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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 천재들이 사랑한 슬기로운 야행성 습관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요즘 생활을 돌아보면 야행성에 가깝다. 늦게까지 해야할 공부를 하고, 봐야할 책을 읽고, 써야할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군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군대를 마치고 복학했던 첫 1년은 그야말로 아침형 인간이었다. 제대하고 1년 가까이 지나서 복학 했기에 군기도 다 빠졌을 때 인데, 1년을 매일 첫차를 타고 학교에 갔다. 학교 도서관의 불을 내가 켜고, 창문을 열고 상쾌한 새벽공기를 마시는게 나의 하루의 시작이었다. 7시 쯤 도착해서 첫 수업이 있기 전까지 2시간이 정말 공부가 잘 됐다. 그럼 난 아침형 인간인가?
이 책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은 대놓고 밤늦게 지적생산활동을 하라고 권한다. 저자 자신이 지독한 야행성 인간이긴 하지만, 사실 그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야행성, 아니 밤늦게 하는 활동들의 장점이 분명 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아침에 2시간 가량을 공부할 수 있었는데, 한창 공부가 잘 될 때도 9시에 수업이 있어 멈춰야만 했다. 하지만 밤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공부가 잘 되면, 조금 더 하다가 자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밤에는 세상이 고요하다. 다른 시선을 뺏는 것들이 없기에 집중력도 높아진다. 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외에도 밤의 장점을 책 전반에 걸쳐 설명하지만, 이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또 각자의 선호에 맞게 지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사람은 어떤 환경에도 적응을 하게 되어있고 내가 상황에 맞게 아침형으로 지내던지, 야행성으로 지내던지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하루는 아침형이었다가 다음 날은 야행성이고 하면 몸이 상한다. 꾸준함이 중요하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책은 제목에서, 그리고 곳곳에서 야행성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중심은 '지적생산술'이다. 어떻게 하면 지적생산술을 높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거다. 그런점에서 아침형 사람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조금 아쉽기는 하다만.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지적 생산술을 높이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입력 - 가공 - 출력의 단계로 정리하여 알려준다. 우리가 좋은 글을 쓴다거나,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고 했을 때 그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우리 머리속에 좋은 재료들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첫 단계는 입력이다. 저자는 밤에 할 수 있는 것으로 독서를 강력하게 권하지만, 독서 이외에도 티비프로그램이라던지 영화와 같은 다양한 미디어도 추천해주고 있다. 그렇게 입력을 끝 마치고 나면, 이제 자신만의 시선을 넣어 가공하는 방법을 얘기한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사건이나 사물을 바라보기도 하고, 때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도 추천한다. 발상의 전환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생각한 것들을 어떻게 쏟아낼지도 얘기한다. 메모를 하는 것부터 꾸준히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며 100% 완벽한 것은 아니더라도 다량으로 쏟아낼 것을 주문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잠재 능력을 최대로 끌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블로그 글을 쓰는 순간도 새벽1시가 넘어 고요한 밤이지만, 꼭 야행성이 지적생산에 최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기 전에도 그랬고, 읽고 나서도 그 부분은 선듯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새벽의 맑은 정신에는(야행성 인간은 새벽에 정신이 맑지 않다고 하는데, 일어나자마자는 그렇지만 잠을 깨고 나면 맑지 않을까 싶다) 입력을 하는 것에 용의하고, 고요한 밤이 왔을 때는 내 마음 속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감성적이 되기 때문에 감성적인 생산에 좀 더 효율적이지 않나 싶다. 학술적 논문을 작성하거나 하는 것은 맑은 머리에, 일기나 감성적 글을 쓰는 것은 고요한 밤이 좋다. 나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