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울기
나카무라 코우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내가 읽었던 일본 연애소설 대부분은 사랑하는 연인의 갑작스런 죽음과 그로인해 남겨진 이의 상처와 슬픔을 담담하게 보여주는게 많았다. 연인의 빈자리를 눈물로 견디며 서서히 홀로서기를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아름다운 사랑과 이별의 슬픔을 보여주는 책들 말이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는 TV 미니시리즈 만으로도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불치병에 걸린 이야기에 지루해하지 않았다면 이 책을 좀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을수 있었겠지만 현재 나는 이런 이야기에 질려있는 상태였다. 행복한 커플이 난소암 이라는 불치병으로 인해 이별을 하는 모습은 슬픔 보다는 "또 불치병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왜 죽음이 아니면 안되는걸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최근에 읽은 [아디안텀 블루]라는 책이 떠올랐다.)

충분히 미덕이 있는 책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재의 내 상태로는 너무도 "뻔한" 소설로 느껴졌다. 아마 내가 이런 슬픔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가슴 절절한 아픔을 전달받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제 당분간은 일본 연애 소설을 멀리해야함을 알게됐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담담하게 상실의 아픔을 표현해낸 이 책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릴 내용이긴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 지쳐버린 나에겐 특별함을 주지 못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읽으면 또 다를테지만 말이다.

오래전 도서관에서 주워 온 강아지 "북"의 건강이 나빠져 심각한 상태라는 어머니의 전화 한통화로 후지이는 4년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오토바이를 꺼내게 된다. 오토바이가 자전거 보관소에서 잠자는 시간만큼 서서히 병이 깊어가던 북을 위해서 후지이는 오토바이를 고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요시미와 함께 오토바이를 고치며 장난스럽지만 진지한 마음을 담은 프로포즈를 하면서 말이다.

4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만큼 오토바이는 다시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나게 되고 덩달아 북의 건강도 나아지게 된다. 게다가 요시미와 결혼 연습이라는 이름하에 같이 살게되면서 후지이의 삶은 행복감으로 충만하게 된다. 별다를거 없는 아침 토스트가 그녀와 함께 먹으면 최고의 음식이 되고 서로 같이 이를 닦는 것도 큰 즐거움이고 행복한 시간이다. 소꿉장난 같이 재밌고 유쾌한 그녀와의 하루하루는 후지이 인생 최고의 시간을 선사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요시미의 병은 이런 행복한 생활을 너무도 간단하게 부서지게 만든다. 언제까지고 그녀와 함께 이 즐거운 나날들을 보낼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정말로 그녀와 결혼식을 올리고 평생을 함께 보낼 생각이었는데 암 이라는 뜻밖의 장애물은 미친듯이 가슴뻐근한 행복을 앗아가 버린다. 서서히 너와 나에서 우리가 되가는 과정을 밟는 중 이었는데 이제 우리 에서 너와 나로 갈라놓게 만든다. 죽음은 같이 나눌수 없는 것이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지이에게 남은것은 절망과 눈물, 그리고 더 잘해주지 못하고 그녀를 떠나보낸 죄책감 뿐 이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그녀를 그리워하고 우는건 그녀가 바라지 않는 것임을 알지만 그에게 삶에 대한 의욕은 더이상 남아있지않다. 온 몸의 수분을 전부 눈물로 쏟아내고 있는 후지이의 모습에선 강한 절망감만이 느껴진다. 100번이고 1000번이고 울다보면 그 눈물이 잦아들게 될까.

강아지 북 이 행복한 삶을 살다 갔다고 말하는 후지이가 요시미 또한 삶의 마지막을 자기와 함께 보냄으로써 행복한 삶을 살다간 거라고 생각하면 그 슬픔이 조금은 덜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녀를 위해 같이 울어줄걸, 그녀가 원했던 것을 좀 더 일찍 해줄걸, 더 잘해줄걸 이라는 후회는 후지이 자신을 더 힘들게 한다는것을 알았으면 한다. 하지만 이성은 그렇게 얘기를 해도 마음은 그럴수 없는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지이의 오랜 슬픔과 눈물이 이해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말이 그에겐 적용되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아주 조금씩 이라도 후지이가 그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눈물이 그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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