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책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앤솔러지
기 드 모파상 외 지음, 최정수 외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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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책』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외 지음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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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세상 어디에나, 그의 삶과 그녀의 삶,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는 순간, 그는 알았다. 시간이 다하도록 찾는다 해도 지나간 4월의 시간들은 다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두 팔이 쥐가 날 때까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가 갖고 싶었던, 싸워서 쟁취하고팠던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무엇이었다. 하지만 서편으로 지던, 석양으로 밀려 들어가던, 혹은 밤의 미풍 속으로 흘러들던, 그 만져 볼 수 없는 속삭임은...... 그래, 가거라, 하고 그는 생각했다. 4월은 끝났다. 4월은 흘러 갔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랑도 똑같이 되풀이되지는 않는다. p220_현명한 선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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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사랑과 죽음을 테마로 세계문학 단편선 앤솔로지를 현대문학에서 펴냈다. 내심 두권중 어떤 테마가 도착할까 기대했는데 내겐 『사랑의 책』이 왔다. 사랑, 나즈막하게 발음해보고 이내 죽음을 말할 때도 이런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그러니까 공통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그 궁금증이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라는 것이었으니까. 아마 비슷한 결의 느낌일 것이다. 세상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표면적으로 아는 사실 불과하다. 그리고 이렇게 소설이라는 형태로 만나면 비로소 어느정도는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허구의 세계속에서 실감이라니, 싶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사랑이 사랑인지도 모르고 허다하게 순간을 놓쳐버릴 성정인지라 이렇게라도 붙잡아 보고 싶은 심정이랄까.

다채로운 열입곱의 단편은 사랑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운명적이거나 어쩌면 너무 유치한 모습으로, 그래서 질투는 물론 잔인하기까지 하다. 꽉 쥐려할 수록 오히려 허무하게 놓치기도 하며, 완벽한 상대라고 확신하면서 단 한가지에도 와르르 무너지는 마음같은 것들. 때론 돌고 돌아 기쁘게 맞이하기도 하지만 한여름밤의 꿈처럼 기약없이 사라져버린 사랑들도 있다. 기준도 정도도 없이 맹목적일 수록 달아나는 것 또한 사랑의 모습 중 하나일 테고, 외로움에 무력하게 백기를 든 채 받아들이는 사랑도 있다. 사랑인가, 아닌가 헷갈릴 법도 한데, 사랑에 정확한 정의를 누가 내릴 수 있단 말인가. 비단 이성이나 동성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가 자식에게, 사람이 사람에게, 또 그게 무엇이었든 간에 사랑이 깃들 수 있는 모든 것이 지극히 사적일 수록 사랑은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은 그런식으로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될 그들만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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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단편 중 태연 pick's
「달빛」 _기 드 모파상
「낯선 당신, 다시 입 맞춰 줘요」 _대프니 듀 모리에
「'현명한 선택'」 _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그 애」 _캐서린 앤 포터
「파울리나를 기리며」 _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광란의 40번대 구역에 꽃핀 로맨스」 _데이먼 러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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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 것 같아." p15_달빛 중

🔖우리는 눈을 마주 보았고, 합류하는 두 강물처럼 우리의 영혼 또한 하나로 합쳐졌다. 밖에서는 빗물이 지붕 위로 떨어졌고, 벽을 때렸다. 그리고 나는 그 비가 다시 태어나는 온 세상이며, 그것을 무시무시하게 커 가는 우리의 사랑이라고 해석했다. p238_파울리나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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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책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hdmh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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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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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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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구석 덩굴처럼 얽힌 올리앤더 나무에 진분홍색 꽃이 잔뜩 달려 있었다. 엄마는 올리앤더 꽃에 독소가 있다며 만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온 가족이 꺼리며 가까이 가지 않았는데도 여름이면 끈질기게 꽃을 피웠다. 그 나무가 다였다. 