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정글 1
캔디스 부쉬넬 지음, 서남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빽빽이 들어선 빌딩들이 꼭 립스틱들이 숲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는 뉴욕은 여자들이 살아남고 지배도 할수있는,세계에서 몇 안되는 멋진 도시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빅토리,니코,웬디는 뉴욕에서 자신들만의 커리어를 쌓으며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마흔이 넘은 그녀들은 어느정도 안정적인 생활을 해나가고 있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와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안주하는 삶이란 곧 패배를 의미한다. 살아남기위해,자신의 꿈을 위해,그리고 빼놓을수 없는 사랑을 위해 3명의 여성은 치열하게 살아간다.

의류 디자이너 빅토리는 이번 봄 컬렉션에 모든것을 쏟아부었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이미지를 탈피해 새로운 변화를 꾀했고 그녀는 이 변화에 도박을 걸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디자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것은 곧바로 수입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도전을 하지않고 지금까지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디자인을 계속하면 사업은 안정되겠지만 그건 곧 디자이너로서의 끝을 의미한다. 이건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치고 지금까지 이룩해낸 모든것이 사라질수도 있는 현실은 누구에게나 닥쳐올수 있는 문제다. 

셋 중에서 가장 야심차 보이는 니코는 마흔 둘의 나이에 첫사랑같은 가슴 설렘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는 그녀에게 다가온 사랑은 다름아닌 연하의 젊은 모델이었다. 세상이 피곤하고 권태로운 삶 속에서 찾아온 젊은 남자와의 육체적인 사랑은 그녀를 그녀답지 않게 만들었다.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설레지도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일 에서도 그녀는 상사와 경쟁을 해야한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보다 능력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그를 물리치고 더 높은곳으로 오르고 싶어한다. 그런 상황에서 불륜은 그녀에게 독이 될수도 있다.

빅토리, 니코보다 더 공감이 가는 캐릭터인 웬디는 12년간의 결혼생활로 아이 셋을 얻고 능력없는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잘생긴 남편을 사랑하는 그녀는 남편의 기를 꺽지 않기위해 애쓰고 있고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돈을 벌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하루종일 일하느라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게 아쉽지만 그녀는 자신의 가정이 완벽하다고 느낀다.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오기 전까진 말이다. 하지만 이런 힘든 상황을 이해해줄거라 믿었던 웬디의 어머니는 오히려 딸을 질책한다.

"네가 그렇게까지 성공할 필요가 있었니?"라고 묻는 웬디 어머니의 말은 대다수 사람들이 은연중에 내비치는 진심이 아닐까 싶다. 남편보다 더 성공하는 여성들에게 쏟아지는 질투의 시선과 남편의 자존심을 짓뭉갠다는 평가는 성공한 여성들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남편이 돈을 벌어 아내를 부양하는 경우)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뼈가 으스러져라 열심히 일해왔지만 남편은 자신의 수고는 알아주지도 않은채 돈을 흥청망청 쓰고 아이들은 엄마 보다 아빠를 더 잘 따르는 상황에서 웬디는 절망한다.

또 그녀가 하는 일에선 오랫동안 준비해온 영화가 감독과의 불화로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된다. 가정과 일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웬디의 모습은 어째 남 일 같지가 않다. 빅토리와 니코,그리고 웬디가 겪는 일들은 직장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화려하고 부유한 생활을 하고있는 그녀들과 비슷한 점은 없지만 일을 하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사랑을 하는 여성으로서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그리고 작가는 [섹스 앤 시티]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삶을 콕 콕 잘 집어내서 보여준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동양인에 대한 묘사가 불쾌했다는 점이었다. 중국풍 잠옷에 그려진 강아지를 보고는 중국인들은 인간의 절친한 친구를 잡아먹는걸 가장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데,동양하면 떠오르는게 개고기 밖에 없는건지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빅토리의 일본 바이어의 모습과 일본 여성의 모습은 너무 극단적으로 비춰진다. 특히 일본 여성을 너무 수동적이고 비개성적으로 묘사하는게 심히 거슬렸다. 그런 부분만 없었다면 더 즐겁게 봤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