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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타워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이당 / 2006년 7월
평점 :
이시다 이라 의 팬이었기 때문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9.11 테러로 인한 충격을 소설로 써보고 싶었다는 이시다 이라 는 충격은 충격으로 남겨두었어야 한다.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이시다 이라 와 과학소설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결과물인 이 책은 진부하고 재미가 없으니 새로운 도전은 실패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 책을 재밌게 읽은 분들도 많겠지만 난 정말 고역스러울 정도로 지겨워하며 겨우겨우 읽어갔다. 뇌종양으로 생 이 얼마남지 않는 남자가 등장했을땐 이 남자가 주인공 이라고는 생각되어 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엄청난 고통에 휩싸인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이 어찌 SF소설의 주인공이 될까 싶었으니까. 하지만 뇌종양 환자 슈지가 2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 넘는 사건을 계기로 이야기는 점차 흥미롭게 전개되기 시작할것 같았다. 그 기대는 조금 후에 와르르 무너졌지만 말이다.
삶이 얼마 남지 않는 환자인 슈지가 200년 후의 미래에서 겪는 일든은 무척이나 끔찍했고 슈지는 그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기 바빴다. 황마 라는 바이러스는 인간의 삶을 황폐화 시켰고 사람들은 탑에 갇혀 살게되는 미래의 생활은 끔찍하기 이를데 없다. 게다가 탑의 층에 따라 권력이 나뉘고 차별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결국 끔찍한 테러로 이어졌다.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에서 슈지가 할수 있는건 무엇일까 싶었다.
하지만 200년 이라는 시간을 뛰어넘는 일은 분명 슈지에게 무언가 해야할 일이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믿을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테니까.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면서 슈지는 자신이 할수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에 휩싸이게 되고 해결방법을 찾기위해 노력한다. 게다가 자신이 미래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거짓말 왕자" 라는걸 알게되니 책임이 더 막중할 터이다. 결국은 자신을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힙입어 23세기를 평화롭게 만드는 일을 하게 되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뇌 속에 있던 종양들은 말끔하게 사라져 슈지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황마라는 바이러스로 지표에는 아무도 살지 못하고 모든 인류가 2000미터의 탑 안에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분명 흥미로운 소재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슈지는 그저 시공간을 넘나들 뿐, 특별히 하는 일도 없으면서 따뜻한 마음만 내비쳐 주다가 결국 인류를 구하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이야기는 하품 날 정도로 진부하다. 물론 엄청난 영웅 캐릭터를 원한것은 아니지만 슈지의 캐릭터는 평범하고 피곤에 찌든 샐러리맨 분위기를 풍기는것은 왜일까.
게다가 이 책의 여성캐릭터 중 리나는 뭔가 특별한 일을 할줄 알았는데 역시나 남자주인공 뒷편에 서있기만 한다. 마지막에 슈지에게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그걸 도움이라고 불러야 할지..좀 경악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미래의 리나 역시 슈지에게 도움을 받고 그에게 반해 졸졸 따라 다니기만 할뿐 별다른 활약은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우스웠던 부분은 "거짓말 왕자"에 관한 노래. 시간을 넘나드는 사람이 와서 이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의 노래인데 노골적으로 슈지를 가르키는 노래라서 우습기도 하고 거북하기도 했다.
SF소설을 이렇게 재미없게 쓸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블루 타워". 내가 이시다 이라 에게 바라는건 이런 책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렇게 수준낮은 작품을 쓸줄은 몰랐기에 그에 따른 실망이 무척이나 크지만 신작이 나오면 난 다시 기대를 갖고 볼 것 이다. 부디 이런 작품은 더이상 쓰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