작은 뒷마당에는 독이 있는 꽃을 피워내는 올리앤더 나무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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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한 엄마의 무난한(?) 재혼생활을 위해 떠밀리듯 호주로 유학을 떠난 해솔. 썸머힐 하이스쿨에서 버스로 다섯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는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된 해솔은 자신과 같은 학년의 클로이와 아줌마 부부와 같이 살게 되었다. 한국에서 최상위권을 지켰던 해솔에게 이곳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시도 때도 없이 보는 쪽지시험도, 레벨 테스트도 선행도 없었다. 매일 가는 학원은 커녕 주 2회 학원 등록 과외까지 하면 극성 소리를 듣는 곳이다. 해솔과 마찬가지로 같은 학년인 한국인 친구들은 중 치의대를 준비하는 클로이 역시 어린시절부터 의사가 돼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자랐다.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꿈꾼적도 없이 엄마의 꿈이 클로이의 미래로 기정사실화됐다. 부유촌에서 거주하지만 실상은 빠듯한 형편이라 홈스테이 학생을 받으며 살림에 보탠다. 엘리는 유학생 부모에게서 태어나 줄곧 호주에서 자랐다.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하고 공부엔 영 관심이 없다. 하지만 엘리의 부모는 엘리가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고 스폰서 비자를 받아 자신들을 구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 소녀들은 유학생, 이주민,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일상을 이어나간다. 때론 무심하게, 때론 예민하게, 때론 위험하게. 각자의 속사정을 삼킨 채 묵묵히 얼레를 쥐고 흔들어대는 부모들의 꿈을 안고서 연처럼 날고 있었다.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답답한 것은 당연했다. 연은 분명 하늘을 향해 바람을 타고 안전하게 날아가고 있는데 언제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이들은 위태로웠으니까. 부모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 하는 걸까. 타인에 의해 온전한 내가 될 수 없는 일이란, 그 누구라도 견디기 힘든 일일텐데... 아이들은 고비의 순간, 그 문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넘고 있었다. 스스로 줄을 끊거나 계속 매달려 있거나 또는 진작에 끊어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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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대학에 가든 안 가든, 육체노동이나 다른 무슨 일을 하든 수영장 딸린 집에 살면서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다면.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라고 애들을 겁줄 만한 예시가 충분하지 않다면. 그렇다면 대학에 못 갔다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 이유가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p159

🔖“제가 먼저 자퇴하면 돼요.”
그때 해솔의 머릿속에서 구슬 목걸이가 끊어졌다. 몇 년에 걸쳐 모아온 구슬이 산산이 흩어졌다. 침대 아래로, 서랍장 뒤쪽으로, 문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떤 구슬도 아쉽지 않았다. 해솔은 자신이 구슬 목걸이를 직접 끊어버렸다는 걸 알았고, 그게 중요했다.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서사였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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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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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하니포터5기_올리앤더
#코리안티처 #한겨레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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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순심(이나경) 그림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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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이란주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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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어요. 내 아버지 나라이자 내 나라이기도 한 파키스탄에 대해서, 또 ‘다문화’에 대해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싫어하는 걸까요? 그런 미움은 정말 의미 없는 것 아닌가요? 싫어한다고 어디로 사라질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런 것을 보면 ‘부먹’, ‘찍먹’ 논쟁이 떠올라요. 세상에는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 먹는 사람도 있고 찍어 먹는 사람도 있잖아요. 너는 왜 나처럼 안 먹느냐고 비난해봤자 소용없죠. 서로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니까요. 다문화든 아니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외모가 어떻든 나와 다르다고 해서 미워하고 싸워야 할 이유가 대체 뭐가 있겠어요. 우린 다 똑같이 ‘사람’인데요. p45_ 군대에 다녀온 청년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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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법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전문가나 활동가가 아닌 한국에서 사는 이주민 24인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면에 담겨있고 이주민 인권 활동가인 이란주 저자의 코멘트도는 각 이야기 말미에 내용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책속에는 나이와 성별, 종교, 가족의 형태나 이주하게 된 배경 모두 가지각색이지만 공통적으로 "우리는 다 똑같이 사람"이란 말이 특히 더 와닿았다. 