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 한번의 시선 1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남편의 젊은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 한장은 가족과 평화롭게 살아가던 그레이스 에게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거라는걸 알려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 사진을 남편에게 보여주자 그는 이상할 정도로 당황스런 모습을 보였고 급기야 실종이 되어버렸다.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은채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은채 그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남편의 실종이라는 극단적인 현실에 내몰려진 그레이스 에겐 이제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사라진 남편을 찾아 자신이 직접 발로 뛸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처음엔 별거 아니겠지 했던 사건의 진실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을만큼 거대한 진실과 비밀을 안고 있었고 평범한 주부였던 그레이스가 감당하기에는 무척 커보였다. 사진 한장에 얽힌 진실들은 처음엔 흐릿한 윤곽을 보이다가 이야기가 전개되고 연관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차츰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진실에 근접하면 근접할수록 더 힘든 고비를 맞딱뜨리게 되니 산넘어 산 이다. 낯선 사진 속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보스턴 대학살" 에 관련된 사람들 이라는걸 아는 그 순간부터 작가의 치밀하고 정교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레이스가 영웅도 아니고 첩보원도 아니기 때문에 이 책에 더 몰입할수 있었던것 같다. 그저 평범한 주부로써 자신의 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던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더 잘된것 같다. 그레이스 또한 나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자신에게 그런 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남편의 실종이 납치라는게 밝혀지고 남편의 과거가 밟혀지리라고는 더더욱 생각치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과연 이 엄청난 현실속에서 평범한 주부인 그레이스가 할수 있는 건 어느정도일까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 갔다.
낯선 사진의 여파는 잔잔한 물결에 돌을 던져서 생기는 물결만큼이나 점점 커지게 되고 점차 넓어지는 물결만큼이나 이 사건도 점차 커지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 만큼이나 그레이스에게 뻗치는 위협또한 거세진다. 대체 왜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난거야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 위협은 거세지지만 진실에 접근할수록 주인공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보스턴 대학살" 에 조금씩 관여했다는것을 알게되고 이야기는 활기를 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듯 서로 연관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결국은 하나의 사건으로 귀속되는 모습이 짜릿할 정도로 흥분시켰다. 괜히 아무런 이유없이 등장하는 사람들은 없고, 아무런 의미없이 내뱉어지는 대사가 없다는걸 알게되니 책에 더 집중하면서 읽게 되었다.
추리소설을 읽을때 꼭 마지막 결말을 봐버리는 나의 고질병을 이 책만큼은 참으면서 봤다. 그래서 마지막에 다양한 반전들이 계속해서 내 머리를 칠때 너무나 즐거운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끝까지 마음을 놓을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글 덕분에 마지막 "에필로그"의 소소한 반전까지 무척 즐겁게 읽을수 있었다. 확실히 이 책은 큰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싱거울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양한 사건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모아지고 관련없어 보이는 단서들이 하나의 의미로 연결되는 모습은 소소한 재미를 주기 때문에 무척 만족스럽게 책을 읽을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