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부임 부장님은 촉수 괴물을 기른다 디스에픽 노벨라 시리즈 7
카라차 지음 / 에픽로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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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외 지사로 단신부임한 샐러리맨의 애환과 고뇌를 그린 직장 드라마.


 해외 지사 역점 사업이 순탄하게 잘 풀리다가 재난급 변수가 생기면서 지사 철수를 고민할 만큼 궁지에 몰린다. 내년도 예산은 반토막 수준으로 삭감되고, 인턴이나 수습직원은 요원하고, 가장 위험에 노출된 현장직원들은 노조를 통해 이미 대부분 본사로 돌아가 인력은 태부족! 지사에선 사내교육으로 '노오력' 타령만 하고 있고, 사업실패로 철수하게 되면 명퇴대상에 들어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힘없는 부장인 주인공의 상황은 눈물 없이 볼 수가 없다. 이런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로 이 재난급 변수를 처리할 수단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수단은 바로 주인공의 애완촉수동물 이었다.


 식민지 건설을 국책 사업으로 하고 있는 네토 행성의 어느 대기업이 지구를 식민지로 삼으려고 침공을 했는데, 성공이 얼마 안 남은 무렵 마법소녀들이 각성을 하여 궁지에 몰린 이야기입니다(...)


 누키게에서 많이 보던 구도이긴 한데, 사실 나도 그걸 기대하고 산거지만 아쉽게도 19금은 아니더라. 그리고 악당의 입장에서 보는 마법소녀물 이라고 보긴 어려운 게, 주인공이 딱히 악당은 아니고 평범한 회사원이다. 상사 눈치를 보고, 업무에 치이며, 잘릴까 두려워하며 일하는 회사원. 그런 회사원이 사무적으로 지구정복 사업을 수행한다.


 역사를 봤을 때 다른 두 문명이 만나면 더 강한 문명이 약한 문명을 약탈했다. 이 때문에 외계인에게 우리의 위치를 알리는 전파를 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이와 관련하여 SETI 규약이라는 외계생명체와의 최초 접촉 가이드라인도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제법 흥미롭다. 근대 제국주의 국가들도 네토성인과 같은 마인드로 식민지를 늘렸을 거고, 발전한 외계문명과 접촉시 그들은 그런 사무적인 마인드로 지구정복을 할 수도 있는거 아니겠는가?


 오랜 기간 야설을 써 왔던 작가인만큼, 글도 안정적으로 재밌게 잘 썼다. 군데군데 상상의 여지도 남겨둬서 이것저것 생각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고. 그런데 이게 좀 짧다. 좀 많이 짧다.



 아니, 충분히 재밌었으니까 짧아도 돈은 안 아까운데 책 판형이 너무 작다. 책장에 꽂으면 너무 눈에 띄어서 안 예쁜 사이즈다. 더 얇아도 좋으니까 라노베 판형으로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이것만 아니면 ★★★★☆ 짜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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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숨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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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목성까지 진출한 미래. 지구와 태양 사이에서 공전하는 우주콜로니 ‘첫숨’에서의 이야기.


 첫숨은 굉장히 우아한 소설이다.

 예를 들어 판타지에서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 같은 1인 군단급 개인이 다수 존재할 경우 중세봉건 사회가 유지될까? 그렇지 않다. 역학 관계가 무너져서 다른 형태의 사회로 재편성 될 것이다. 이점을 일종의 장르특성이나 클리셰 같은 느낌으로 다들 무시할 뿐 성립할 수 없는 사회라는걸 안다.

 그러나 첫숨은 그렇지 않다. 하나의 세계가 세계로서 모순없이 작동하고 매끄럽게 돌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첫숨은 매우 우아한 소설이다.


 우주시대. 지구(1G)에서 자란 사람과 달(0.17G)에서 자란 사람, 화성(0.38G)에서 자란 사람은 각각 자란 문화와 걸음걸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익숙하지 않는 중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 그걸 기믹으로 활용하기 위해 1,2가지 묘사한게 아니라 실제인듯 작품속에 녹아있다. 마치 그런 상황을 보고 기록한 마냥. 그리고 그런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원심력으로 중력을 만드는 콜로니를 배경으로 세움으로서 고도차에 따른 중력을 표현하고, 그걸 중심 소재로 활용한 첫숨은 굉장히 이색적이고, 자연스럽다. 정말 우아하다고 느껴질 만큼 하나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또 매력적이었던 것은 주인공의 추론. 덤덤하고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해 추론하는게 인상적이다. 상대의 표정, 몸짓, 발걸음, 단어, 행간부터 시작하여 건물의 배치, 디자인, 자료의 생산목적 등등 모든 것에 대해 의도를 추론해 들어가는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자연스럽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1인칭 화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일지도 모르겠는데, 읽는 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자연스럽다는 칭찬을 계속하게 되는데 이게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중 하나다. 소설을 읽어 나가면서 흐름에 방해가 되는게 없다는 뜻이니까. 시냇물이 흘러 강이 되듯 작은방에서 ‘첫숨’까지 세계가 물 흐르듯 확장된다. 이런건 정말 드문 경험이다.


