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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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101통의 문학편지』
#얀마텔 /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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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제가 좋아하지 않는 책을 수상님께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 가지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책까지 폭넓게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폭넓게 읽어야 독학자가 흔히 빠지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독학자는 자신의 한계에 맞는 책들을 주로 선택해서 그 한계를 굳혀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령에 따라 학교를 옮겨가며 받는 체계적인 학습이 이점이라면, 수세기 동안 구축된 사고 체계에 비교해서 자신의 지적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새로운 생각들을 겁먹지 않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좋아하는 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은 책을 통해서도 배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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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문학 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 그의 마음속에는 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력을 어디에서 얻었겠는가? 인간다운 감성을 어떻게 구축했겠는가? 무엇은 근거로 상상하고, 그 상상의 색깔과 무늬는 무엇이겠는가?"

독자에게 묻고 있지만 사실 명쾌한 해답을 행동으로 옮긴 것은 얀 마텔이다. 그는 캐나다 총리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 4울 16일부터 2011년 2월 28일까지 101통의 문학편지를 보낸다. 보좌관들이 대리 작성하는 형식적인 답장을 겨우 7통 받았지만 그는 "어김없이 격주"로 꼬박꼬박 책과 함께 편지를 발송한다. 사실 상대방이 보이는 이 정도의 성의(?)라면 그만둘 법도 한데 얀 마텔의 집념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집념은 단순한 오기가 아니라 진심인 게 느껴지고. 캐나다 전 총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책이 책을 부른다고, 얀 마텔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생경한 작품에서의 이끌림은 물론이고 이미 읽은 작품이더라도 다시 보인다. 이 작품은 어떤 시각으로 보면 좋을지, 또는 독서행위를 넘어 소설, 희곡, 시집, 종교서, 그래픽 노블, 아동서 등 장르를 넘나드는 통찰력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삶의 지혜 같은 것들도 넙죽 받아 먹고; 총리님 덕분에 숟가락 거저 얹는 느낌!

서간체라 수월하게 읽히고 세계문학에 대해 혹은 낯선 작품들을 다채롭게 조우하고 싶다면 이 책을 단연 권하고 싶다. 목차만 보더라도 101통의 편지에 101권의 책이 등장할 거 같지만 실제로 이 책속에서 만나는 제목들은 어마어마하다. 특히 캐나다 독자들이 총리에게 추천하는 목록까지 더하면 책속에 책이 그득그득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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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에서의 안락과 과도한 친숙함은 안정이 아니라 정체의 징후입니다. 따라서 끊임없는 사색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생각하는 행위에서만 잉태되기 때문입니다.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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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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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마텔101통의문학편지
#문학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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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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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이민진 /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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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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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시대의 증인이 되기도 한다. 선자의 삶처럼. 기록에 의지한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생의 전반에 각인된 지독한 기억으로 더 생생해질 수 있다. 오히려 더 진실같기도 하다. 등장하는 인물마다 시대를 대변하는,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그렇게 느꼈다.

1권은 1910년부터 1962년을 다룬다. 젊은 선자가 나오고 고단하고, 또 고단한 일상이 그려진다. 그야말로 지상의 모습만 하고 있을 뿐이지 지옥이나 다름없다. 일제강점기가 아닌가, 가난한 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그 시대에서 여성임에도 돋보이는 선자의 우직함은 감탄할 정도였지만 한편으론 미련스러웠달까. 아직 1권만 읽은 터라 이렇게 말하지만 그 성정으로 2권에서의 선자의 삶은 또 어떻게 흘렀을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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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에 걸친 조선인 가족의 이야기. 작가가 무려 30여년동안 공을 들인 작품이다. 애플tv에서도 제작되었으며 꽤나 화제였다. 원체 드라마는 보지 않는 터라 소설만 읽고 말아야지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그전에 2권을 기다리고ㅠㅠ 이거 왜 따로 나오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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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여자들이 우는 걸 보기가 싫었다. 할머니와 어머니, 아내와 딸들. 모두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조 씨는 여자들이 너무 많이 운다고 생각했다. p143

