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 강의 죽음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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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강의 죽음』
#애거서크리스티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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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사랑에 빠져 있고, 또 한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그렇게 사랑하도록 방치하고 있군.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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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가장 돈이 많기로 소문난 리넷은 다 가진마당에 친구 재클린의 약혼남 도일을 작정하고(?) 빼앗는다. 몇달 후 이들은 신혼여행으로 이집트로 향하고 곳곳에서 마주치는 재클린을 보며 경악스러워 하는데... 어느 밤, 울리는 총성소리를 시작으로 살인은 시작된다. 나일 강 위에 고급 유람선에 탑승한 사람들 모두 각기의 이유로 용의선상에 오르고, 명탐정 푸아로에게 자신들의 알리바이를 입증하지만.. 과연! 두둥-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 손에 꼽히는 「나일 강의 죽음」 영화가 리메이크 개봉이 화제가 되면서 원작을 먼저 읽게 되었다.

추리소설인만큼 개성과 사연이 다양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책속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에 인물들의 특징을 자연스레 설명하고 있어서 크게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영화로 본다면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보일 거 같아 기대가 된다. 사건이 하나씩 터질때마다 이집트라는 배경은 묘한 미스터리함과 긴장감을 더해주는데 나일 강 위에 유람선이 밀실의 장소로도 한몫했다. 한정된 장소와 인물 관계가 정리되자 나름 추리를 시작했는데 계속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정황상 "당신이 범인이야!" 외치고 싶은데 작은 단서들이 드러날 때마다 혼란만 가중ㅋㅋㅋ 그런데 푸아로는 예리한 눈빛과 속을 알 수 없는 말들로 사건 해결을 하더라😯 냉철하면서도 푸근한 인상을 풍기는 명탐정이었다. (그리고 나 원래 추리 못해...ㅜㅜ)

시대 특성상 투박하게 읽히지 않을까, 내심 걱정스러웠는데 굉장히 물 흐르듯 읽혔다. 특히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관계를 잘 꼬이는게(?)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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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위에서 발췌한 32쪽의 문장. 초반에 읽을 때와 완독 후 다시 보면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힌다!!!!!!

▪️추리소설이야말로 앉은 자리에서 단번에 읽어야 제맛인데, 시간대를 잘못 설정해서 밤새 읽었다가 이틀치 체력 끌어다 썼다는 후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10대때 밤새 읽고도 멀쩡히 등교했건만...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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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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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의죽음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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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아트
러셀 토비.로버트 다이아먼트 지음, 조유미 옮김 / Pensel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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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ART』
-궁금하면서도 물어보기 두려웠던
동시대 미술에 관한 모든 것!
러셀 토비 + 로버트 다이아먼트
#pensel @pensel_publ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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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측면에서 볼 때, 동시대 미술은 다각적이고 혁신적이며 실험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어 그 가능성, 선택, 표현방식에 제한이 없어 보입니다. 관건은 뭔가를 창작해내는 것이죠. 지금껏 본 적 없는 어떤 것,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적어도 그것이 바로 동시대 미술의 목표이지만 그런 목표는 평생에 걸쳐 추구해야 하고, 평생에 걸쳐 헌신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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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향한 열망으로 뭉친 러셀 토비와 로버트 다이아먼트. 이 책은 팟캐스트 <토크 아트>를 바탕으로 책으로까지 탄생했다.

▪️퍼포먼스 아트 / 공공미술 / 사진 / 사운드 아트 / 도예 / 만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한 권에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는가 하면 예술과 뗄 수 없는 정치변화, 페미니즘, 자기표현을 주제로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예술 작품을 살 수 있는 장소나, 작품 구입의 규칙들, 조언들로 나만의 컬렉션을 꾸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예술이라하면 내겐 과거의 작품을 탐구하기에도 벅찬지라 동시대 미술까지는 생각이 미처 닿지 못했었다. 수없이 입에서 오르내리고, 이미 평과와 영광이 분명한 작품들에 비해 지극히 한정된 내 생각속에 동시대미술이란 '애매함'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된 탓도 있으리라. 그런 첫인상을 이 책 덕분에 많이 허물수 있었다. 일단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팟캐스트 연장선에 있어 그런지 대화체나 구어체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예술가들의 인터뷰 내용은 물론 그에 따른 저자들의 설명이 친절하다. 적재적소에 전문용어 설명은 따로 해두지만 수다떨듯 가볍게, 하지만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듯 한장, 한장 설레며 넘기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풍성한 볼거리=시각적인 이미지=작품들이 그 재미를 배가시킨다. 세계 곳곳에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이, 또 다양한 이야기들이 살아있다니! 생동감이 느껴졌다.

