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예쁜 표지와 [새빨간 사랑]이라는 독특한 제목때문에 기대감이 굉장히 컸다. 하지만 이 책, 생각보다 별로였다. 몇 개의 단편은 소재가 독특하긴 했지만 공포를 자아내거나 몰입을 하게 만드는 힘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하드코어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도 있겠지만 확실히 이 책은 보통 수준이었고 내게 큰 스릴감과 즐거움을 주진 못했다. 이도 저도 아닌것 같고 꼭 김빠진 콜라를 먹은것만 같았다. 소재들은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세밀하고 공포스럽게 살리지 못한것도 이유중에 하나다. 물론 이 책을 무섭고 호러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많은 기대를 한 사람에겐,강한 이야기를 원한 사람에겐 조금 실망감을 줄 것같다.

[영혼을 찍는 사진사]는 죽은 동생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자 한 언니의 이야기이다. 너무도 꽃다운 나이에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 가여운 동생을 위해 언니 사나에는 남자친구가 알려준 한 장의사 업체에 장례를 의뢰한다. 그곳은 시신을 화장하기 전에 사진을 찍어주는데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혀 꼭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준다. 투병때문에 선물해준 빨간 구두도 신어보지 못하고 떠난 동생을 위해 사나에는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고 사진을 찍게 해준다. 그건 동생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자 고통 속에 남은 자기 자신을 위한 일종의 위안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 간호사 로부터 뜻밖의 진실을 알게된 사나에는 충격적인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욕망으로 점철된 이기적이고 무서운 사람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사나에가 겪는 일은 참으로 끔찍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내용이 처음부터 예상됐던터라 조금 김이 빠지기도 했다. [유령소녀 주리]는 자살을 한 주리가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형식을 띄고있다. 자살을 한 죄로 벌을 받는건지 그녀는 죽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승을 떠돌고 있다. 사람과 대화도 할수없고 음식을 먹을수도 없고 물건을 집을수도 없는 그녀의 삶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게다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줄수도 없으니 그녀가 이곳에서 할수있는건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이 단편은 다른 이야기에 비해 긴장감도 떨어지고 책의 분위기와 주제에 맞지 않는것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론 [유령소녀 주리]가 5편의 이야기중 가장 별로였다. [내 이름은 엘렌]도 그저 범작 수준이엇고 [내 이름은 프랜시스]만이 그나마 가장 좋았던것 같다. 집안의 과도한 종교 때문에 집에서 ?겨나게 된 소녀가 자신의 도벽 때문에 인생을 망치게 되지만 M이라는 사람을 만나고서부터 새롭고 독특한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 사랑을 정상인은 이해할수 없을 테지만 말이다. 자신을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지게 만든건 도벽을 일삼는 자신의 "손" 이지만 그 손 으로 인해 M과의 사랑이 더 튼튼하게 되었다는건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소녀가 도벽을 갖지 않았더라면 M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손을 포기할수 있었을까? 또 자신의 독특한 성적 기호 때문에 평생 드러내지 못한채 숨죽여 살고있던 M을 소녀말고 또 누가 이해하고 사랑을 지킬수 있을까? 서로가 가진 일종의 "병"을 치유해가는 그들의 모습을 완전히 이해할순 없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커플이지 않나 싶다. 마지막 이야기인 [언젠가 고요의 바다에]는 달에 사는 월성인을 주제로 하고 있다. 광물인 월성인을 달의 물로 키우면 서서히 아름다운 여자로 변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뜬금없이 SF적인 이야기가 튀어나와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어쨌든 광물이 완벽한 월성인으로 자라나길 바랬지만 자신의 모든 삶을 바칠만큼 큰 사랑과 정성을 가진 인간은 없음을 알게될 뿐이다.

[새빨간 사랑]안에 들어있는 사랑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시체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비뚤어진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신체가 절단된 모습에서 성욕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불륜을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믿기 힘든 월성인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충분히 기괴하고 쉽게 접하기 힘든 그런 사랑의 종류이다. 그렇다고 혐오스럽다거나 그런건 아니었다. (물론 불쾌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만 생각보다 별로였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지 않게 된 것이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인데 앞으론 이 기대치를 낮추고 봐야할지 어째야 할지 고민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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