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디자인하라 - 패션CEO 원대연의 조언
원대연 지음 / 노블마인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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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폴의 엄청난 성공뒤엔 원대연 이라는 성공의 주역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다. 지금은 폴로를 이미 저만치 따돌릴 정도로 성공했지만 초창기만 해도 빈폴은 폴로의 아류로밖엔 인식되지 않았다. 너무 대놓고 폴로를 벤치마킹 한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사한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노세일이라는 보기드문 행보와 좋은 원단, 그리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친절한 서비스는 빈폴을 폴로의 아류에서 벗어나게 하는 동시에 한국의 토종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게 만들었다.

탄생한지 얼마되지 않은 빈폴을 지금의 위상에까지 올려놓은 원대연씨는 그야말로 마이더스의 손 이다. 적자에서 허덕이는 브랜드를 고속성장 시켜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패션 선진국의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기술제휴를 맺어 한국의 관행적인 시장구조를 변화시키고 품질을 개선시켰다. 다른 사람들이 무모하다고 말렸던 계획을 자신의 직관과 할수있다는 자신감으로 밀고나가 결국 성공시키는 그의 타고난 능력은 그의 성공신화를 이루어낸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왜 그 사람이 성공할수밖에 없는지를 알수있게 된다. 성공한 사람들은 언제나 남보다 앞서나가고 미래를 내다볼줄 아는 안목을 가졌으며, 편한 길 대신 가시밭길을 택해 도전을 함으로써 아무도 상상할수 없었던 성공을 이루어낸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 하다고, 만약 그 일을 시작하면 100% 망할거라고 확신하는 일도 자신감과 성공가능성을 예견함으로써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어낸다.

하지만 그 분야에 재능이 많다고해서 모두 다 원대연 사장처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분야에 열정과 애정이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남들이 다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기자라는 직업에 미련없이 사표를 던질수 있었던건 패션에 대한 열정과 애정 때문이었다.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는 대신 기자라는 직업이 주는 이점을 더 중시했더라면 우리는 원대연 사장의 성공신화를 볼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또한 열정없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패션 선진국보다 한참 늦게 시작한 국내 패션 시장 계에서 원대연 사장이 이룩한 성공신화는 앞으로 패션을 이끌어 갈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었고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다 . 생소하고 낯선 외국의 기술과 판매방식등을 도입해 아직 초보적인 단계였던 패션시장을 더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밖었고 매장의 고급화와 노세일 전략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였으며 맞춤양복이 대세를 이루었던 시대에 기성양복의 붐을 일으키는 등 그가 일으킨 수많은 변화들은 일일이 다 열거할 수조차 없다.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했고 눈앞에 있는 적은 이익보다는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예상하고 과감히 지금의 적은 이익을 포기할줄 알았던 원대연 씨. 그의 현명한 도전 정신과 미래를 내다볼수 있는 넓은 안목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명의 천재가 수십만명의 사람을 먹여살릴수는 없겠지만 한명의 남다른 안목가가 보여준 작은 변화와 용기있는 결단은 새로운 비젼과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낼수 있음을 배웠다. 그리고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는 노력한 자 만이 누릴수 있는 것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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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선을 말하다 - 중국 천재시인 소동파가 천년을 뛰어넘어 전하는 웃음과 감동의 선 이야기
스야후이 지음, 장연 옮김 / 김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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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송팔대가의 한명인 소동파는 출중한 문장실력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 문단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뛰어난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그가 만든 서예 이론이 오늘날까지도 칭송될 정도로 유명한 서예가였다. 게다가 유학,요리 등 에서도 능력을 발휘했으니 한마디로 빼어난 팔방미인 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왕안석의 말대로 몇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사람이 바로 소동파이다.

우리들에겐 적벽부를 지은 시인으로 많이 알려진 소동파의 삶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 됨됨이에 경건한 마음이 들고 숙연해지게 된다. 유교 사상을 근간으로 불교,도교 사상에 심취했던 그의 삶은 선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보여줬고 선과 인생을 가장 잘 결합시킨 삶을 살았다.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육신의 즐거움을 ?지 않으며 맑고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며 살았던 그의 모습속에서 진정한 선 을 배운다.