실제로 돌봄 공백을 메우고 농축산업에서의 이주노동자 비율만 보더라도 이들은 한국 경제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임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현실에서 드러나는 것까진 알고 있었는데 그 다음 세대 아이들이나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온몸으로 느끼고 경험했던 차별과 부모님 세대와의 갈등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부모 나라의 언어보다 한국어를 먼저 배우고 한국 교육을 받고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사회 구성원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꿈꾸는 일이 개인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정말 실현 가능한 일이 될 수 있게, 함께 공존하는 사회임을 보여주는 지원이 뒷받침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들어주는 귀를 믿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할 때 제때 낼 수 있는 어른이 된다면, 그때 한국 사회는 지금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묵직한 질문과 상상력으로 그려보는 미래의 사회는, 아득하면서도 그저 꿈만 꾸기에는 너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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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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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미래를꿈꾸는이주민입니다
#하니포터5기_나는미래를꿈꾸는이주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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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 핸드셰이크 - 우리가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버네사 우즈 지음, 김진원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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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 핸드셰이크』
버네사 우즈 /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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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각에서 보면 이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연민이든 이타주의든 도덕이든, 인간에게만 고유하다고 굳게 주장하는 이 소중한 특성들이 어디에선가 비롯하기 때문이다. 이들 특성은 그 첫 번째 사람이 어머니 자궁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뚝딱 생겨나지 않았다. 진화는 여정이다. 아주 작은 변화가 다음 변화로 이어진다. 연민이나 이타주의나 도덕 같은 우리 고유의 특성은, 우리가 다른 유인원과 공유하는 무엇인가를 토대로 그 위에 지어 올린 것이다.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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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학책은 세 갈래로 나뉘고 이어진다. 첫번째는 침팬지의 하종이었다가 독립된 종으로 분류된 보노보, 특히 전 세계에서 유일한 보노보 보호구역인 콩코 킨샤사 외곽에 위치한 '롤라 야 보노보'에서 버네사와 브라이언이 연구하며 기록한 이야기, 이들 부부의 사적인 이야기, 그리고 콩코와 인접한 국가 르완다, 우간다와 핏빛으로 얽히고설킨 정치적 사건, 사고들이 그것들이다. 인간과 사회, 국가라는 커다란 세계관 속에 전쟁이 발발하는 동안 피해는 민간인,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실제로 초반에 등장하는 자이나보의 일은 입을 다물수가 없다. 그 참혹함에 온몸에 소롬이 돋을 정도였다. 주술사에게 기다란 음순을 지니면 총알을 막아준다는 말을 듣고 군인들은 자이나보의 음순을 도려낸다. 와중에 집단 강간을 당하고, 넓적다리 살을 먹히고, 젖가슴이 잘리고, 어린 두 딸을 죽여 빻은 카사바 가루에 묻혀 먹히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정신을 잃는다. 콩고의 상황은 이처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다. 자이나보와 같은 일은 경악할 만한 소설속 허구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였다. 이런 현실에서 콩코에서만 서식하는 보노보의 존재는 매우 진귀하다. 보노보는 침팬지와 외형적으로 매우 닮았으나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암컷 중심 사회를 이루고 공동체 평화를 중요시하며 자유분방하게 성교를 한다. 동족을 죽이지 않으며 어린 새끼들에게 관대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서로에게 협력한다. 때론 인간보다 더 인간 같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인간으로 자리매김하기"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노보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우리와 그들'로 나누겠지만 보노보는 '우리'가 있을 뿐이다. 인간만이 가질 법한 이타적인 행동들, 기부하거나, 돕는다거나 보답하고 베푸는 것, 타인을 위해 눈물 흘리는 것, 때론 영웅적인 행동까지도. 하지만 이는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죽은 새끼를 절대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우두머리 미미를 보면 산산조각이 난다. 그 모든 것들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보노보는 보여준다. 오히려 버네사와 브라이언이 투닥대고 콩고 내전과 참혹한 일상이 빈번한 가운데 이런 보노보의 모습은 단연 독보적이다.

