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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탁월한 취향 - 홍예진 산문
홍예진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7월
평점 :
《매우 탁월한 취향》
#홍예진 / #책과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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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가 남과 진정으로 감정을 나눈다는 게 가능할가. 비관을 수혈받고 싶어 하는 이는 없다. 타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어 하지만 서로 받아 주는 듯 싶다가도 힘겨울 땐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었다다고 투덜거리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로가 되는 것은 공감밖에 없기에 인간은 마음을 응시해주는 대상을 만날 때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며 잠시나다 덜 외로워진다.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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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마음을 실어 나르며 타인이라는 땅에 발을 디뎌보기도"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산문들은 같은 도구를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먼 타국에서 바다 건너온 글이자, 말이자 도구다.
작가의 어린시절 어느 골목에서부터 파리 유학시절,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면서 만났던 사람, 장소, 기억에 대한 이야기, 미국생활 20년차 현재진행형인 그의 일상들이 담겼다. 요즘같이 밝고 경쾌하고 위로와 공감이 빼곡한 에세이들 사이에서 타인의 일상을 읽는다는 것은 너무 솔직하면 부담스럽고, 담백만 하자면 무료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의 글은 알싸하니 부드럽고 마냥 낙관적이지 않아 좋았다. 나 역시 그런 성정을 가진 탓인지 각진 네모난 감정이 드러난다해도 살뜰하게 챙겨보고 싶은 시선만이 향한다.
반짝이는 것보다 색 바랜 것에, 중심축보단 가장자리에 놓인 것들, 가까이보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유용한 것보다 무용한 것들에게 마음이 더 움직이는 내가 이 글에서 느껴지는 적당한 온기에 매료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출판사 대표님 역시 그렇게 매료되어 본인이 직접 작가님의 소설 투고 가능성을 대신 알아볼 정도였겠지? 결과는 좋게도 가을에 장편소설이 출간된다고 한다. 제목은 <소나무 극장>_ 출판사는 폴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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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이음(@book_connector)피드에서 〰️표지 투표했다가(?) 선물처럼 받은 이 책을 〰️ 완독하고서야 대표님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아니 스며든 것 같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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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과연 신이 있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는 두 수도자의 고뇌와 그들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과거의 회한이 눈물겨운 건 어느 공동체에 속해 살든 인간이란 누구나 닮은 감정을 극복하며 살고 있다는 연대를 체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택하고, 살아내고, 후회하고, 외롭고, 불확신으로 흔들리게 마련인 생명체로서의 연대. P241
🔖현실이기에 가공할 수 없었고, 주관과 감정을 배제해 적어나가려 했다. 글을 다 모아놓고 보니, 미화할 의도가 없었는데도 사람이 살아갈 모습과 사연과 배경은 그 자체로 다채롭고 따뜻하며 더러는 뾰족하긴 해도 동시에 애처롭다고 느껴진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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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탁월한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