선 이란 인간의 내면을 중시하고 자유로운 정신과 실존의 지혜를 추구하는 것이다. 소동파는 이런 선의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 깨달으면서 살았다. 올바른 말을 하는 그의 곧은 성격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아 좌천도 당하고 유배도 당했지만 그는 한번도 그 절개를 굽히지 않았다. 누명을쓰고 죽음의 직전까지 가는 고초를 당하고 나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고 시를 통해 진실을 말했다.

세상에 대한 실망을 시로 짓고 관직에서 물러나 책이나 읽으며 남은 여생을 평화롭게 보내고 싶어했던 소동파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세속의 복잡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하지만 수많은 힘든 시기들이 그를 나약하게 만든대신 오히려 선에 대해 깨우침을 주었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알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세상의 일은 한바탕 큰 꿈이니 인생은 얼마나 처량하던가" 라는 말을 너무도 절절히 느끼게 된 소동파 였다.

자신을 모함한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고 가난한 살림에도 오히려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으며 역경과 좌절속에서도 선을 만나게 된 소동파는 선의 이치를 온몸으로 깨닫고 실천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그가 친구와 스승들과 나눈 선문답과 그가 지은 아름다운 시는 천천히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그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깊이 알수있게 해준다. 평생을 선 의 길로 한발짝 한발짝 가까이 다가갔던 그의 삶이 주는 감동이 쉬이 사라지지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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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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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이지만 수학이 주는 즐거움에 빠진적이 있다. 공식만 알면 깔끔하고 정확한 답이 나오는 수학이 다른 과목들보다 더 쉬워보이고 명료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짝사랑은 금새 식어버렸지만 그 때의 즐거움을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학에만 미쳐 사는 이시가미의 심정을 아주 조금은 알것도 같다. 그의 삶의 중심인 수학이 이시가미를 지탱해주고 그를 이끌어 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수학이 비록 아름답고 그를 잠시나마 기쁘게 해준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삶 또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자살을 결심한다. 하지만 그때 천사처럼 나타난 야스코 모녀로 인해 그의 삶은 낭떠러지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이제 그의 생활의 중심은 수학에서 야스코씨에 대한 사랑으로 살짝 벗어나게 된다. 그녀를 보기위해 매일 아침 그녀가 일하는 도시락 가게에 들러서 얼굴을 살짝 보는것 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행복해한다. 하지만 전 남편의 횡포로 인해 얼떨결에 그를 죽이고 마는 야스코 모녀는 한순간에 평범한 일상에서 끔찍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때 야스코씨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이시가미는 이들을 돕기로 한다. 자신의 모든것을 다 바치고서라도 암흑같았던 자신의 삶을 바꾸어준 야스코 모녀를 위해서 말이다.

이제 이시가미의 천재적인 두뇌는 수학을 푸는 대신 야스코 모녀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경찰의 수사망을 어지럽히는데 쓰이게 된다. 문제에 필요한 공식만 알면 수학 문제는 쉽게 풀리지만 그 공식이 잘못 됐다면 정답의 주위를 기웃거리기만 할뿐 끝내 수학문제를 풀지 못하게 된다. 조금만 더 한다면 정답이 보일것 같아서 계속 그 문제를 물고 늘어지지만 애초부터 공식이 틀리기 때문에 올바른 공식을 알지 않는한 그 문제를 풀수 없게되고 결국은 찝찝한 기분을 남긴채 포기하게 된다.

