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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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강성봉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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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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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에서 태어난 하늘이, 출생신고도 없이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아이. 하지만 가족이 있다. 비록 전당포에 맡겨졌다곤 하나 분명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믿음직한 존재들이 있다. 누가 뭐라해도 너는 내 아들이라고 말해주는 엄마와 세상살이 요모조모를 낱낱이 알려주는 할머니, 하늘이가 더 신경써야 하는 마음이 조금 아픈 삼촌도.

이 소설은 하늘이가 화자가 되어 카지노 '랜드'가 있는 지음이라는 마을을 둘러싼 이야기다. 금기어처럼 비밀리에 오가는 출생의 진실은 열 살 하늘이에게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렇게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세상은, 번쩍이는 금빛이 난무하는 카지노의 안과 온갖 쓰레기와 오물이 나오는 지하의 대조적인 모습, 그속에서 일확천금을 기대하고 매번 낭패를 보는 어른들의 표정이 서려있다. 전당포 거리와 지음시장, 지음교회에서 만나는 어른들의 모습도 공간은 다르나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카지노를 등지면서도 카지노에 기대어 사는 게. 모든 걸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하늘이는 그냥 느낄 수 있다. 아이의 눈은 보이는 그대로 서술한다.

탄광사업으로 붐을 일었던 지음이 카지노가 들어서기까지. 그 시간동안 살아낸 할머니의 회상장면은 엄숙해지기도 한다. 몰락과 함께 혹시나 뿔뿔이 흩어지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이 가족들은 오히려 더 끈끈해졌다. 할머니가 견고하게 쌓은 시간은 삶이 되어 그렇게 이들을 버티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혈연지간은 아니지만 가족의 형태는 새롭게 태어나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는 것도 이들을 보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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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마지막으로 흘린 눈물은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든 간에 생의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힘이 있다고 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는 그 눈물의 힘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p244

🔖"돈이 어데서 나오는지 아나? 문제에서 나오지. 사람들 문제를 해결해 줘야 돈이 나와. 그럼 목 타는 사람은 뭐이가 문제지? 바로 갈증이 아니겠나. 그냥 물 판다고 돈 생기는 게 아니라 물로 갈증이란 문제를 해결해 줘야 돈이 돼. 그럼 생각해 보라. 랜드 손님들은 뭐이가 문젠지?"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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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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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4_카지노베이비
#하니포터 #카지노베이비
#한겨레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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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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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시대의 강박에 휩슬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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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에는 각자의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조금 빨리 자기 길을 찾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조금 늦게 찾기도 한다. 조금 오래 걸려서 능숙해질 수도 있고 빨리 적응할 수도 있다. 사회는 그 모든 것을 일률적이고 폭력적으로 분류하는 심판관이 될 게 아니라, 그 다양한 시간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문화도 그런 다양한 시간이 존중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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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관계: 불신의 시대에 타인을 초대하기
▪️2부 지도 없는 시대: 삶의 구경꾼이 되지 않는 법
▪️3부 돌파와 회복: 저질러놓은 세상을 건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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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현재를 감각하게 하는 책이랄까. 비난과 혐오, 차별과 배제, "소통과 불통", "행복한 삶과 가치 있는 삶" 등의 큰 맥락부터 세세하게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 글쓰기 또는 아이 덕분에 알게된 새로운 시각까지. "어쩌면 절망의 시대"이거나 "미쳐버린 세상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사회에서"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실려있었다. 다만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런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가질 수 있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할 지점이 많았다. 그건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했으며 때론 전혀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삶의 무기로써도 작용했다. 그리고 유독 머릿속에 박히던 122페이지.

🔖스스로를 꾸짖는 일은 그 자체로 자신이 보다 나은 삶에 대해 알고 있다는 '앎의 쾌감'을 준다. 자책감이 일종의 ㅍ피하적인 쾌감을 동반하는 이유는 '꾸짖는 자'와 '꾸짖음을 당하는 자'가 결국은 모두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학인, 철학자, 성직자 중 상당수가 평생에 걸쳐 자책감에 몰두하는데는 그만큼 자책감이 주는 '확인의 쾌감'이 강렬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나를 꾸짖을 때, 드높은 위치의 현인이나 스승이 된다. p122

📖스스로를 자아성찰하는 사람 수시로 환기시키고 경계하는 사람으로 분류하면서 내가 느낀것은 일종의 "중독적인 쾌감"뿐이었나? 하는 의심. 이또한 "자극"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삶을 실제로 더 나은 곳으로" 이끌었는가?, 이에 대한 의문 등...

