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평생 잊지 못할 일 -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59인이 말하는
도종환 외 지음 / 한국일보사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59인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잊지못할 추억을 담담하게 서술한 이책은 무척이나 술술 읽힌다. 하지만 이 책을 처음 기획했을때엔 유명인들의 글을 통해 사람들이 따스한 감동을 전해주고 자신의 삶을 한번쯤 돌아보게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감동을 전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아 보인다. 글이 너무 짧아서일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세상엔 몇줄의 짧은 글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감동을 주는 글들이 많다. 이 책은 분량의 문제도 조금은 있겠지만 일단 매끄럽지 못한 글 때문에 감정 이입이 쉽지 않았다. 이야기에 푹 빠질수 없게 만들고 공감을 할수없게 만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대부분 이어서 그런것 같다.
물론 자신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집올때 받은 금반지를 판 형수님의 이야기는 감동적 이었고, 가난한 살림때문에 억척스럽게 사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할수 있는 이야기들 이었다. 꼴등을 한게 부끄럽고 부모님께 죄송스러워 성적표를 1등으로 위조했는데 그걸 본 아버지가 집에 한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마을 잔치를 했는데 알고보니 아버지는 위조 사실을 알면서도 자식을 위해 눈감아 주었다는 이야기는 부모의 넓은 이해심과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조금 식상한 면도 있긴하지만) 언제 들어도 가슴이 짠해지고 가끔은 눈물도 나게 만든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음.그렇구나."라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게 고작일 정도로 평범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 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질 로 승부하는게 아니라 양으로 승부하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감동적이고 마음에 와닿는 알토란 같은 글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59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이야기 대신 몇몇 사람들의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실려있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 지금도 이런 비슷한 류의 책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속에서 독자들의 선택과 지지를 받기 위해선 정말 좋은 글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글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