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백수린 외 지음, 이승희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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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없이 도아의 품에 안겨 울었다. 울음이 소리의 전부였던 시절까지 포함해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것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온몸을 쥐어짜 내듯 울었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는다. 그때의 감각은 오래되어 흐려졌다. 단지 도아가 했던 말만이 내게 오래 남았다.

네가 울어서 내가 울어야 할 양이 사라졌어.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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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교육의 테마 소설 시리즈 중 우정을 테마로 엮은 7편의 단편소설집. 마지막장에 작품 출처가 있듯이 이 단편들은 한번씩 발표된 소설들이다. 그래서 이미 한번 보았을 수도 있겠지만 국내작가 편독이 심한 나는 백수린 작가님의 「고요한 사건」 외엔 초면인 작품들이었다.

'우정'하면 학창시절부터 떠올리거나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과의 추억이 뒤따르곤 한다. 그때의 친구들은 지금의 친구들이기도 하고.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30대 후반에 들어선 지금은 조금 다르다. 우정에 대해 되짚어 보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이는 거기서 거기지만 또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경험에 기반한 사실이거니와 소설에서 마주한 이들의 관계에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기 때문이다.

우정의 모습은 가지각색이고 성별과 나이는 물론 인종과 사물의 경계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죽도록 미워하는 마음을 끝까지 용서하지 않아도 그리워할 수 있는 기묘한 관계에서부터 철벽을 두른 내면의 요새가 단 한마디에 허물어지는 경험. 그리고 애쓰고자 하는 마음과 다 놓아버리고 싶은 심정의 밀당도 모두 우정이 담을 수 있는 것들이다. 지리멸렬한 감정싸움과 그닥 아름답지 않은 기억일지라도 소설속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은 다양하고도 새로운 우정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청소년이나 성인에게 우정이라는 좁은 범위의 관게를 확장시켜주고 더불어 어려운 인간관계에서의 대안을 이야기(소설)로 제시해준다고 느꼈다. 작가들마다 풍기는 개성이 한 주제로, 한 권에 모아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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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짓밟으며 무엇을 손에 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따에게서 온 편지들을 읽었다. 우따가 보낸 편지는 언제나 같은 문장으로 끝났다.

더 나은 무엇이 되자. 그때 만나자.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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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changbi_insta
@mediachangbi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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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걷는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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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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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다섯이 뭉쳐 육아일기를 썼다. 육아일기는 본업을 병행하면서 매주 1,600명의 구독자에게 뉴스레터로 가닿았다. 그렇게 1년 넘게 지속된 뉴스레터는 다양한 구독자의 공감을 얻으며 그중에서도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을 꾸려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다.

화자가 엄마였다면 사실 육아에서 그리 특별한 건 없는 이야기다(하지만 진솔하고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오히려 너무 흔한 이야기이다.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현실적인 부분까지. 아이를 가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아이가 태어나고 시간에 좇기고 밤잠을 설치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에게 마냥 사랑스러운 감정이 피어나는 것도 그렇다. 배우자와 트러블과 육아휴직을 하며 나를 잠시 내려놓는 순간에도, 육퇴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모두 익숙한 이야기이다. 다만 화자가 아빠로 바뀌었을 뿐인데그래서 무언가 더 특별해 보이고 "아빠가 육아일기 쓰는 게 뉴스에 날 일"이 되는 걸까.

육아일기 쓰는 아빠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그 사회에서 얼마나 특수화된 역할인지 보여준다. 그래서 대한민국 남성 100명 중 4명만 쓰는 육아휴직 당사자들도 이에 대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보편화를 넘어 아주 흔하디 흔한 이야기가 되었음 좋겠다. 실제 돌봄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비우고 채우던 모든 감정과 육체적 고단함이 아빠의 입에서, 아빠의 글로 자주 보고 싶다..라고 쓰고, 어려운 일이겠지... 그전에 이 책이 널리 읽히는 것부터가 빠르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

온세상 엄마,아빠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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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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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파더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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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 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조애나 버크 지음, 송은주 옮김, 정희진 해제 / 디플롯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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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조애나 버크 /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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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성폭력의 로컬리티과 시대적 구체성을 탐구한다는 점이다. 성폭력은 사회적 산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얼마나 아는가? 문제는 각 사회마다 성적인 것의 의미, 폭력의 의미가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지역에서 성폭력은 공동체의 전통으로 여겨지거나, 여성이 겪는 폭력이 바람직한 성 역활로 미화된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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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소개되는 성폭력의 세계사"