사실 작품만 봤을 때는 낯설은 감각이 다시 살아나곤 하는데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여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를 말하고 있다. 아마 나는 '동시대'를 가장 멀게 느끼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작은 관심과 동시대 미술이라는 호기심에 시작한 이 책이 일말의 애정을 불어넣어줬다. 그래서 책속으로 자주 들락날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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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찍힌 손바닥 자국의 51%는 여성의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이 사실을 알죠." 세계적인 미술비평가 제리 살츠의 말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모든 미술관 소장품의 51%가 여성의 작품이어도 괜찮습니다. 여성들이 당신들의 미술사를 망칠 일은 없습니다."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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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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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아트
#talk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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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 지옥의 풍경, 요한계시록부터 단테까지 해시태그 아트북
알릭스 파레 지음, 류재화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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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지옥의 풍경, 요한계시록부터 단테까지
알릭스 파레 지음 / #미술문화
#해시태그아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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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 인간의 얼굴은 슬프게도 악마의 얼굴로 변했다. 인간 얼굴에 박쥐 날개와 뿔이 달리기도 했는데, 이것은 과거 전통사회의 민속화에나 나타나던 도상이었다. 악마를 그리는 화가들은 개인적 스타일과 세계관에 따라 자유롭게 악마를 표현했다. 회화에서는 예술적 재량을 발휘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했다면, 대중문화나 일상 언어에서는 악마 이미지가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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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에서 알아보는 악마의 기원과 변천사, 그리고 지옥의 풍경. 아무래도 근대 들어서 인간의 형상을 한 악마 이미지가 각인되었는데 이 책 덕분에 고대부터 중세-르네상스시대의 악마들도 볼 수 있었다.

고대 신화나 성서에서 영향을 받은 염소/박쥐/뱀/용같은 동물들의 특징이 흉측하게 살아있는 악마의 모습을 보인다면 중세가 지나서는 인체의 특징이 눈에 띄는데 이 지점이 흥미로웠다. 내딴에는 이렇게나 늦게? 싶어서. 악마가 등장하는 작품이 6세기부터 꾸준한 걸 보면 이또한 영감의 원천 중 하나겠지.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하고. 보통 선과 악이라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것이 천사와 악마라지만 결국엔 인간이라는 하나의 존재로 변환되지 않던가. 그런 맥락에서 나는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의 연도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인간과 악마가 뚜렷이 나뉘는 지점에서 어느 시대부터는 경계가 흐릿해지는 부분은 외적인 것에서 내적인 것으로 옮겨오는듯 했다.

단순히 회화작품만 기대했는데 조각상이나 현재 생존한 작가의 작품도 있었다. 퀄리티 높은 그림도 그림이지만 한 작품마다 저자의 해설이 빛났다. 저절로 따라오는 지식과 정보는 물론 작품만 볼 때와 해설을 읽고 다시 볼 때의 차이는 확실히 다르니까. 작품 하나가 완전해지는 느낌이었다. 또 그렇게 한 권에 모아 볼 수 있다는 게 소장가치와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TMI
-악마를 다룬, 영향을 끼친 문학작품들, 단테의 「신곡」, 존 밀턴의 「실낙원」, 괴테의 「파우스트」가 등장하면 반가웠으나 읽지 않아 오롯이 느끼지 못해 아쉬웠다. 위 작품들과 함께 본다면 더 재밌을 텐데!

-전면에 클로즈업한 그림이 한번씩 등장하는데 오밀조밀 디테일 들여다보다가 깜놀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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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는 신자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 괴물 악마를 최후의 심판 '지옥' 장면에 크고 비중 있게 다뤘다. 이제 악은 인간 외부에 있지 않다. 인간 내면에 있다. 사탄은 서서히 성당에서 사라졌다.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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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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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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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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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이경희 /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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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말하길, 은하연대에 소속된 우주종들은 결코 무리를 짓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더 이상 누군가가 사랑해 주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스스로를 추스를 수 있다고. 사랑을 포기하는 것만이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진화의 형태라고.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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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사유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살아났다. "애미야,"로 시작하는 살아생전 목소리에 한나는 기겁하면서도 침착하게 시어머니 이마에 칼을 푹 찔러 넣는다. 한나만의 사정이 아니고, 한국은 그리고 세계는 죽었던 조상님들이 살아나 활개를 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조상없애기 운동본부' 그들은 나름 작전을 짜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꼰대는 슈퍼 꼰대' 윗조상들을 계속 불러내는데...

겨우 제삿밥 눈치주던 조상님은 이제 "어허! 어디서 천한 것들이 양반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어?"로 시작하더니 "이놈이! 사십구재도 제대로 안 치르고! 뭐어?"를 거쳐 "뭣이? 사십구재? 사십구우재? 적어도 3년은 채워야지 이 때려죽일 놈들이!" 그러자 새로운 조상님 등장 "뭐어? 부모님 돌아가시면 평생 무덤에 뼈를 묻어야지!"

