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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올리앤더』
#서수진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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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구석 덩굴처럼 얽힌 올리앤더 나무에 진분홍색 꽃이 잔뜩 달려 있었다. 엄마는 올리앤더 꽃에 독소가 있다며 만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온 가족이 꺼리며 가까이 가지 않았는데도 여름이면 끈질기게 꽃을 피웠다. 그 나무가 다였다. 작은 뒷마당에는 독이 있는 꽃을 피워내는 올리앤더 나무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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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한 엄마의 무난한(?) 재혼생활을 위해 떠밀리듯 호주로 유학을 떠난 해솔. 썸머힐 하이스쿨에서 버스로 다섯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는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된 해솔은 자신과 같은 학년의 클로이와 아줌마 부부와 같이 살게 되었다. 한국에서 최상위권을 지켰던 해솔에게 이곳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시도 때도 없이 보는 쪽지시험도, 레벨 테스트도 선행도 없었다. 매일 가는 학원은 커녕 주 2회 학원 등록 과외까지 하면 극성 소리를 듣는 곳이다. 해솔과 마찬가지로 같은 학년인 한국인 친구들은 중 치의대를 준비하는 클로이 역시 어린시절부터 의사가 돼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자랐다.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꿈꾼적도 없이 엄마의 꿈이 클로이의 미래로 기정사실화됐다. 부유촌에서 거주하지만 실상은 빠듯한 형편이라 홈스테이 학생을 받으며 살림에 보탠다. 엘리는 유학생 부모에게서 태어나 줄곧 호주에서 자랐다.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하고 공부엔 영 관심이 없다. 하지만 엘리의 부모는 엘리가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고 스폰서 비자를 받아 자신들을 구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 소녀들은 유학생, 이주민,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일상을 이어나간다. 때론 무심하게, 때론 예민하게, 때론 위험하게. 각자의 속사정을 삼킨 채 묵묵히 얼레를 쥐고 흔들어대는 부모들의 꿈을 안고서 연처럼 날고 있었다.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답답한 것은 당연했다. 연은 분명 하늘을 향해 바람을 타고 안전하게 날아가고 있는데 언제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이들은 위태로웠으니까. 부모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 하는 걸까. 타인에 의해 온전한 내가 될 수 없는 일이란, 그 누구라도 견디기 힘든 일일텐데... 아이들은 고비의 순간, 그 문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넘고 있었다. 스스로 줄을 끊거나 계속 매달려 있거나 또는 진작에 끊어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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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대학에 가든 안 가든, 육체노동이나 다른 무슨 일을 하든 수영장 딸린 집에 살면서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다면.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라고 애들을 겁줄 만한 예시가 충분하지 않다면. 그렇다면 대학에 못 갔다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 이유가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p159
🔖“제가 먼저 자퇴하면 돼요.”
그때 해솔의 머릿속에서 구슬 목걸이가 끊어졌다. 몇 년에 걸쳐 모아온 구슬이 산산이 흩어졌다. 침대 아래로, 서랍장 뒤쪽으로, 문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떤 구슬도 아쉽지 않았다. 해솔은 자신이 구슬 목걸이를 직접 끊어버렸다는 걸 알았고, 그게 중요했다.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서사였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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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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