🔖그러나 자책감만으로는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보다는 내 삶에서, 내가 보는 시간에서, 내가 노력해온 것들 속에서 무언가 가치 있고 긍정할 만한 것을 발견했을 때 오히려 삶에 추동력이 생겼다. 삶은 스스로를 깍아내릴 때보다 아주 작더라도 자기가 이미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지니고 있다고 믿을 때 더 살아났다.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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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 붙이는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거의 매 페이지마다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치고 두어번씩 정독을 하기도 했다. 미처 감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앞에서 깨어나는 기분! 어느 한 주제에 국한되지 않는 실로 다양한 주제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고. 복잡하고도 절망적인, 무력하고도 지극히 개인적인 시대를 "절실하고도 의연한 태도"로 건널 수 있을까... 걱정 반, 다짐 반하면서 일단 재독 결심:) 독서모임이나 많은 사람들한테 읽혔으면 하는 바람도 더해본다. 진짜 할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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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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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
#하니포터_내가잘못산다고말하는세상에게
#내가잘못산다고말하는세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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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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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 국네엠네스티 협력기획 / #씨네21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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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예술작품은 예술가에 의해 행해지고 의미를 부여받지만 이는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작품이 갖는 힘은 작품을 보는 관객에 의해 완성된다. 예술은 명령하지 않으며, 단지 참여를 유도하는 다리와도 같아서 관객의 삶의 경험과 감성에 의해 의미가 완성된다. 그러므로 예술작품은 폐쇄된 특이성이 아니라 참여로 완성되는 공동체 행위라는 점에서 존재 가치를 지니며,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자유에 따라 그 과정이 완성된다. 따라서 예술작품은 본질적으로 찬성과 참여라는 매우 정치적 행위에 가깝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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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이민자 / 여성의 해방 / 성 정체성 /전쟁과 핵무기 / 사상과 이념 / 인종차별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 등 140여개의 포스터로 보는 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담은 화보집.

어떻게 말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싸울 것인가? 이 모든건 예술과 별개의 영역일까? 예술은 작가 개인의 세계이고 우리는 한발 물러서 음미하는 관람객정도일까?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물음에 어느하나 쉽게 대답을 내놓지 못했지만 최소한 이 책을 보고나서는 꽉 막힌 시야가 트이는 기분이다. 저항도 투쟁도, 사회적인 이슈와 정치적인 것도 모두 "참여로 완성되는 공동체 행위"가 될 수 있다. 그 시작이 포스터 한장이든, 사진이나 현수막이 되었든 그저 스쳐지나가는 길거리 벽화일지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속에는 100여 년의 역사를 담았다지만 어쩌면 진작부터 인류와 함께한 행위였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메세지의 역할을 넘어 어느 개인의 몫이자 책임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고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진행중이고 미래를 말할 수 있는 수단과 무기로써.

큼지막한 판형에 간결한 설명은 당시의 시대배경과 이미지의 의미를 일목요연하게 말한다. 주제에 적합한 저명인사들의 묵직한 한마디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한편으론 예술책이자 역사책으로 학생들의 교육자료로 함께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예술의 영역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다양한 주제들을 모아 포스터라는 매개를 통해 한권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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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하니포터_저항의예술
#하니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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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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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카미유 클로델 - 생의 고독을 새긴 조각가
이운진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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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카미유 클로델』
-생의 고독을 새긴 조각가
이운진 지음 / #아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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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자유롭게 숨 쉬어도 어떤 해악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다. 그녀는 이미 알았는지 모른다. 자신을 다 소진해서 예술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진정한 예술을 하는 일과 진정한 일생을 사는 일이 하나이고 같은 것이라는 걸. 그녀의 작품이 그녀 삶의 이야기가 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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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클로델을 떠올릴 때면 으레 오귀스트 로댕이 함께 뒤따른다. 혹은 로댕의 커다란 이름 앞에 클로델의 작은 존재감이 드러나거나. 이 책에서도 그렇다. '비운'과 '천재'라는 단어를 걷어내고 그녀를 바라볼 순 있겠으나 로댕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것을 다른 이름으로 바꿔 말하자면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요람에서부터 외로웠던 클로델은 자연속에서 진흙을 만지며 자랐다. 온가족이 파리로 거처를 옮긴 뒤 스승 알프레드 부셰가 이탈리아로 떠나게 되자 제자들을 로댕에게 맡겼는데 둘은 그때 처음 마주하게 된다. 마흔두 살의 로댕에게 열여덟의 클로델은 그야말로 "오, 나의 천사, 나의 열정이여."이었다. 혼인신고는 안했지만 로댕에게는 이미 헌신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음에도 클로델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했다. 이성적인 판단보다 그녀가 더 가치있게 여긴 것은 예술적인 열망과 공감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본성"과 닮은 로댕의 감수성과 감각때문이었을까, 그녀도 차츰 로댕에게로 마음이 기운다.

