스트휴먼과 이들이 살아갈 포스트휴먼 세계를 다룬 글들을 모았다. 3부 '과학/소설, 혹은 상상공학'은 SF에 관한 글들, 과학과 문학의 소통을 다룬 글들을 엮었다. 4부 '바벨의 디지털-도서관'은 짧은 서평과 북칼럼들이다. SF와 포스트휴먼 관련 소설에 대한 리뷰를 모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소설'과 포스트휴먼 및 인류세 관련 문학서와 인문사회과학서를 다룬 '인류세 시대의 포스트-인문학'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 P.18, 「프롤로그, 고무 오리, 지게차, 그리고 러다이트 ─ AI 이후 글쓰기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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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 작가를 대체할 것인가 아니면
작가가 기계와 공동 창작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 것인가?
나는 AI의 등장이 창작자들의 창작의욕을 꺾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27쪽의 질문처럼, AI가 인간 작가를 대체할 것인가? 같은 생각이나, 44쪽의 인용문처럼 아주 독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면 더 이상 작가가 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에 가까웠다. 제주대학교에서 AI 교육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야에 가장 맞닿아 있는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는 '답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AI가 만들어낸 문학이 우리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문학계를 재편해나갈 것'이라고 답한다.
창작 분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규모가 큰 곳에서는 AI 기업을 상대로 고소를 했다는 뉴스가 보이지만, AI 창작 분야에 대한 연구가 위축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1부에서 문학 분야에서 AI 활용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AI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특징을 시로 표현해 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작가의 문체를 학습시켜 그 문체로 글을 써보라고 명령하기도 한다. 앞으로 우리는 AI 기술과 AI 문화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인데, AI 기술에 무지하거나 AI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AI와 AI 문학을 담론 차원에서만 논평하는 수준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하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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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은 『여자만의 책장』의 해제를 쓰며 책에 대한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은 같은 책을 두고 조금씩 다른 시선을 발견하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짧은 서평과 북칼럼을 모은 4부, '바벨의 디지털-도서관'의 끝없는듯한 목차를 보며 흥분하지 않을 SF 문학 팬이 있을까? 비록 이 책의 서평에는 없지만, 천선란의 『모우어』를 읽으며 깨나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작가가 못썼다고 우기기엔 나도 사실 잘 안다 내가 SF 읽기 근육이 없다는 것을. 앞의 1~3부에서도 SF 작품들에 대한 언급이 있기도 했고, SF적 기술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단순 놀라운 기술을 넘어 어떻게 바라봐야 좋을지에 대한 단서를 던져주기도 하지만, 『모우어』의 경험 탓에 4부가 내겐 반가웠다. SF 문학에 대한 나의 '믿을 구석'. SF 문학을 마주할 때 읽어봤자 모를 것이라는 두려움보다 이 책이 있으니 과감하게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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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라고 묻는 가정의 문학 SF, 그 장르를 지독하게 파온 작가가 SF의 메가 텍스트들 사이에서 질문과 답을 길어오는 책. 노대원 작가의 『소설 쓰는 로봇』은 기존 SF 장르가 어렵거나 오로지 흥미만을 느끼던 독자에게는 SF라는 장르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의미를 읽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기존 SF 팬들에게는 또 다른 관점에 대한 즐거운 항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