📖여섯편의 소설이 들어있는데 나는 이 소설집의 첫번째부터 (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배를 잡고 꺽꺽대며 웃어댔다. 보통 여러편이 함께 있는 한권의 경우 특별하게 뭐가 더 좋았다고 느끼기 마련인데 각기 다른 이유와 매력으로 다 좋았다:)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우리가 멈추면」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바벨의 도서관」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모두 지극히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며 상상력을 더한 먼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지금의 우리가 녹아있는 이야기들. 그속에서 제목처럼 다정함과 장르의 경계를 어우르는 유머러스함이 이야기들의 매력을 더 살렸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리움, 애틋함같은 것들. 아무리 몇세기가 흐른다 해도 잃지 않을 인간적인 모습들이 오래 남을 것 같다. SF소설을 읽을 때마다 즐기지 않는다면서도 누누이 강조하는 것은 미래적 설정이나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캐릭터)의 말과 행동, 마음과 감정을 좇는다는 점이다. 그 시대에도 이런게 통할 수 있구나,싶어서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의심도 되고(ㅋㅋㅋ) 그럼에도 믿고 싶어진달까. 지구는 겨우 창백한 푸른점에 불과할지라도 우주를 구할 수도 있다고, 서로가 서로를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만드는 소설.

TMI

🌟1월 25일 저녁 7시 알라디너TV에서
이다혜 기자님 사회로,
이경희X심너울 작가님 SF 라이브 북토크
있다고 합니다:)

▪️여전히 SF소설에 진입장벽을 느낀다면 '이경희'로 시작해도 좋겠다.

▪️나는 이제 어디가서 SF소설을 즐기지 않는다고 말 못하겠다.... 그 전환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책!

▪️그래서 도서관 가서 다른 SF 데리고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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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그때의 그 사람이 맞는 걸까요?"
"그럼요. 연속성을 잃지만 않는다면. 나아가려는 의지만 이어간다면." P296

🔖-우리가 멈추며어어어어언!

그러자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셀 수도 없이 많은 목소리가 함께,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다.

-우주가 멈춘다아아아아아!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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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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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다정한우주로부터
#오늘의젊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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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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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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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인간은 상처투성이의 삶을 통해 상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모순의 별 아래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상처 없는 삶과 상처투성이의 삶. 꿈과 상처.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더욱 굳건하게 받쳐주는 원리 한 몸뚱이에 두 개의 얼굴이 달린 야누스의 원리이다.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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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묵혀두었던 산문집'을 다시 출판하게 된 선생님은 웃음이 쿡 났다지만 나는 죽음의 연기가 도사리는 문장들을 연말연시에 거쳐 읽고 있으니 뭔가 아이러니 하다가 결국엔 웃어버렸다. 심지어 연신 끌어안고 좋아했으니 다시 생각해도 웃을 일이 맞는 것 같다.

20쪽, 「산다는 이 일」만 몇 날 며칠, 몇 번이나 정독했는지 모르겠다. 한판 놀러 나온 삶을 향해 '될 대로 되라지', 던져주는 그 신명을 맞받아 힘을 얻어 괜신히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지만, 사실 그후로도 계속 어느 페이지에선 시간을 할애하며 머무르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내 발목을(손목인가) 붙드는 , 스스로 매이기를 원하는 문장들을 마주칠 때마다 바람에 일렁이는 촛불이 된듯한 기분이다.

꺼질듯 말듯한 몸뚱이의 눈앞엔 '죽음'이 자주 고개를 쳐들고 덩달아 '절망'이나 짙은 '고독'같은 것들도 한몫 거든다. 시리거나 씁쓰름하거나. 그것들을 그대로 응시하는 것이 퍽 괴로운 일일 수도 있으나 결국 삶과 맞닿아 있음을 눈치챈다. 하나의 끈으로,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언제나 확실한 절망을" 택한 순간부터 끝에서 끝으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그렇게 웃다가도 울 수 있고, 울다가도 웃을 수 있는 것이 삶과 죽음의 공통된 맥락 아닌가, 골똘히 생각에 잠기며 겨울밤을 지새우고, 이 시대에 이토록 순도 높은 글을 다시 만날 수 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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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서로 다른 형식들, 육체적 죽음 이전에 마음이 먼저 죽고, 마음이 먼저 죽는 그 형식들이 바로 절망, 고통, 아픔 등등 불행의 감정들이고, 그리고 그러한 마음의 죽음의 형식들을 마지막으로 물리적으로 완성시켜주는 게 육체적 죽음이라는 거 아닐까? 그 모든 죽음의 의식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나의 경우, 그것들은 공포로부터 왔던 것 같아. 세계에 대한 공포로부터. p160

🔖내 어머니는 영원한 마침표를 찍었으며, 조만간에 그녀가 살았던 한 문장 전체가 차례차례 지워져나갈 것이다. 그 길고 아, 그러나 너무도 너무도 짧고, 지루하고 지겹고 고달프고 안간힘 써애 했던 한 문장이, 쓰일 때보다 몇억 배 빠른 속도로 지워져 마침내 텅 빈 백지만 남으리라. 그뒤엔 이윽고 그 백지마저 없어져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그녀가 살았던 문장의 문장 없는 마침표 하나, 지구상의 외로운 표적 하나, 그녀의 무덤 하나만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묘사하거나 설명하는 그 어떠한 동사도 이제는 모두 과거형을 취하리라.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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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서포터즈 '신난다'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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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게으른시인의이야기
#난다난다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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