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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 핸드셰이크 - 우리가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버네사 우즈 지음, 김진원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평점 :
『보노보 핸드셰이크』
버네사 우즈 /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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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각에서 보면 이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연민이든 이타주의든 도덕이든, 인간에게만 고유하다고 굳게 주장하는 이 소중한 특성들이 어디에선가 비롯하기 때문이다. 이들 특성은 그 첫 번째 사람이 어머니 자궁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뚝딱 생겨나지 않았다. 진화는 여정이다. 아주 작은 변화가 다음 변화로 이어진다. 연민이나 이타주의나 도덕 같은 우리 고유의 특성은, 우리가 다른 유인원과 공유하는 무엇인가를 토대로 그 위에 지어 올린 것이다.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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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학책은 세 갈래로 나뉘고 이어진다. 첫번째는 침팬지의 하종이었다가 독립된 종으로 분류된 보노보, 특히 전 세계에서 유일한 보노보 보호구역인 콩코 킨샤사 외곽에 위치한 '롤라 야 보노보'에서 버네사와 브라이언이 연구하며 기록한 이야기, 이들 부부의 사적인 이야기, 그리고 콩코와 인접한 국가 르완다, 우간다와 핏빛으로 얽히고설킨 정치적 사건, 사고들이 그것들이다. 인간과 사회, 국가라는 커다란 세계관 속에 전쟁이 발발하는 동안 피해는 민간인,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실제로 초반에 등장하는 자이나보의 일은 입을 다물수가 없다. 그 참혹함에 온몸에 소롬이 돋을 정도였다. 주술사에게 기다란 음순을 지니면 총알을 막아준다는 말을 듣고 군인들은 자이나보의 음순을 도려낸다. 와중에 집단 강간을 당하고, 넓적다리 살을 먹히고, 젖가슴이 잘리고, 어린 두 딸을 죽여 빻은 카사바 가루에 묻혀 먹히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정신을 잃는다. 콩고의 상황은 이처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다. 자이나보와 같은 일은 경악할 만한 소설속 허구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였다. 이런 현실에서 콩코에서만 서식하는 보노보의 존재는 매우 진귀하다. 보노보는 침팬지와 외형적으로 매우 닮았으나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암컷 중심 사회를 이루고 공동체 평화를 중요시하며 자유분방하게 성교를 한다. 동족을 죽이지 않으며 어린 새끼들에게 관대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서로에게 협력한다. 때론 인간보다 더 인간 같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인간으로 자리매김하기"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노보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우리와 그들'로 나누겠지만 보노보는 '우리'가 있을 뿐이다. 인간만이 가질 법한 이타적인 행동들, 기부하거나, 돕는다거나 보답하고 베푸는 것, 타인을 위해 눈물 흘리는 것, 때론 영웅적인 행동까지도. 하지만 이는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죽은 새끼를 절대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우두머리 미미를 보면 산산조각이 난다. 그 모든 것들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보노보는 보여준다. 오히려 버네사와 브라이언이 투닥대고 콩고 내전과 참혹한 일상이 빈번한 가운데 이런 보노보의 모습은 단연 독보적이다.
책속에는 보노보 외에도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다. 보호구역을 지키는 클로딘과 직원들, 어린 보노보들을 케어하는 사랑스러운 마마들, 버네사가 서서히 이해하게 되는 그의 아버지, 콩고인들... 무수한 인간들 사이에서 보노보는 인간을 닮거나 혹은 다르다. 경계가 희미하다. 개체수가 점점 줄어드는 보노보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까. "우리가 보노보를 잃는다면 우리 자신을 영영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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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참담함이 즐비하는 가운데 버네사만의 찰진(?) 입담 덕분에 종종 웃음이 터진다. 그러다가 한번씩 꼭 눈물도 터진다. 과학책이 사람을 울린다더니, 소문으로만 들어봤지 내가 그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보노보는 정말 사랑이다.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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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에서 배운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어디에 있든 붙들어라. 찾아서 있는 힘껏 꼭 붙들어라. 소심함과 조바심과 어색한 웃음을 견디어라. 당신의 심장에 닿아 고동치는 그 심장을 느껴라. 이 순간에, 이 소중한 순간에 여기 곁에 있어서 정말 고맙다고 전하라. 그러면 당신과 함께하리라. 그리고 분명 알리라. 자신들이 매우, 아주, 몹시 사랑받고 있음을.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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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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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핸드셰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