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30년 만의 휴가
앨리스 스타인바흐 지음, 공경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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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현실의 규칙적이고 빡빡한 삶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고 또다른 나를 만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쉬지않고 걸어온 인생길에서 잠시 숨을 돌릴수 있게해주고 지나온 내 삶의 자취를 되돌아보게끔 도와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잠시나마 행복해지고 계속해서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바쁜 30여년간의 삶을 잠시 중단하고 여행길에 오른 여성이 있다.

앨리스는 흔히 말하는 성공한 여성이다. 기자로,교수로 많은 사람들과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런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선 많은 시간을 일에 매달려야 했을것이다. 앨리스는 일을 즐기면서 열심히 일해왔고 두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그러고나니 문득 기자와 엄마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본래의 나로 되돌아가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어졌다. 타인이 기억하는 내 모습이 아닌, 내가 기억하는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난 알것같다.

그래서 그녀는 긴 휴가를 떠나게 된다. 여행 계획도 짜보고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을 스크랩하는 그녀의 행복하고 들뜬 기분이 내게도 전해져 오는 듯 하다. 파리와 런던,옥스포드,그리고 이태리를 혼자 여행하면서 그녀는 최고의 나날을 보낸다. 좋아하는 사람이 묵었던 호텔을 가고 가고싶은 곳을 천천히 여행하며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활기차고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그녀의 여행은 여유로우면서도 아름답다.

또한 그녀의 글은 굉장히 섬세하고 마음을 울리는 감성이 있다. 기자라서 그런지 글이 매끄럽고 중년이라는 나이에 어울리는 지혜로움과 삶에 대한 철학이 있다. 절대 가볍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다. 특히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된 일본인 나오히로와의 사랑은 그녀를 중년여성이 아닌 사랑받고 싶어하는 한 여성으로 보이게 한다. 두근거리는 사랑을 느끼는 그녀를 보고있자니 꼭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있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 떠올라 괜시리 웃음짓게 만든다.

 젊은 사람들의 여행기는 정열적이고 거침없으며 호기심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 하기도 하고 얼른 나도 떠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해준다. 젊은 사람들의 여행은 곧 모험이라는 말과 상충되는것 같다. 반면 앨리스의 여행은 조용하고 느긋하다. 시간에 ?기지도 돈에 구애받지도 않은채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다. 빡빡한 스케줄을 짜서 몸도 마음도 피곤하게 만드는 여행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만 골라 알차게 보내는 그런 여행의 모습이다.

나도 앨리스와 비슷한 나이가 되면 꼭 한번 이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내 자신에게 엽서도 쓰고 혼자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나가고 여행 경비를 아끼려고 싼 음식을 찾아헤매는 대신 정말로 맛좋은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다. 한곳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처럼 살고도 싶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도 싶다. 그 나이가 되면 나 자신에게 여행 이라는 선물을 선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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