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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2
미도리카와 세이지 지음, 미야지마 야스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4월
평점 :
시오리는 어른들이 "날씨 좋으니까 밖에 나가 놀아라"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도서관에서 책 읽는게 세상에서 제일 좋고, 비가 오거나 맑을때나 항상 가고 싶기 때문이다. 못 말릴 정도로 책을 사랑하는 시오리이다.
내 어린 시절도 시오리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집에 책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책이 빽빽이 꽂혀있는 친구,친척 오빠 집에 가면 놀이 대신 책 읽기에 바빴다. 지금 생각하면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었는데 한번은 반 친구 생일 파티에 간적이 있었다.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어떻게 참여하게 됐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놀다가 저녁이 되었다. 서서히 집과 학원으로 가는 친구들. 그런데 하필이면 난 만화책에 꽂혀버렸고 2~3명이 남을때까지 묵묵히 보다 왔었다. 그것도 다 읽지 못해서 아쉬움일 한가득 안고서 말이다.
내가 살던 동네엔 작은 서점도 없었고, 그래서 윗동네에 큰 서점이 생기자 허구헌날 걸어서 다녔었다. 지금은 동네 서점들에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그때는 아이들도 많았고 공짜 아이스크림도 줬었다. 그러다 도서관이 생겨나고 책을 살수있을만큼 용돈도 생겼는데 오히려 책을 어릴때만큼은 못 읽게 되는것 같다. 책의 소중함도 덜 느끼는것 같고.. 그래서인지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시오리가 반갑고 예뻐보인다.
시오리는 일하느라 바쁜 엄마와 함께 산다. 부모님이 어린시절 이혼한 후로 아버지도 못봐 궁금한게 많지만 엄마를 배려해 물어보지 않는 의젓함을 지녔다. 하지만 작가인 아버지의 필명을 안다면 아버지의 책을 찾아볼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저 아버지는 어떤 책을 쓸까 라는 상상만 할 뿐이다.
시오리가 엄마 다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이모 미야코이다. 미야코 언니와 이야기도 하고 차도 마시며 도서관에서의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간다. 이 곳엔 재밌는 책도 많고 다양한 친구들도 만들수 있다.
어느 날은 엄마를 찾고 있는 한 꼬마 아이를 만나게 된다. 시오리가 들고 있던 책을 자신의 책이라며 꼭 껴안는 꼬마. 왜 그게 꼬마의 책일까 싶었는데 후에 의문이 풀린다. 꼬마의 엄마는 작가인데, 제목에 아이의 이름을 넣었던 것이다. 꼬마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만 알수있게 말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시오리는 다시금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혹시 아버지의 책 속에 '시오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상상을.
그 외에도 반 친구의 외할아버지가 60년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뒤늦게 돌려주는 일도 생긴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대신해 친구가 책을 반납했는데 그 사연이 참 안타깝다. 지금은 연체를 해도 벌금이 없지만 그 당시만 해도 책이 귀했고 벌금도 있었단다. 또 남자가 보면 안되는 책 등 제약도 많았단다. 지금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책을 보지만 옛날에는 그러지 못했다는게 시오리로선 참 신기한 일이다. 어쨌든 여러 사정으로 인해 책은 도서관으로 제때 오지 못했지만 많은 시간이 흘러 원래 자리로 돌아오게되는 훈훈한 이야기 였다.
반면 책을 함부로 대하는 대하거나 도서관에 소란스럽게 구는 아이들도 있다. 책을 원래 있던 곳에 두지 않거나 훔쳐가는 것도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시오리가 사는 곳은 작은 마을 도서관이라 대부분 주의로 끝나지만, 아마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CCTV와 검색대는 다 있을 것이다. 떠들면 사서가 주의를 주는데 매번 갈때마다 그러는걸 보면 절대 사라지지 않을것만 같다.
이 책에도 반납함에 젖은 책을 넣거나 그림책이 많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범인을 잡고 그 이유를 듣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은 도서관이지만 참으로 다채로운 사건들이 발생한다. 그리고 시오리에게도 놀랍고 뜻밖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고, 항상 궁금해하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드디어 만나게 된다. ;눈물의 부녀 상봉'과는 거리가 멀지만 시오리에게 작은 기쁨을 주었으니, 아마 시오리는 오랫동안 도서관을 떠나지 못할것 같다. 아버지의 책을 다 찾아 읽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