🔖우리는 우리가 되고 싶은 모습을 지닌 사람에게 더 쉽게, 더 많이 마음이 끌리는 법이므로. 한 남자가 돌을 다듬는 방식 때문에 한 여자는 사랑을 시작할 수도 있었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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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함께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클로델은 단순한 제자와 조수의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로 로댕의 작품에서 클로델의 손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미미하지는 않다고 예측할 뿐이다. 더욱이 그들이 만지는 돌, 석고, 청동보다 단단한 사랑으로 빚어진 관계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무렵엔 식어가는 로댕에 비해 불꽃처럼 피어나는 클로델을 볼 수 있다.

🔖만약 누군가를 알려고 하면 그가 사랑하는 방식뿐 아니라 괴로워하는 방식까지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인생에 대해, 예술에 대해, 세상에 대해 그가 견뎌낸 혹독하고, 아름답고, 미숙한 모든 것을...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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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반복되는 결별과 재회, 누군가는 회피하고 누군가는 애원하고, 증오와 연민이 한데 뒤섞인 이들의 관계속에서도 클로델은 쉬지않고 작품을 탄생시켰고 그만큼 빠르게 무너졌다. 파국이자 붕괴였고 곧 체념에 이르렀지만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건 당시의 여성에게 갖는 편견과 차별이었다. 특히 그녀의 작품성과 별개로 "로댕의 뮤즈" 또는 "외교관이자 시인"으로서 이름을 드높이던 남동생 폴 클로델의 꼬리표였다. 그래서 그녀는 살면서 이 말을 제일 자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들은 로댕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들이다."

돈이 많이 드는 조각이건만 재정상태는 최악이었고 가난이 덮쳤으며 클로델이 받는 타격은 어마어마했다. "그녀의 방식대로" 한 인간이 으스러질 때도 파리는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벨 에포크. 1913년 파리에서 마흔아홉의 클로델은 동생의 의해 정신병원에 봉인된다. 코코 샤넬이 최초로 인공향수를 만들고 헤밍웨이의 아내가 기차역에서 그의 단편 소설 모음집 원고가 든 여행 가방을 잃어버렸던 때, 모네와 릴케가 죽고 미국에 로댕박물관이 개관하고 전쟁도 일어났던 30년동안 그녀는 "파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또, 다시는 흙을 만지지도 않았다. 오직 기다림만 있었는데 그건 엄마였을까, 죽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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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생각을 해보았다. 로댕을 만나지 않았다면, 재능이 없었다면, 엄마에게 사랑받았다면... 어떤 가정을 세워본들 그것이 클로델의 존재를 온전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멀찍이 서서 이 얼마나 안타까운 삶인가 겨우 말할 수 있겠지만 그녀의 작품 앞에서는 어울리지 않다. 어떤 삶이었건 그녀가 새긴 조각은 그녀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아직은 이것만을 기억하고 싶다. 읽는 내내 아물지 않던 그녀의 고통이 시인의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그녀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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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카미유클로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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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한 마리는 기쁨 - 두 아버지와 나, 그리고 새
찰리 길모어 지음, 고정아 옮김 / 에포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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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한 마리는 기쁨』
-두 아버지와 나, 그리고 새
찰리 길모어 지음 / #에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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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나는 바람이 녀석의 깃털을 뚫고 불어오는 것이 느껴질 지경이다. 녀석의 무게 없는 기쁨은 잠시 나 자신의 것이 된다. 인력과 척력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나는 녀석이 멀리 날아가길 바라고, 내 곁에 남기를 바란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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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는 달리 서양에서의 까치는 불운을 의미하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낙관적인 의미는 사실 까치를 몇 마리 보느냐에 따라 운세를 점친다는 전래 동요의 가사 일부를 바꾼 것이다. 원래는 "한 마리는 슬픔, 두 마리는 기쁨, 세 마리는 결혼을, 네 마리는 출산을 알리고 다섯 마리는 은, 여섯 마리는 금을 가져오며, 일곱 마리는 악마를 불러오는데..." 이런 식이다.

