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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평점 :
#키르케 #매들린밀러 #이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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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 신족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 키르케.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만큼 불같은 성미를 가진 아버지와
탐욕과 오만이 흐르는 물같은 님프 어머니 사이에서 닮은 거라곤 신의 혈통 말고 없는 그녀는 무지근한 고통이
전부라고 믿으며 아버지의 신전에서 부유하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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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말로 '취직'이 아닌 '취집' 그러니까 잘난 남자 만나서 시집이나 잘가고 그들의 보석상자 속 보석같은 아이들을
많이 출산하고 남편과 부모에게 내세울만한 이야기거리나 만들어주면 하급 여신의 위치가 나름 봐줄만 했다.
당시 여성의 삶을 반영했다 하더라도 21세기에도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드는 건..오랜 세월 누적되어 온 남성중심주의가 서양이든 동양이든간에 밑바탕에 천지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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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키르케는 인간의 목소리를 닮았고 인간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꼈으며 인간을 사랑했다.
위대한 신들(가족)에게 무관심과 멸시,혐오,냉대를
받으며 자란 탓에 자연스레 인간적인 모습에 끌렸는지,
타고난 천성인지간에 알 수 없지만(혹은 둘 다 일지도..?)
그녀는 그런 자신을 지키며 꿋꿋히 운명을 향해 나아간다.
어린 시절, 프로메테우스가 그녀에게 말했듯이
'모든 신이 똑같을 필요는 없어' 를 종종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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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아이에섬으로 유배 당한 뒤 그녀를 마녀답게
이끈 것도 난폭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이었고 연이은
사랑에 빠진 것도 인간들이었다.
다이아달로스, 오디세우스, 모성애로써의 반신반인 아들 텔레고노스 그리고 텔레마코스까지.
수천 년을 살아 온 키르케에게 그들은 찰나의 생채기 같은 흔적과 기억을 남기지만 생애 마지막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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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익히 들었던 그리스 신화를 떠올리다보면 소설 속
등장하는 신들과 영웅, 인간들이 더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색다른 재미로
읽힐 것이고 전혀 모르는 독자가 본다 해도 500페이지에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시간 순삭 당할테니 으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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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 밀러가 새로운 시각으로 써내려간 키르케,
인간적인 때론 마녀다운 면모를 지키며 운명에 스스로를
내거는 데 과연 그녀는 이룰 수 있을까?
한편으론 오늘을 살고 있는 음유시인들은 그녀를 어떻게
노래할 지 꽤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