🔖"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넌 조선을 바로잡을 수 없어. 너 같은 사람들이나 나 같은 사람이 백 명이 있어도 조선을 바로잡을 수 없어."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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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출판사와 번역가가 다른데 둘 다 읽으신 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제일 궁금) 드라마와도 차이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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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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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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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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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강성봉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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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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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에서 태어난 하늘이, 출생신고도 없이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아이. 하지만 가족이 있다. 비록 전당포에 맡겨졌다곤 하나 분명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믿음직한 존재들이 있다. 누가 뭐라해도 너는 내 아들이라고 말해주는 엄마와 세상살이 요모조모를 낱낱이 알려주는 할머니, 하늘이가 더 신경써야 하는 마음이 조금 아픈 삼촌도.

이 소설은 하늘이가 화자가 되어 카지노 '랜드'가 있는 지음이라는 마을을 둘러싼 이야기다. 금기어처럼 비밀리에 오가는 출생의 진실은 열 살 하늘이에게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렇게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세상은, 번쩍이는 금빛이 난무하는 카지노의 안과 온갖 쓰레기와 오물이 나오는 지하의 대조적인 모습, 그속에서 일확천금을 기대하고 매번 낭패를 보는 어른들의 표정이 서려있다. 전당포 거리와 지음시장, 지음교회에서 만나는 어른들의 모습도 공간은 다르나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카지노를 등지면서도 카지노에 기대어 사는 게. 모든 걸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하늘이는 그냥 느낄 수 있다. 아이의 눈은 보이는 그대로 서술한다.

탄광사업으로 붐을 일었던 지음이 카지노가 들어서기까지. 그 시간동안 살아낸 할머니의 회상장면은 엄숙해지기도 한다. 몰락과 함께 혹시나 뿔뿔이 흩어지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이 가족들은 오히려 더 끈끈해졌다. 할머니가 견고하게 쌓은 시간은 삶이 되어 그렇게 이들을 버티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혈연지간은 아니지만 가족의 형태는 새롭게 태어나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는 것도 이들을 보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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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마지막으로 흘린 눈물은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든 간에 생의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힘이 있다고 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는 그 눈물의 힘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p244

🔖"돈이 어데서 나오는지 아나? 문제에서 나오지. 사람들 문제를 해결해 줘야 돈이 나와. 그럼 목 타는 사람은 뭐이가 문제지? 바로 갈증이 아니겠나. 그냥 물 판다고 돈 생기는 게 아니라 물로 갈증이란 문제를 해결해 줘야 돈이 돼. 그럼 생각해 보라. 랜드 손님들은 뭐이가 문젠지?"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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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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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4_카지노베이비
#하니포터 #카지노베이비
#한겨레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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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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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시대의 강박에 휩슬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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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에는 각자의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조금 빨리 자기 길을 찾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조금 늦게 찾기도 한다. 조금 오래 걸려서 능숙해질 수도 있고 빨리 적응할 수도 있다. 사회는 그 모든 것을 일률적이고 폭력적으로 분류하는 심판관이 될 게 아니라, 그 다양한 시간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문화도 그런 다양한 시간이 존중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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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관계: 불신의 시대에 타인을 초대하기
▪️2부 지도 없는 시대: 삶의 구경꾼이 되지 않는 법
▪️3부 돌파와 회복: 저질러놓은 세상을 건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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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현재를 감각하게 하는 책이랄까. 비난과 혐오, 차별과 배제, "소통과 불통", "행복한 삶과 가치 있는 삶" 등의 큰 맥락부터 세세하게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 글쓰기 또는 아이 덕분에 알게된 새로운 시각까지. "어쩌면 절망의 시대"이거나 "미쳐버린 세상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사회에서"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실려있었다. 다만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런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가질 수 있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할 지점이 많았다. 그건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했으며 때론 전혀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삶의 무기로써도 작용했다. 그리고 유독 머릿속에 박히던 122페이지.

