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 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효재처럼
이효재 지음 / 중앙M&B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예쁘게 꾸미면서 사는 걸 싫어하는 여자는 없겠지만, 이효재씨가 사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한번 따라해볼까 라는 마음도 들지 않을만큼 아주 작은 곳까지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까?'하며 신경을 쓰는 모습은 시늉조차 못 낼만큼 고수중의 고수다. 인테리어의 고수를 찾으라고 하면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찾을수 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집 꾸미기 등의 노하우를 배우고 따라 해 볼수가 있는데, 이효재씨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도통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성을 넘어서 극성처럼 보이고, 저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을까 라는 우려마저 들게 하는 그녀만의 방법을 보면서 천성적으로 타고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싶다. 손이 쉴 틈도 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고, 작은 유리병 하나를 보면서도 어떻게 하면 예쁘게 꾸밀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이효재씨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 같다.   

이런 딸의 극성스러움과 유난이 걱정됐는지 어머니는 "신랑 등골 빼먹을 년"이라는 조금은 과격한 표현도 하셨고, 동생도 언니의 유별스러움 때문에 꽤나 고생을 한 모양이다. 어린 시절부터 미운건 못 참고 어떻게 해서든 예쁘게 바꾸고 싶어했기에 이렇게 별나지만 예쁘게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단기간에 따라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자꾸 그녀처럼 살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남편과 함께 산 속 외딴 집에 사는 것도, 삼청동에 있는 효재숍을 가기위해 매일 두 시간여 거리를 걷는 것도, TV나 컴퓨터 없이 사는 것 등을 따라 할순 없겠지만(도시의 삶을 포기하기가 힘든 것 같다) 그래도 자꾸만 욕심이 나고 부러워 진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누리고 사는 이들에 대한 단순한 부러움 이거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동경하는 걸 수도 있겠고, 예쁜 그녀의 집이 탐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난 손재주도 없고, 무척이나 게으른데다, 살림에 젬병이라 이효재씨 처럼 살 순 없겠지만, 이렇게 책으로나마 눈이 호강하는 경험을 한 걸로 만족하련다.  

 

그녀의 삶은 자연을 품고 있다. 생활하기 편리하고 자연을 좀 더 즐기며 둘러 보도록 동선을 고려해 지은 집은 살림집과 피아노 연습실로 나뉘는데 창 밖의 자연 풍경을 놓치기 싫어 큰 창이 많이 있다. 앞마당과 뒤뜰에서는 사시사철 맛있는 나물들을 선물해주고, 음식들도 강한 양념을 극도로 자제한 자연 그대로의 맛을 즐긴다. 차려 내는 밥상이 소박하고 심심해 보인다고는 하지만, 정갈한 음식사진을 보고 있으니 침이 꼴깍 넘어간다.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이효재씨의 밥상은 최고의 영양식인것 같다. 그런데 이 밥상에서도 그녀의 특기가 발휘되는데, 예쁜 그릇들이 대표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옷감 이외에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게 바로 그릇이었는데 그렇게 모은 그릇의 양이 대단했다. 얼마나 많은지 남편인 피아니스트 임동창씨는 결혼 후 집으로 들어오는 그릇들을 보며 "한 인간이 지구에 쓰레기를 이렇게 만들고 가는군." 했다고 한다.  

이효재씨의 일상은 남편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겼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걸 해주고자 하는 그 마음이 대단해 보였다. 남편의 밥이 식지 않도록 밥주발을 씌워두는 덮개를 만들고, 한 끼 식사도 대충 내는 법이 없고 남편이 하고자 하는 걸 다 이해해주는 모습에서 현모양처가 이런게 아닐까 싶었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 였기에 참 잘 어울리는 부부로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바느질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녀는 지금 삼청동 한옥 숍인 '효재'를 꾸려나가고 있다. 그 곳에서 집 만큼이나 그녀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는데 졸졸졸 물소리가 흐르고 사시사철 푸른 마당은 이 곳이 도시 한 가운데인지 모를 정도로 딴 세상 같다. 구들장을 디딤돌로 만들고 장독대, 기와, 심지어 돌 하나까지 세심하게 고르고 꾸민 모습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거실과 방 안으로 들어가면 더 한 정성을 느낄 수가 있는데 어느 것도 대충 손 본게 없다. 뭇 자국이  보이는 게 싫어 꽃을 수놓은 천을 씌우고 가락지를 끼운 아이디어는 그중 최고 였는데, 보통 사람들은 대충 지나가는 것도 보기에 안 좋거나 예쁘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이효재씨의 천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 또 가장 특이 한건 뭐든지 가린다는 것 이었는데 마당의 정화조, 수도배관, 스위치,콘센트, 전화기, 전기포트,팩스 등등 현대인의 삶에는 꼭 필요하지만 이 집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는 물건들은 꼭꼭 감추거나 가려버렸다. 아름답게 수놓은 천 같은걸로 감쪽같이 가리기 때문에 눈여겨 보지 않으면 그 곳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를 알지 못할 정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예뻤던 건 화장실 이었다. 샴푸와 린스를 깨진 항아리에 넣고 그 위에 놋대야를 얹었는데 별거 아닌 듯 하면서도 고풍스럽고 예뻐보였다. 꽃을 좋아하는 취향답게 화장실 수건에서부터 변기 커버까지 꽃이 수놓아져 있으니 이 곳에 들어서면 기분까지 좋아질 게 틀림 없다.  

남들의 눈엔 극성스러워 보일수 있겠지만 본인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니 모든 시간을 쏟아 붓고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자기가 있는 공간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삶 이다.자기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어하는 이효재씨 이기에 오늘도 그녀의 손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옷감을 뜨고, 바느질을 하고, 음식을 하고, 텃밭을 일구고면서 말이다.

-살림은 작고 사소한 것에서 남다른 즐거움을 찾는 게 아닌가 싶다. 사소한 응용과 멋내기로 내 물건이, 우리 집이 예뻐지는, 어찌 보면 다소 극성스러운 마음에서 살림하는 재미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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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직원 2011-12-31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직원들월급은주지도안으면서명품걸치고다니는속빈아줌씨

아는사람 2011-12-31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k방송은그리내보낼사람도없는지 세상에서제일나쁭여자이데 아는사람은다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