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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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속의 영원』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 #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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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는 일은 세상을 소유하는 또 다른 상징적, 정신적, 평화적 형식이었다. 책 수집가의 열정은 여행자의 열정과 비슷하다. 모든 도서관은 여행이며, 모든 책은 유효기간이 없는 여권이다.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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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매료되어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저자는 "상상의 근육"과 "실제 자료의 골격"에 맞춰 고대부터 현재까지 책의 모험을 집필했고, 나는 이토록 환상적인 모험을 즐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정말 푹빠져 읽었는데 수천년동안 제 존재를 지키며 내 양손에 들리기까지의 여정과 책을 지켜왔던 이들의 노력이 와닿기라도 한 것처럼 신비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종이책의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안다. 휴대면이나 공간성을 따져봐도 그렇고 무엇보다 독서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고, 출간되는 책만큼 버려지는 양도 상당할 것이다. 성실하게 종이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살뜰하게 사 모으는 나로서는 모든 사실을 외면함과 동시에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종이책이 정말 사라지면 어떡하지. 이 무게와 종이의 질감과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과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는 마법을 잃는다면 어쩌지.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걱정이 쓸데 없는 일로 치부할 수 있게 된다. 그 옛날 구술시대에 "글로 쓰인 말은 죽은 기호이자 환영이며, 살아 있는 유일한 담론인 구술의 사생아"라고 말하던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말이 어떻게 전해졌는지 안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독자들은 글로 쓰인 말에 생명을 불어넣을 줄 안다"고 했다. 익명의 사람들은 고대부터 책을 이렇게 지켜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이 열정의 연료였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고자 나일강의 경계를 넘어 전방위로 목숨을 건 대리인을 보내고 부와 문화를 과시할 수 있었던 "절대적이고 완벽한 도서관"을 세운다. 로마는 또 열심히 약탈과 모방을 일삼으며 나름의 문화를 일군다. 5000년 전에 발명된, 사실상 현재의 책의선조격인 점토판과 양피지, 습도에 취약한 파피루스가 필사와 사본을 거치며 보편화되기까지, 전쟁과 자연재해에 맞선 생존의 역사는 그야말로 눈물(?)없이 보기 힘들다.이 모든 것들이 책이 탄생하고 파괴되고 사랑받으면서 탄압되는 무구한 역사속에서 존재한다. 그리고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당장 1세기 후의 세대들이 책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전자 태블릿이 강세를 보일까? 그렇더라도 「갈대 속의 영원」 뒤로 기록될 책의 역사에 지금도 책을 손에 들고 있고 밤잠을 아껴가며 책을 펼칠 이들의 모습이 기억됐으면 좋겠다. 또 한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과 독자들이 오래 상생할 수 있도록 이야기꾼들의 말과 글도 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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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서기는 13세기 성경에 재료의 결핍을 한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 하늘이 양피지고 바다가 잉크라면 좋았을 것을." p101
└와! 나는 하늘도 바다도 다 가졌다! 신났다가 ↘

🔖소크라테스는 글로 인해 사람들이 스스로 숙고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봐 염려했다. 그는 문자의 도움 탓에 지식을 텍스트에 위탁하게 될 것이라고, 그리하여 텍스트를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그것을 소유하는 데 만족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되면 우리의 지울 수 없는 고유한 지혜가 타인의 부속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날카로운 지적은 아직도 유효하다. p153
└이 대목에선 뜨끔🥲

🔖글쓰기는 우리 종족의 마지막 떨림, 오래된 심장의 가장 최근 박동이다.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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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갈대속의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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