전 세계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성적 학대 피해를 입는다. 그리고 피해자/생존자인 동시에 수치 또한 이들의 몫이다. 여기까지는 나 역시 인지하던 부분이고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결코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성폭력을 남성이 여성을, 강자가 약자에게 성적 권리를 행사하거나 강간의 범주안에서만 생각했다. 그보다는 훨씬 방대하게 인종과 계급에서 성소수자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동성애 혐오가 성 정체성을 교정한다는 목적으로, 부부간 성 학대가 사적영역 밖으로 끌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전쟁에서, 군대에서, 법이 지켜주지 않는 곳에서 자경단 활동의 정의로움 반대에 이면까지무엇보다 남성이->여성을 강간하는 비율이 높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무시할 수는 없음을 알았다. 어느 나라에서는 '강간'을 의미하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신분 계급이 낮다면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과 사례들이 나올 때마다 당황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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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방대한 성폭력의 세계사라니, 낙담할 법도 했지만 낙관주의자인 작가는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살피고 "강간 없는 세계"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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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강간 없는 세상을 상상하고, 생각하고, 계획하고, 만들려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인 경제적ㆍ이데올로기적ㆍ정치적 구조 안에서 지역적 맥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역의 변화로 축적된 효과가 전 지국적 변화로 나타난다.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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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느껴지지만 "권력이 있는 곳에 언제나 저항이" 있기 마련이고 더 급진적인 노력이 요구되겠지만 "젠더 폭력에 맞서는 캠페인은 다른 진보적은 대의들과 연합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도, 번성할 수도, 세계를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더불어 "지배의 체계는 다층적이고 공동 구성되고","학대는 별개의 혹은 단일한 사건이" 아님을 많은 이들이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 학대 행위는 젠더화된 노동의 산물이며 그 노동은 정치적이다.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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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특히 7장, <군대가 낳은 강간>편의 시작은 일본 황군이 현대 역사에서 가장 큰 성매매 사건을 체계적으로 계획 및 실행했던 '위안부'이다. 80퍼센트가 한국인이었고 생존자들의 기록과 설명이 나온다. "한국 여성의 몸은 군수품, 일본의 승리를 가져올 자원으로 취급"되었던 사실과 일본과 한국의 정치적 장기말이 된 것, 또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한국이 일본 제국 일부였을 당시 입은 피해 보상을 청구할 수 없었던 것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2015년 말 830만 달러의 배상금과 제한적인 사과를 보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적고, 너무 늦은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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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dplot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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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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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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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속의 영원』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 #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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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는 일은 세상을 소유하는 또 다른 상징적, 정신적, 평화적 형식이었다. 책 수집가의 열정은 여행자의 열정과 비슷하다. 모든 도서관은 여행이며, 모든 책은 유효기간이 없는 여권이다.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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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매료되어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저자는 "상상의 근육"과 "실제 자료의 골격"에 맞춰 고대부터 현재까지 책의 모험을 집필했고, 나는 이토록 환상적인 모험을 즐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정말 푹빠져 읽었는데 수천년동안 제 존재를 지키며 내 양손에 들리기까지의 여정과 책을 지켜왔던 이들의 노력이 와닿기라도 한 것처럼 신비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종이책의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안다. 휴대면이나 공간성을 따져봐도 그렇고 무엇보다 독서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고, 출간되는 책만큼 버려지는 양도 상당할 것이다. 성실하게 종이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살뜰하게 사 모으는 나로서는 모든 사실을 외면함과 동시에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종이책이 정말 사라지면 어떡하지. 이 무게와 종이의 질감과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과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는 마법을 잃는다면 어쩌지.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걱정이 쓸데 없는 일로 치부할 수 있게 된다. 그 옛날 구술시대에 "글로 쓰인 말은 죽은 기호이자 환영이며, 살아 있는 유일한 담론인 구술의 사생아"라고 말하던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말이 어떻게 전해졌는지 안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독자들은 글로 쓰인 말에 생명을 불어넣을 줄 안다"고 했다. 익명의 사람들은 고대부터 책을 이렇게 지켜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이 열정의 연료였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고자 나일강의 경계를 넘어 전방위로 목숨을 건 대리인을 보내고 부와 문화를 과시할 수 있었던 "절대적이고 완벽한 도서관"을 세운다. 로마는 또 열심히 약탈과 모방을 일삼으며 나름의 문화를 일군다. 5000년 전에 발명된, 사실상 현재의 책의선조격인 점토판과 양피지, 습도에 취약한 파피루스가 필사와 사본을 거치며 보편화되기까지, 전쟁과 자연재해에 맞선 생존의 역사는 그야말로 눈물(?)없이 보기 힘들다.이 모든 것들이 책이 탄생하고 파괴되고 사랑받으면서 탄압되는 무구한 역사속에서 존재한다. 그리고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당장 1세기 후의 세대들이 책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전자 태블릿이 강세를 보일까? 그렇더라도 「갈대 속의 영원」 뒤로 기록될 책의 역사에 지금도 책을 손에 들고 있고 밤잠을 아껴가며 책을 펼칠 이들의 모습이 기억됐으면 좋겠다. 또 한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과 독자들이 오래 상생할 수 있도록 이야기꾼들의 말과 글도 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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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서기는 13세기 성경에 재료의 결핍을 한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 하늘이 양피지고 바다가 잉크라면 좋았을 것을." p101
└와! 나는 하늘도 바다도 다 가졌다! 신났다가 ↘

🔖소크라테스는 글로 인해 사람들이 스스로 숙고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봐 염려했다. 그는 문자의 도움 탓에 지식을 텍스트에 위탁하게 될 것이라고, 그리하여 텍스트를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그것을 소유하는 데 만족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되면 우리의 지울 수 없는 고유한 지혜가 타인의 부속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날카로운 지적은 아직도 유효하다. p153
└이 대목에선 뜨끔🥲

🔖글쓰기는 우리 종족의 마지막 떨림, 오래된 심장의 가장 최근 박동이다.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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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갈대속의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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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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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넘나들며 가지각색의 사연과 사람을 품은 너그러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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