 그리고 책 디자인. 표지에 첫숨 콜로니를 상징화 시킨 도안에다 제목을 새겼는데 이게 정말 예쁘다. 그리고 책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에 우주를 넣어둔게 또 신의 한수다. 이건 ‘우주와 우주 사이에 ‘첫숨’이라는 세계가 있다’는 걸로 해석이 가능하잖아! 누가 생각했는지 천재적인 디자인 같다.






 마지막으로 단점. 내가 느낀 단점은 딱 하나 있는데, 모든 등장인물이 한국식 이름이라는 거다. 지구출신 보안책임자, 화성출신 정치가, 달출신 무용수를 비롯한 모두가 한국식 이름이다. 화성까지 테라포밍한 먼 미래에서의 한국이 배경이 아니라, 그 시대 가장 큰 콜로니가 배경인데 등장인물이 모두 한국식 이름? 이렇게 될 가능성은 극단적으로 낮다고 생각되기에 좀 어색했다.


 100점 만점에서 이 유일한 단점이 0.1점 까먹어 총점 99.9점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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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2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 옮김 / 민음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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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오스틴의 처녀작. 이성적인 언니 엘리너와 감성적인 동생 메리앤의 연애 이야기. 나는 '오만과 편견'을 먼저 봐서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비교하면서 봤다.


 중반까지는 '오만과 편견'과 너무나 비슷한 인물구도, 주제, 분위기 그리고 떨어지는 문체, 재치 때문에 흔한 열화카피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상당히 부당한 평간데, 난 후기를 보기 전까지 '오만과 편견'이 먼저 나온 걸로 착각하고 있어서 더 편협하게 평가를 했다. 그런데 2장 막바지에 들어서부터 확 재밌어지기 시작하는데, 각자의 욕망, 시기, 멸시, 동경, 분노, 애정 등을 예절이라는 가면을 쓰고 태도와 눈치로 주고 받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더라.

 

 중반까진 인물들 소개와 생명력을 불어 넣는 과정이 좀 지루했으나, 완성된 인물들 사이로 사건을 이리저리 굴리는데 이게 또 럭비공이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행에 있어 약간의 무리수는 있으나 깜찍한 애교라는 느낌이라 오히려 흥미를 더했다.


 주인공들이 작품에서 마음고생이 심하지만 끝내는 행복하게 보상을 받아서 기분 좋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 나는 새드엔딩도 매우 좋아하나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그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서 비극으로 끝났으면 좀 많이 찝찝했을 것 같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다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니 한권만 볼 생각이면 '오만과 편견', 다 볼 생각이면 쓴 순서대로 '이성과 감성'부터 읽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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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지음, 장혜영 옮김 / 에코리브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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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곡 ‘시라노’의 작가 에드몽 로스탕은 시라노를 이렇게 묘사했다.


“철학자이자 이학자, 시인, 검객, 음악가 혹은 천상계의 여행자이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독설의 명인. 또한 철없는 연애의 순교자!”


 이 책은 희곡 ‘시라노’의 실제 모델인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쓴 풍자소설로 철학자이자 이학자, 천상계의 여행자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소설 속에서 시라노는(소설 주인공이 작가 본인이다) 자신이 만든 기계장치를 이용해 달나라와 해나라를 여행한다. 여행 중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상식과 관습을 지니 문명을 만나고, 그들과의 대화로서 당시의 사회를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그런데 이 비판의 강도가 강해서 생전에 출판을 못하고,(심지어 해나라 여행은 미완성이다) 사후에 친구가 출판을 했다.


 아직 기독교적 미신이 강했던 17세기에 나름대로 과학적 방법으로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고 하지만, 현대인의 기준으론 당대의 상식도, 시라노의 주장도 허무맹랑하기는 마찬가지라 그 둘의 구분이 어렵다(...) 이게 읽으면서 제일 불편했던 점인데 사회풍자 소설이란 걸 알고보고 있는데도 무엇으로 어떤 부분을 비판하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니 읽어도 그렇게 재밌지가 않았다. 하지만 ‘상식’이라는 이름의 편견을 뒤엎고, 상식이 형성된 근본 원인을 탐구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그 점은 높게 평가한다.


 내가 희곡 ‘시라노’를 매우 좋아하고, 스바히비에서 이 책을 언급하여 읽긴 했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마치 좋아하는 작품의 작가를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실망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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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와 카오루 13
아마즈메 류타 지음, 이기선 옮김 / 길찾기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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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SM을 하면서 왜 이렇게 순애물 같은 부끄러움을 자아 내는가?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목줄 마지막 공정때 근질거려서 혼났네 ㅋㅋ 이 부끄럼도 모르는 것들이!(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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