🔖스스로를 꾸짖는 일은 그 자체로 자신이 보다 나은 삶에 대해 알고 있다는 '앎의 쾌감'을 준다. 자책감이 일종의 ㅍ피하적인 쾌감을 동반하는 이유는 '꾸짖는 자'와 '꾸짖음을 당하는 자'가 결국은 모두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학인, 철학자, 성직자 중 상당수가 평생에 걸쳐 자책감에 몰두하는데는 그만큼 자책감이 주는 '확인의 쾌감'이 강렬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나를 꾸짖을 때, 드높은 위치의 현인이나 스승이 된다. p122

📖스스로를 자아성찰하는 사람 수시로 환기시키고 경계하는 사람으로 분류하면서 내가 느낀것은 일종의 "중독적인 쾌감"뿐이었나? 하는 의심. 이또한 "자극"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삶을 실제로 더 나은 곳으로" 이끌었는가?, 이에 대한 의문 등...

🔖그러나 자책감만으로는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보다는 내 삶에서, 내가 보는 시간에서, 내가 노력해온 것들 속에서 무언가 가치 있고 긍정할 만한 것을 발견했을 때 오히려 삶에 추동력이 생겼다. 삶은 스스로를 깍아내릴 때보다 아주 작더라도 자기가 이미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지니고 있다고 믿을 때 더 살아났다.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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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 붙이는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거의 매 페이지마다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치고 두어번씩 정독을 하기도 했다. 미처 감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앞에서 깨어나는 기분! 어느 한 주제에 국한되지 않는 실로 다양한 주제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고. 복잡하고도 절망적인, 무력하고도 지극히 개인적인 시대를 "절실하고도 의연한 태도"로 건널 수 있을까... 걱정 반, 다짐 반하면서 일단 재독 결심:) 독서모임이나 많은 사람들한테 읽혔으면 하는 바람도 더해본다. 진짜 할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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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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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
#하니포터_내가잘못산다고말하는세상에게
#내가잘못산다고말하는세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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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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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 국네엠네스티 협력기획 / #씨네21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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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예술작품은 예술가에 의해 행해지고 의미를 부여받지만 이는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작품이 갖는 힘은 작품을 보는 관객에 의해 완성된다. 예술은 명령하지 않으며, 단지 참여를 유도하는 다리와도 같아서 관객의 삶의 경험과 감성에 의해 의미가 완성된다. 그러므로 예술작품은 폐쇄된 특이성이 아니라 참여로 완성되는 공동체 행위라는 점에서 존재 가치를 지니며,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자유에 따라 그 과정이 완성된다. 따라서 예술작품은 본질적으로 찬성과 참여라는 매우 정치적 행위에 가깝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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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이민자 / 여성의 해방 / 성 정체성 /전쟁과 핵무기 / 사상과 이념 / 인종차별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 등 140여개의 포스터로 보는 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담은 화보집.

어떻게 말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싸울 것인가? 이 모든건 예술과 별개의 영역일까? 예술은 작가 개인의 세계이고 우리는 한발 물러서 음미하는 관람객정도일까?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물음에 어느하나 쉽게 대답을 내놓지 못했지만 최소한 이 책을 보고나서는 꽉 막힌 시야가 트이는 기분이다. 저항도 투쟁도, 사회적인 이슈와 정치적인 것도 모두 "참여로 완성되는 공동체 행위"가 될 수 있다. 그 시작이 포스터 한장이든, 사진이나 현수막이 되었든 그저 스쳐지나가는 길거리 벽화일지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속에는 100여 년의 역사를 담았다지만 어쩌면 진작부터 인류와 함께한 행위였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메세지의 역할을 넘어 어느 개인의 몫이자 책임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고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진행중이고 미래를 말할 수 있는 수단과 무기로써.

큼지막한 판형에 간결한 설명은 당시의 시대배경과 이미지의 의미를 일목요연하게 말한다. 주제에 적합한 저명인사들의 묵직한 한마디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한편으론 예술책이자 역사책으로 학생들의 교육자료로 함께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예술의 영역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다양한 주제들을 모아 포스터라는 매개를 통해 한권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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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하니포터_저항의예술
#하니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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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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