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가을에 어울리는 로맨스 이야기 인줄 알았던 이 책은 달콤한 사랑 이야기만 다룬 책이 아니었다. 상처입은 두 영혼의 운명적인 사랑과 피할수 없는 죽음이 그려진 이 책은 다른 로맨틱 소설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하지만 다르다고 특별하다는 의미는 아니듯이 이 책 또한 운명과 사랑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하고는 있지만 두드러지는 특별함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난해한 퍼즐 게임같은 스토리 라던 옮긴이의 소견과는 반대로 결말과 반전이 어느정도 예상이 된다. 분명히 술술 읽히고 재미있는 책 이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프랑스 소설이 주는 독특한 그 무엇을 기대하고 본 나에게는 정체성을 잃은 소설로만 보인다.

소설의 시작은 배우지망생인 줄리에트가 몇년간의 뉴욕생활을 마치고 아무런 성과도 없이 프랑스로 돌아가려는 이야기로 시작 된다. 29살인 그녀는 뉴욕에서 배우의 꿈을 키웠지만 현실은 너무도 차디찼고 그로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다. 이제 그녀는 맨손으로 뉴욕에 왔듯이 다시 맨손으로 고향 프랑스로 떠날 일 밖엔 남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로 떠나기 전날 만난 샘 이라는 의사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그녀를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그 순간부터 줄리에트의 활기차고 당당한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더불어 그녀의 비중 또한 작아진다. 오직 연기를 통해서만 살아있음을 느낀다던 줄리에트는 이제 사랑을 통해서 자신을 느낄 뿐이다. 책의 시점은 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 샘에게로 가고 대부분 그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샘과 줄리에트가 번갈아가며 같은 비중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으면 좀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줄리에트는 간간히 등장해 사랑에 행복해 하고 샘에 대한 오해로 슬퍼하는 모습밖엔 보여주지 않으니 말이다. 웬지 주변인물로 전락한 느낌마저 준다.

게다가 줄리에트의 어머니의 등장은 미국과 프랑스의 상황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재밌는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등장과 동시에 슬그머니 사라진다. 비행기 폭파라는 엄청난 사건이 있었음에도 줄리에트와 어머니의 전화통화 같은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사랑에 빠진 줄리에트에겐 어머니와 가족의 걱정은 중요하지 않은걸까 하는 우스운 의문마저 든다. 어쩌면 이야기의 중심이 샘의 아픈 과거와 현재의 사랑, 그리고 줄리에트를 죽음으로부터 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줄리에트와 어머니의 비중이 줄어든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에 생동감을 주자마자 곧바로 사라지게 만드니 김이 팍 샐수밖에..(특히 난 음흉한 디노비 뉴욕경찰이 뭔가 일을 낼줄 알았다.)

로맨스에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갑자기 탈바꿈한 이 책은 운명과 인연에 관해 생각해 볼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고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것처럼 시간가는줄 모르게 읽히는건 사실이다. 그리고 샘과 줄리에트의 사랑과 죽음의 사자로 등장하는 그레이스와 그녀의 딸, 그리고 그레이스를 사랑했던 동료 형사를 등장시켜 사랑과 운명에 관해 말해주고 있고 소소한 즐거움도 준다. (개인적으로 닭살스러운 샘과 줄리에트의 커플보다 그레이스와 동료 형사의 이야기가 더 가슴에 남는다.)

하지만 재밌게 읽히긴 하지만 치밀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도 아니고 이 책만의 독특한 매력이 없으며 너무도 뻔한 이야기 전개에 조금 실망스러웠다. 달콤하긴 하지만 읽으면서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고 책을 덮고나서도 감동이 남지 않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책이었다. 널리고 널린 해피엔딩 할리우드 로맨틱 영화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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