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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죽는다
마르셀라 이아쿱 지음, 홍은주 옮김 / 세계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한눈에 반하는 사랑, 격정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원한다. 영화같은 사랑을 통해 행복감을 맛보고 싶어하고 그것이 멋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에로스적인 사랑이 자칫 당신을 파멸과 죽음으로 내몰아 망신창이로 만들수 있음을 경고한다. 책 속의 장 뤽 자메 교수는 8명의 환자들의(그중 한 사례는 장 뤽 자메 교수 자신이다.) 대면을 통해 사랑으로 인해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된 이들을 소개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것에 대해 정부와 시민들의 관심을 유발시킨다.
8명의 피해자들은 실로 믿기 힘든 사연들을 쏟아낸다. 자신의 부하 직원과 불륜을 저질러 결국 이혼을 했지만 결국 어머니가 자살을 하고 자신 또한 우울증에 걸린 한 사내의 이야기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일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두번째, 세번째로 이어질수록 피해자들의 사연은 너무도 끔찍하고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교수 자신의 사연은 마지막 대단원을 장식할만큼 최고로 믿을수 없는 사건이었다.
이렇게 뤽 자메 교수는 자신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이상성욕자들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을 한다. 연인 관계에서 덜 사랑하는 쪽이 권력을 갖게되고 지배자가 되는데 이는 곧 위험한 파괴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쾌락을 얻는 이 이상성욕자들은 끊임없이 양산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들을 단속하지 않고 법으로 처벌하지도 않는다고 열변한다. 고로 이들을 정부에서 범죄로 관리해 다시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이런 범죄가 계속 일어나지 않도록 단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엔 난 이 책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줄 알았다. 처음에 제 1판 머리말과 제 2판 머리말, 감사의 글 등등 이 책이 프랑스 내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는 글들이 진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읽어 내려 갈수록 그게 아닌걸 알았고 책을 몇번 읽을수록 (얇은 책이라 십게 읽힐줄 알았는데 두세번 읽어야 했다)이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나도 내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분명 지독한 이야기여서 눈살이 찌푸려지긴 한데 중간중간 어이없는 이야기들에 허허 하고 웃음이 나오니 말이다.
예를들어 이 이상성욕자들이 다시 재범을 하지 못하도록 특수 팔찌를 만들고 희생자가 자살하면 학대자는 살인죄로, 희생자가 암에 걸리면 학대자는 독살 혐의로 기소되어야 한다는 말을 너무도 심각학 진지하게 말하는것 등등에서 말이다. 하지만 랑을 하면 죽는다 라고 자못 비장한 제목보다 더 극단적인 책 속의 가상 사연들을 단지 잊어버리기에는 웬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이런 사연보다 훨씬 더 심한 사랑의 피해자들이 현실에서도 있을법 하기 때문이다. 왜 없겠는가.
하지만 사람들과 사회는 이런 '범죄'를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모두 다 묵인하고 용서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이건 개인들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처럼 실연당한 사람들을 범죄 피해자로 분류해 가해자를 법으로 다스리는 것은 말도안되고 터무니 없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는 가해자를 '이상성욕자'나 '흡혈귀 이상성욕자'로 말하는것도 있을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단지 말도안되는 헛소리 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웬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