이시가미 또한 그런 심리를 이용해 트릭을 만들게 됨으로써 경찰들이 나중에는 제 풀에 지쳐 포기하게 되기를 바란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상태고 알리바이 또한 밝혀낼수 없는 고도의 트릭이니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이시가미에게 이 계획은 그야말로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이시가미의 대학 시절 친구인 유가와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점점 진실을 향해 치닫게 되고 이시가미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풀수없는 트릭이지만 이시가미와 대적할만한 두뇌를 가진 유가와에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유가와의 등장과 개입으로 자수라는 최악의 결정을 하게 된 이시가미 이지만 그는 자신의 안위는 걱정하지 않는다. 평생을 감옥속에서 썩게 될수도 있지만 야스코 모녀만 안전할수 있다면 그 어떤 시련도 그에겐 고통스럽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헌신적인 사랑을 어떻게 봐야하는 것일까.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를 이용해 고도의 트릭을 썼지만 결국은 그 트릭은 깨지게 됐고 야스코 씨의 사랑을 얻지도 못했고(그는 그저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좋았겠지만)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야스코씨 조차 결국은 지키지 못한 이 불쌍한 사내를 어찌하면 좋을까. 침착하고 표정이 없던 이시가미가 토해내듯 오열을 하는 장면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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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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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처음은 슈베르트가 만든 [마왕]의 내용으로 시작된다. 마왕의 존재를 알아차린 아들이 아버지에게 얘기를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할 뿐 마왕은 보지 못한다. 하지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마왕은 결국 아들을 붙잡게 되고 그 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수 있다. 책의 제목과 같은 슈베르트의 [마왕]과 이 책의 내용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안도와 준야 형제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어느 순간 자신이 복화술로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말을할수 있음을 알게된 안도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독특하고 신기한 이 능력이 왜 갑자기 그에게 나타나게 됐으며 그는 이 능력을 과연 어떤식으로 사용하게 될까 궁금해 지는데 이야기는 갑자기 정치쪽으로 넘어간다. 정치인 이누카이는 "5년안에 경기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나의 목을 날리라"라고 말하며 젊은이들을 선동하는데 이 모습은 "4년안에 자민당을 깨부수겠다"라는 말을 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고이즈미 전 총리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정치에 관심없던 젊은이들은 인터넷 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누카이에 대한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사람들은 모두 이누카이 라는 정치인에게 희망을 갖게된다. 게다가 때맞춰 미국,중국과의 마찰이 일어나고 그로인해 반미 물결이 생겨나자 너나 할것없이 강력한 외교를 지향하는 이누카이에게 열광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건 오직 안도 뿐이다. 21세기와는 맞지 않는다고 여겼던 파시즘이 현실에선 너무도 쉽게 나타나고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광기이다.

자신의 생각은 갖지 못한채 그저 우르르 몰려다니는 이 현상을 보고 안도가 느낀 불안감을 난 너무도 잘 이해한다. 슈베르트의 [마왕]에서 마왕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아버지를 보는 아들의 심정도 이러했으리라. 민족주의가 변질된 파시즘이 뭐가 나쁘냐고, 오히려 나라에 애착과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이 이렇게 하나로 똘똘 뭉치니 좋은거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안도의 불안감을 단지 극단적인 생각을 해서 그런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안도가 너무 생각이 많아서일까. 그래서 "덴덴"이라는 술집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에 두려워하고 락밴드 공연장에서 무비판적으로 가수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관객들을 보며 파시즘을 떠올리고 수박의 씨앗이 일렬로 늘어선 모습에서 획일적인 파시즘이 떠올라 소름이 돋았던 것일까. 아마 그는 이누카이의 모습을 보면서 파시즘 이라는 마왕이 언젠가는 사람들의 뒷덜미를 낚아챌 것을 미리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패기가 없다면 살아갈 의미 따위는 없는거야" 라는 말을 외치며 그에겐 벅차보이는 일을 하려고 한건지도 모르겠다. 복화술 이라는 작디 작은 능력으로 말이다.