책속에는 보노보 외에도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다. 보호구역을 지키는 클로딘과 직원들, 어린 보노보들을 케어하는 사랑스러운 마마들, 버네사가 서서히 이해하게 되는 그의 아버지, 콩고인들... 무수한 인간들 사이에서 보노보는 인간을 닮거나 혹은 다르다. 경계가 희미하다. 개체수가 점점 줄어드는 보노보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까. "우리가 보노보를 잃는다면 우리 자신을 영영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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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참담함이 즐비하는 가운데 버네사만의 찰진(?) 입담 덕분에 종종 웃음이 터진다. 그러다가 한번씩 꼭 눈물도 터진다. 과학책이 사람을 울린다더니, 소문으로만 들어봤지 내가 그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보노보는 정말 사랑이다.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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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에서 배운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어디에 있든 붙들어라. 찾아서 있는 힘껏 꼭 붙들어라. 소심함과 조바심과 어색한 웃음을 견디어라. 당신의 심장에 닿아 고동치는 그 심장을 느껴라. 이 순간에, 이 소중한 순간에 여기 곁에 있어서 정말 고맙다고 전하라. 그러면 당신과 함께하리라. 그리고 분명 알리라. 자신들이 매우, 아주, 몹시 사랑받고 있음을.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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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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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핸드셰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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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지미 친 지음, 권루시안 옮김, 이용대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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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지미 친 / 진선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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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자연은 생존의 원천이다. 문명이 시작될 때부터 우리는 생의 대부분을 야생을 길들이는 데 쏟았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가 만든 웅장한 건축물을 인간의 자존감만을 드러내는 반면, 황야와 극한의 환경은 생명을 확인시켜 주는 자연력을 지니고 있다. 인류 역사 이전부터 지금까지 이어 내려온 이런 놀라운 장소들은 우리 영혼을 젊게 만들어 삶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 준다. _머리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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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 솔로」의 감독이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그래퍼인 지미 친이 포착한 이 사진집은 우리를 어느 산맥이나 남극 대륙으로, 평소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극한의 환경으로 데려간다. 900미터 높이의 뾰작한 화강암 타워를 오른다거나 7일치 식량을 가지고 17일째 산을 오르는 것은 물론 세계 최장에 속하는 오버행 멀티피치를 오르며 지구력을 기른다. 문득 광활한 풍경을 넋놓고 바라보다가 이런 곳을 인간의 몸으로 도전한다는 게 이들에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사진속에서는 모두 위를 향해 오르고 있었다. 정상을 향항 등반! 그래서 저번에 펼쳤을 땐 시선이 풍경에 압도당했다면 이번에는 자연스레 좀더 가까이,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시선이 멈추곤 했다. 다이나믹한 이들의 도전은 단지 의지와 마음만 먹고서 가능하진 않았다. 한번에 성공하지도 않았다. 집으로 되돌아오기도 했으며 기후와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일이기도 했다. 심지어 생명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었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넘어, 자연 앞에서 도전정신과 동시에 겸허함을 받아들이는 것, 또는 정상을 찍고 다시 내려오는 것.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우정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것이라는 건 공통적으로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것이었다. 혼자 지레짐작할 뿐이지만 인간만사새옹지마라고 한 치 앞도 모를 인생사를 압축해서 보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을 수 있었다. 경이로운 풍경속에 작지만 기어코 반짝이는 이들의 도전은 내게 그 이상의 존경심까지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광활한 시원함과 아슬아슬 짜릿함이 매력적인 책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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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태 때문에 안전하게 내려갈 방법은 모두 사라졌다. 우리의 계획은 오로지 인내뿐이었다.

🔖거의 20년 동안 원정을 다닌 끝에 우리 둘의 협력관계는 종종 말을 하지 않고서도 의사가 전달되는 수준에 다다랐다. 우스갯말을 하지 않아도 웃고, 의논도 신경전으로 없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좋은 협력관계는 그런 것이다.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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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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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그곳에 세상 끝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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