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암, 청춘은 청춘 - 오방떡소녀의 상큼발랄한 투병 카툰
조수진 글.그림 / 책으로여는세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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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소녀 같다. 실제로는 서른 살을 넘겼으면서도 겉으로는 스무 살 같은 외모를 지녔다. 정말 ‘소녀’ 같다.  그리고 소녀 같이 꽃미남을 정말 좋아하고, 소녀 같이 만화도 정말 좋아한다.  차마 물어보진 못했지만, 꽃미남의 왕자님이 등장하는 짜릿한 로맨스를 아직도 꿋꿋하게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게, 정말 ‘소녀’라니까, 서른 살을 넘겼으면서도! 
   
   그녀는, 소녀다. 알고 보니, 그 소녀 같은 사람이 사실은 S대 출신에, S사 출신이었다. 충격이었다. 원래 그렇게 똑똑하고 그렇게 잘났으면 성질이라도 지랄 같아야 하는데 말이지, 그런데 정말 소녀 같이 순수하다. 겉과 속이 다 곱다. 삼십 세가 럴수럴수,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이쯤 되면 열등감이 뼛속까지 사무치지 않을 수가 없다. 어흐!   


   그녀는 참 아름다운 소녀다. 나는 요양원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런데, 표정이 너무 밝아보여서 암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인 줄 알았다. 그래서 옆에 있던 여자 친구에게 이렇게 귓속말을 했었다. ‘쯧쯧, 저 애는 어린 나이인데, 아픈 부모님을 수발하느라 고생하는 것 같아.’ 그런데, 아니었다. 암에 걸렸으면서도, 몇 년 동안이나 투병하며 온갖 고생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밝아보였던 것이었다. 아마도 그녀는 줄곧 ‘소녀’이기를 고집해온 것 같았다. 지독한 불안에도, 지난한 고통에도 그녀는 소녀이기를 고집했던 것이었다. 그 소녀는 생명을 고집하고, 희망을 고집하고, 사랑을 고집하고, 웃음을 고집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녀가 서른 살을 넘겼으면서도 아직도 방년, 꽃다운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데에는 그런 옹고집이 있었던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뿌리를 내리기 쉬지 않는 식물들처럼 그녀에게는 놀라운 생명력이 있었다. 인정사정없이 사망률 1위인 암도 그 옹골찬 생명력을 꺾지 못한다. 그 어떤 것도 그 아름다움을 어그러뜨리지 못한다. 그녀는 오래 앓았고, 깊이 앓았다. 그래서 진정으로 앓은 사람만이 비로소 가지게 되는 아름다움이 그녀에게 있다. 아마도 그녀는 서른 살을 훌쩍 넘기고, 다른 이들 같으면 서러움이 사무칠 그런 나이가 되어도 계속해서 소녀를 고집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끝까지 소녀일 것이다.  

 
   그녀는 좋은 친구다. 암이 찾아와서 아무리 괴롭혀도 순수함을 순순히 내어주는 법이 없었다. 격렬한 순정으로 기어코 암을 변화시킨다. 암을 친구로 삼아서 기어코 자신도 변화하고 성장하고야 만다. 암도 친구로 삼을 정도이니, 그녀가 얼마나 친구를 잘 사귀는 사람인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녀가 용기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오방떡소녀’를 그렸다. 세상의 모든 암 환자들에게, 많이 힘들고 많이 지치고, 세상의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너무 울고 싶고 그리고 또한 너무 웃고 싶은 그 모든 암 환자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다. 

 

    오방떡소녀 이야기는 암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수많은 경험을, 떠올리기도 싫은 그런 경험을,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경험을, 견딜만한 기억으로, 잘 견뎌내야 할 과거로 변화시켜준다. 꾹꾹 억눌러놓았던 지옥 같은 감정들을 다독여주고, 블랙홀 같이 영원히 뚫려 있는 것 같은 마음 한 구석을 채워주는 것만 같다. 오방떡 소녀의 그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모든 것이 어느 정도 다 견딜만한 느낌이 든다. 날이 선 마음은 어느새 비무장지대가 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친구를 만나길 바란다. 오방떡소녀를 만나길 바란다. 인생의 가장 혹독한 시절에도 소녀됨을 꽃피우는 친구를 만나고, 얼싸안고 실컷 울고, 또 실컷 웃기를 바란다. 마땅히 받아야 했었으나 받지 못했던 그 위로를 저마다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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