하지만 복화술 이라는 능력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에는 너무도 미약한 능력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해낸다면 그것은 자기가 아니라 동생인 준야 라던 안도의 말처럼 이제 준야가 그뒤를 이어나간다. 10분의 1의 확률의 내기에선 무조건 이기는 능력을 지닌 준야도 형처럼 세상을 바꾸는덴 필요하지 않는 능력처럼 보인다. 그가 내기에서 이겨서 돈을 딴다고 세상을 변화시킬수 있겠는가. 하지만 안도와 준야는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며 자신이 할수있는 최대한의 행동을 하는것 뿐이다. 비록 그것이 실패로 끝날지언정 한 곳으로만 가는 사람들 틈에서 반대로 갈수있는 용기를 그들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도와 준야 형제처럼 획일화된 사회 모습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나아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강한 민족주의 뿐 아니라 국민들을 선동하는 정치가와 인터넷에서 야기되는 생각없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틈에서 그들은 마왕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사람들에게 알리려 할지도 모른다. 난 과연 안도와 준야 형제처럼 싸우고 있는지,아니면 그저 사람들의 틈에 섞여 아무 생각없이 흘러갈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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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안텀 블루
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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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쉬]를 통해 사랑과 이별, 그리고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해낸 오사키 요시오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층 더 따뜻하고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암 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자칫 신파적으로 흘러갈수도 있는데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로 그 덫을 잘 피해간다. [파일럿 피쉬]에서 기억과 함께 살아간다던 류지는 자신만의 물웅덩이에 그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나보다. 류지와 요코의 사랑, 그리고 그들이 남긴 물웅덩이의 모습은 애잔하고 아름답다.

오늘도 류지는 백화점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적막하고 고독한 시간을 보낸다. 요코가 떠난지도 벌써 3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는 그녀가 남긴 추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가 옥상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건 요코를 기다리는것도 아니고 그녀를 추억하는 것도 아니다. 요코가 쇼핑을 하는 동안 이 옥상에서 그녀를 기다렸던 시간을 떠올리며 지금은 그녀가 이 세상에 없다는 잔인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뿐이다.

한번 이파리가 말라가기 시작하면 걷잡을수 없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아디안텀은 아무리 물을 주어도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 하지만 아디안텀 블루를 잘 이겨내기만 하면 예전보다 더 강하게 뿌리를 뻗어나갈수 있다. 요코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서서히 시들어가는 류지는 꼭 이 아디안텀 블루라는 성장통을 겪는것만 같다. 과연 그는 요코의 죽음이 준 아픈 상처와 슬픔을 극복해서 더 강한 사람이 될수 있을까 아니면 서서히 말라 죽어가게 될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사랑을 속삭이고 살을 맞대면서 살아가던 연인의 죽음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요코는 유약하고 방향치인 류지가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겪을 아디안텀 블루 시기를 잘 견뎌낼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 류지의 따뜻한 마음으로 인해 난 너무도 행복했었고 류지가 앞으로도 계속 따뜻한 사람으로 있어준다면 난 죽는게 조금도 무섭지 않다는 말을 남기면서 말이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류지가 겪을 상실과 슬픔이 그를 짓누르고 숨막히게 할수 있다는걸 알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그가 만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언제나 따뜻한 류지로 남아주기를 바란것이다.

요코의 죽음으로 인해 조각조각 분해되버린 류지의 마음을 요코는 자신의 사랑으로 그가 버틸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그가 아디안텀 블루를 잘 극복해 나가서 무적의 류지로 남아주기를, 여전히 따뜻한 사람으로 있어주기를 바라면서 떠난 것이다. 류지는 자신을 둘러싼 기억의 파편들로 인해 상처받고 슬퍼하고 참담해 했지만 요코가 남긴 추억으로 결국 그는 자신의 자리로 찾아가게 된다. [월간 발기]의 편집장이자 유약하고 방향치인 류지로, 그리고 요코가 좋아하던 따뜻한 감성을 지닌 33살의 그로 말이다.

언제나 물웅덩이를 찾아 헤매던 요코는 류지에게서 자신만의 물웅덩이를 발견하고 결국은 자신만을 위한 물웅덩이를 남겨두고 떠난다. 어린시절 겪었던 깊은 상처와 죄의식,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던 류지는 요코를 통해 그 기억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고 수족관 이라는 큰 물웅덩이를 통해 요코를 추억하고 기리게 된다. 그리고 서로 사랑했던 류지와 요코에게 있었던 아주 조금의 틈은 죽음이라는 아디안텀 블루를 거치면서 이제 완전히 메어지게 된다. 비록 그들은 만날수 없을테지만 서로의 가슴속에 남은 물웅덩이를 통해 서로를 볼수 있을 것이다. 비록 세월이 흐르면서 그 물웅덩이의 크기는 줄어들수 있겠지만 결코 없어지지는 않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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