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지음, 장혜영 옮김 / 에코리브르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희곡 ‘시라노’의 작가 에드몽 로스탕은 시라노를 이렇게 묘사했다.


“철학자이자 이학자, 시인, 검객, 음악가 혹은 천상계의 여행자이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독설의 명인. 또한 철없는 연애의 순교자!”


 이 책은 희곡 ‘시라노’의 실제 모델인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쓴 풍자소설로 철학자이자 이학자, 천상계의 여행자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소설 속에서 시라노는(소설 주인공이 작가 본인이다) 자신이 만든 기계장치를 이용해 달나라와 해나라를 여행한다. 여행 중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상식과 관습을 지니 문명을 만나고, 그들과의 대화로서 당시의 사회를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그런데 이 비판의 강도가 강해서 생전에 출판을 못하고,(심지어 해나라 여행은 미완성이다) 사후에 친구가 출판을 했다.


 아직 기독교적 미신이 강했던 17세기에 나름대로 과학적 방법으로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고 하지만, 현대인의 기준으론 당대의 상식도, 시라노의 주장도 허무맹랑하기는 마찬가지라 그 둘의 구분이 어렵다(...) 이게 읽으면서 제일 불편했던 점인데 사회풍자 소설이란 걸 알고보고 있는데도 무엇으로 어떤 부분을 비판하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니 읽어도 그렇게 재밌지가 않았다. 하지만 ‘상식’이라는 이름의 편견을 뒤엎고, 상식이 형성된 근본 원인을 탐구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그 점은 높게 평가한다.


 내가 희곡 ‘시라노’를 매우 좋아하고, 스바히비에서 이 책을 언급하여 읽긴 했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마치 좋아하는 작품의 작가를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실망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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