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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순례
사이토 하루미치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1월
평점 :
『목소리 순례』
사이토 하루미치 / #다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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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는 것, 눈높이를 맞추고 바라보는 것, 다가가는 것, 만지는 것, 식탁을 둘러싸고 함께 식사하는 것, 인사를 수천수만 번 꾸준히 주고받는것. 오직 그런 행동으로만 전할 수 있는, 한없이 침묵에 가까운 '작은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거북이걸음처럼 천천히 다가오는 '작은 목소리'를 쌓아야 간신히 자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진짜 말'이다. '진짜 말'로 하는 이야기야말로 조용하고 강하며, 구렁 속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도 닿을 수 있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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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름에 저자의 첫번째 책 「서로 다른 기념일」을 만났었다. 사진가인 농인부부 하루미치와 마나미 그리고 청인으로 태어나 수화와 음성언어를 모두 사용하는 아이, 이쓰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당시 내가 썼던 리뷰의 일부를 발췌하면 "'눈에 보이는 것'을 그저 표면으로 훑었던 나와는 달리 하루미치와 마나미는 그 이상의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세계는 분명 경계선이 존재하지만 따로 또는 함께함으로써
불가항력의 기쁨을 매일 맞이한다." 마지막장을 덮었을 땐 읽는 행위가 아닌 말을 보고 있었다고 느끼며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굳이 전작에 대해 이렇게 말을 늘여놓는 이유는 일본에서는 두 책이 같은 날 동시에 출간되었고(표지 디자이너도 동일하지만 출판사는 다른!) 어떤 책을 먼저 읽어도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확신때문이기도 하다. 한가지 다른 부분을 꼽아보자면 「목소리 순례」는 하루미치 개인의 원초적 감정과 경험을 더 깊이 파고든다는 것, 「서로 다른 기념일」은 이들 부부에게서 이쓰키가 태어나고 '가족'이라는 구성원에 무게중심이 고루 퍼져있다는, 정도로 구분 지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하게 가졌던 '목소리', 그래서 소통할 수 있었던 '음성언어' 하지만 내 당연함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꽤 오랫동안 인식하지 못했다. 나와 다른 존재들에 대해 알았을 땐 막연히 그 세계는 적막하기에 외롭고 외롭기에 슬프지 않을까, 하는 편협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세계는 체감할 수는 없다 해도 이렇게 책을 통해 상대의 관점을 어렴풋이나마 따라갈 수는 있겠구나 싶어, 다행스러웠다. 하루미치가 묘사하는 풍경들, 타인과의 관계, 특히 마나미와 이쓰키에게 느끼는 감정같은 것들을 완벽하게 공유할 순 없더라도 어느 순간 교차점이 생기기 마련이라 그게 기뻤던 거 같다. 덕분에 소통이란 것을 '음성언어'에만 한정시켰던 내 작은 세계는 눈빛이나 몸짓으로도, 때론 "침묵 속에서만" 태어나는 목소리의 존재를 분명히 각인시키기도 했고. 하루미치가 들려주는 세계의 목소리는 이번에도 역시 맑고 경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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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름을 통감할수록 '당신'이라는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새로워진다.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빛이 더해진다. 대화란 이해할 수 없는 다름을 서로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맺기 위해 하는 행위였다. P138
🔖눈송이 하나하나가 각각 하나의 개체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인 순간, 눈앞에 펼쳐진 것은 무한한 이야기였다. 목소리가 내린다. 목소리가 끝없이 내린다. 그 목소리는 꼿꼿하고 팽팽해서 세속의 소리를 떠올리지 않게 했다. (중략) 말이 없는 침묵 속에서만 태어나는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는 구기ㅏ 들리건 들리지 않건, 표면적인 차원에서는 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P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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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추천사는 김연수 소설가님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속아 내가 감각하지 못하는 '지금 여기'의 세계는 얼마나 다채로운지."
그리고 김원영 변호사님
"사이토 하루미치가 발견한 '목소리들'의 다채롭고 한없이 깊은 대화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묘사될 때, 독자는 넋을 놓고 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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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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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순례
#서로다른기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