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 같지만 멋지게 - 우리시대 청춘들을 위한 아버지의 초강력 독설충고가 시작된다
저스틴 핼펀 지음, 호란 옮김, 이크종(임익종)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좆까,지랄,미친, 씨발' 이라는 육두문자가 페이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은 28살 저스틴 핼펀이 쓴 논픽션 이다. 이런 주옥같은 단어를 내뱉는 사람은 그의 아버지로 욕쟁이 할머니와 배틀을 떠도 결코 밀리지 않을 독설가 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 익숙했던 저스틴은 아버지를 무서워 했는데,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집도 없는 상황에 처하자 어쩔수없이 부모님의 집으로 기어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눈에는 일로 보이지 않는, 인터넷에 글을 쓰며 푼돈을 벌고 있었는데 그 날도 여지없이 아버지의 독설을 듣게 된다. 그런데 아버지의 욕설과 엉뚱하고 재미있는 말을 듣고 있자니 이걸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트위터에 'Shit My Dad Says'라는 이름으로 게재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아버지를 아는 주위 친구들만 기웃거리던 트위터는 점점 팔로워가 증가하게 됐고 급기야 4개월 만에 100만을 달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출간하게 됐으니 아버지를 잘 만난(?) 덕을 보는 건가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어록에 열광하는 건 젠체하지 않고 거침없이 말한다는 것일거다. 나이가 지긋하게 들면 사회적 체면도 있고 하니 주위 눈치도 보고 타협도 보고 할 텐데 이 분에겐 그런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 모습에서 속시원함을 느낀다. 그래서 말할때마다 욕이 섞여있어도 얼굴이 찡그려지기는 커녕 유쾌하게 받아들일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욕과 거친 행동에서 드문드문 느껴지는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보고있으면 참 멋진 아버지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무뚝뚝하게 욕만 하거나 귀담아 들을만큼 좋은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냥 괴팍하고 무서운 사람일테지만, 이 아버지의 거친 말투엔 가족에 대한 끈끈한 사랑이 담겨있어 웃으면서 들을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인생을 먼저 산 사람들이 주는 생활의 지혜까지!

 

하지만 어린이 시절의 저스틴에겐 남들과 다른 아버지 때문에 많은 창피를 당한 모양이다. 나야 재미있게 들을수 있는 에피소드이지만 당사자는 괴로운 일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학교에서 내준 과학실험 발표가 그 중 하나이다. 아들의 숙제를 들은 아버지는 "이제부터 넌 내 하루하루가 얼마나 지랄 같은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거다."라는 말로 격려(?)를 하고, (아버지의 직업은 의사, 핵의학 연구자) 저스틴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애완견을 보며 "개는 도형을 식별할 수 있는가?" 라는 주제를 정하게 된다. 하지만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숙제는 자꾸만 미루게 되고, 날마다 해야하는 실험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할 마음이 생긴다. 그러니 발표 전날이 되서야 밀린 일기를 쓰듯 실험 결과도 한꺼번에 몰아 썼고 당연히 실험을 안했으니 거짓말로 적어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보통의 부모들이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면 아이를 혼내는 동시에 일단 숙제부터 해야하니 같이 도와주는 길을 택했을 거다. 하지만 저스틴의 아버지는 혼내는 것을 넘어서 "넌 과학계를 싸잡아 모욕했어. 빌어먹을 아인슈타인까지!" 라며 정신을 잃을 정도로 불같이 화를 냈다. 다음 날 저스틴은 아버지의 명령대로, 선생님에게 실험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반 친구들에게 부정행위를 사과할 기회를 달라고 부탁까지 해야만 했다. 정작 말하는 저스틴도, 듣는 아이들도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구라나 치는 거짓말쟁이로 보는 건 싫다고, 넌 훌륭한 사람이니까 라는 말로 분노의 이유를 설명했다. 어린 아이를 상대로 과하게 반응한다고 여길수도 있는데, 아버지만의 독특한 교육관이자 어쩌면 옳은길이라고 생각된다. 적당히 타협하고 좋은게 좋은거다 라고 가르치는게 아니라 조금 과하더라도 바른길로 가게 하니 말이다. 적어도 저스틴은 거짓말로 숙제를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테니까.

 

아버지의 특징 중 하나는 어린이를 어린이로 상대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시끄럽게 방방 뛰는 꼬마를 주위 어른들은 '아이땐 다 저렇지 뭐~고 녀석 귀엽네' 라고 생각하며 대수럽지 않게 넘겨도, 이 분만은 다르다. 설령 아이를 울려버려도 "녀석은 이 상황을 극복할수 있을거야"라고 말하는가 하면, 여섯살의 저스틴이 할아버지와 같은 방을 쓰기 싫다고 하자 "그래, 네 할아버지는 너랑 같은 방을 쓰시고 싶어 할 것 같니? 그런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냐?" 라는 말로 벙 찌게 만든다. 저스틴이 무릎이 이상함을 느끼고, 증상을 "아뇨, 그냥,몰라요.이상해요."라고 설명하자 "그토록 상세한 묘사에 감사 드린다. 이 헤밍웨이 새끼야." 라며 거침없는 말을 하지만 이 말에 속상함을 느끼지 않는 건 아들을 치료시키기 위해 병원을 찾아다니는 모습에서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옆자리 대학생들이 듣건말건 아들들에게 성교육을 시키고, 가족을 지킨다며 총을 들다가 이모에게 벌거벗은 엉덩이를 보이고, '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 문장이 안 만들어지는 것 처럼 걸죽한 입담을 과시하지만 이 분 참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네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망했다면 그건 괜찮아. 뺀질거리다 말아먹었다면 넌 쓰레기야."라는 말을 해주는 아버지니까.

 

 

저스틴 핸펀 아버지의 주옥같은 명언들

 

가족여행- 아니, 난 집에 있을 거야. 너희는 가족 휴가를 받는 거고, 나는 가족으로부터 휴가를 받는 거지. 날 믿어. 분명히 우리 모두 만족할 거야.

 

아버지의 생일 선물을 사러 갈 때 -위스키나 트레이닝복이 아니면 바로 쓰레기통행이다...아니, 머리 짜내지마. 창의력 대장은 필요 없어. 위스키나 운동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형의 아기가 말이 느려서 걱정할때- 느긋하게 생각해라. 말할 때가 되면 하겠지. 쟤가 무슨 암 치료법을 틀어쥐고 입 다물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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