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진관의 비밀 느림보 그림책 18
정혜경 지음 / 느림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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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와 각종 영상기기가 발전하면서 사진의 소중함과 추억이 많이 빛바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쉽게 높은 해상도의 깔끔한 사진을 볼수 있고, 프로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 사진사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이 친숙해진다는게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필름 카메라로 찍은 흐릿한 사진이 그립기도 하다. 어렸을땐 사진기도 귀했고 한번 찍을때마다 몇번을 생각하고 고심한후에 찰칵 누르곤 했다. 디카처럼 사진이 마음에 안든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지울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 아버지가 1회용 카메라를 사서 주면 신나서 혼자 이것저것 찍어보곤 했었는데, 지금은 1회용 카메라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야외에서 1회용 카메라를 사용하는 분들을 보면 신기하고 그립고 그렇다.  


이 책의 주인공 지유는 토요일마다 사진을 찍으러 나간다. 아버지가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가 익숙할 터이다. 날씨가 좋으나 나쁘나 토요일마다 아버지의 뒤를 졸레졸레 따라 나서며, 아버지와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요즈음 나도 진짜 사진작가처럼 멋지게 폼을 잡아요』라고 말하는 지유가 참 귀엽다.

지유는 사진관 위층에 자리한 다락방을 좋아하는데 한 귀퉁이에 암실이 있어 사진 현상도 구경하고 아버지가 찍은 많은 사진을 볼수도 있다. 다락방 벽에 붙은 사진들을 보고있으면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사진 속 인물들은 누굴까? 저자가 상상해서 그린걸까, 아니면 주변 인물들을 그린걸까? 귀여운 아기는 저자의 아이일까?  


지유는 아버지가 젊은 시절 찍은 사진을 구경하며 놀라운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엔 자신이 모르던 부모님의 젊은 시절 모습과 익숙한 주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 관계의 처음이 있었고, 그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친구들과 찍은 사진 뒷배경엔 어머니가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백양세탁소 아저씨와 아줌마의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는데, 오토바이를 탄 아저씨가 일으킨 물보라에 아줌마의 보라색 원피스가 젖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기타치고 노래를 부르는 배짱이 삼촌과 과일가게 아저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이고, 막내삼촌이 어린시절 찍은 사진 속엔 유모차를 탄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현재 사귀는 여자친구와 똑같은 모습이다. 그때도 막내 삼촌은 여자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넸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또 할머니와 윗집 할머니의 옛날 사진도 발견했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현란한 조명 아래서 춤을 췄던 할머니와 친구분의 젊은 시절 모습은 지유에게 큰 놀라움 이었으리라.

어른들의 옛날 사진을 보면서 지유는 인연에 대해 알게된다. 사진 속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는 지유. 그래서 아버지가 성빈이라는 남자아이를 소개시켜주자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과거 어느 순간 만났던 적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부모님이 서로 모르던 시절에 찍힌 사진처럼, 자신의 사진 속 어딘가에도 성빈이가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짧은 이야기 였지만 흥미로워서 마음에 쏙 들었는데, 책의 내용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그림과 색채가 멋지고 뛰어나서 계속 뒤적거리며 보게됐다. 전체적으로 톤이 차분해서 오래전 낡은 사진첩을 보는것 같은 친숙함과 편안함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표현한 그림은 발견하는 재미도 줬는데, 배경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차근차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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