저자 찰리 길모어는 어느 날 여자친구 야나의 언니가 폐차장에서 구조한 까치를 돌보기로 한다. "스쳐 지나갈 것에 애착을 품을 필요가 없다"던 찰리는 '벤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조금씩 애착이 형성된다. 무려 2년동안이나. 본격적으로 육조일기를 탐독하려는 찰나 찰리는 더 깊은 내면의 이야기로까지 나를 이끈다. 아주 솔직하게, 가감없이. 이건 예상치 못한 전개인데? 하지만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건 두 아버지와의 이야기로도 엮인다. 우선 찰리의 친부는 히스코트 윌리엄스. "작가, 배우, 무정부주의자, 이튼 칼리지 동문" 그리고 가정을 이룬 상태에서 찰리를 낳고 그와 어머니를 6개월만에 외면한 남자. 오죽하면 생부 때문에 자식을 낳는 것이 두렵다고 했을까. 생부의 회피, 도피, 무책임은 찰리에게 상실의 슬픔과 상처를 남겼고 10~20대에 술과 마약에 의존해 괴이한 행동으로 영국 국민을 경악하게 했으며 언론을 장악했다. 그 결과 감옥까지 가게 되었고. 그리고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새로운 두번째 아버지는 영국의 유명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 생부 히스코트와 정반대의 아버지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아버지와 새라니, 영 맥락이 없을 듯한 사이에서 찰리는 벤젠을 돌보면서 알게된 감정으로 생부를 조금씩 이해해간다. 히스코트 역시 가족은 돌보지 않았음에도 갈까마귀를 키웠던 사실이 그들을 묘하게 한데 묶는다. 그럼에도 그것과 별개로 나는 도대체 자신을 철저히 버린 생부를 왜 애타게 찾아다니고 만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건지, 자기 학대를 일삼으면서까지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면서 이면에는 답답함도 느꼈다. 다만 찰리와 벤젠이 그저 사람과 새라는 관계를 넘어 치유와 교감의 영역으로 들어설 때, "멀리 날아가길 바라고, 내 곁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과 닮은 건지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내가 어린 시절 처음 그를 알고 싶어 했을 때, 그 이유 중 하나는 나 자신을 알고 싶어서였다. 나는 그에게서 나 자신의 미래, 나 자신의 본성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를 알게 되면서 나 자신도 어느정도 알게 되었지만, 내가 생각하던 방식은 아니다.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가 나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길렀느냐가 어떻게 타고났느냐를 이긴다. 그래야 한다.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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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덕분에 지나가던 까치도 유심히 보게 된다. 벤젠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똘똘하고 신비로운 새, 사람의 말을 따라할 줄 알고, 속임수에 능하다. 그리고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커다란 기쁨이자 사는 동안 얽매였던 속박에서 자유를 찾아준 존재였다는 것도.

좋은 책을 만났다. 그가 설명하는 자연풍경은 아름다웠고 그속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밉고 짠하고 유쾌했으며 그의 이야기는 놀라울만큼 솔직하고 슬펐지만 또 그만큼 애틋했다. 그래서 벤젠에게 대책 없이 빠진 건 그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독자로 만나는 이들도 나와 같지 않을까 싶다. 벤젠에게, 또 찰리에게.

🔖당신도 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아주 경제적이에요. 천국에 가지 않아도 돼요. 새는 치유력이 있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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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생부 히스코트는 영국 최초의 슈퍼모델 '진 슈림프턴'과도 연애했다.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는 28년만에 결합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노래를 발표했다.
-찰리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엘튼 존과 만난 영상이 있다.
-벤젠은... 스포라 끝.
-찰리는 딸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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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poch.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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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한마리는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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