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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쟁 - 헤지펀드 사람들의 영광과 좌절
바턴 빅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평소 헤지펀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기전에 헤지펀드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담아낸 책을 두권 읽었는데 마침 조선일보에서 <투자전쟁>을 소개하는 글을보고 구입을 결심하게 됐다.
처음 받았을때 값에 비해 분량이 많지 않아 다소 아쉬웠지만( 두꺼운 하드케이스와 종이, 큰 활자체로 500여
쪽 정도이다, 반면에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은 얇은 표지와 종이, 작은 활자체로 800쪽이 넘는다. 책은
보는 것이지 장식이 아니지 않는가) 서문에서부터 헤지펀드계 종사자의 논픽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금세 그런 아쉬움은 사라졌다.
책은 재미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재미있었다. 헤지펀드의 역사를 알 수 있었고 그 속의 개성넘치는 인물들,
투자세계의 심오함, 그리고 격정적인 월스트리트의 세계 모두 나의 호기심과 관심을 충족시키는데 충분했다
특히 저자인 바턴빅스 본인이 직접 모건스탠리에서 나와 헤지펀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은 투자자유치의
어려움과 석유 공매도에 관한 쓰라린 경험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화려하기만 보이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고뇌를 여과없이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소개하는 헤지펀드 매니저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 그 것도 한사람 한사람 면면이 모두 다르다.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그 속에서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명문 학교만을 달려온 귀족적인 투자가, 그리스에서 이
민 와서 캠퍼스 근처에는 가보지 않은 신비주의적인 투자가, 시장추세는 무시하고 오로지 펜던멘털만을
근거로 투자하는 이, 시장 종교적인 모멘텀 투자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뛰어난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엄청난 성공,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실패, 생활, 거기서 나오는 투자 교훈은 20대의 경영학도인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내용의 깊이에 대해 평하자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투자전쟁이라는 제목에 여러사람이 재
밌다고 하니까 어떤 자서전이나 소설쪽에 가깝게 여긴다면 책을 완독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다.
(추세적 약세니, 순환적 약세니 하는 기술분석 용어와 통계자료가 나오는 순간 책을 덮을 수도 있다)
바턴빅스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서 독자층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어쩌면 자기딴에는
쉽게 이야기했을수도 있지만 그것이 일반독자들이 받아들이기는 상당히 힘들어 보인다. 각종 투자용어
들이 난무함은 물론이고 여러 통계적 분석들도 동원되고 있다. 또한 익숙치 않은 월스트리트나 서구의 투자
역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해 지루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책의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본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을때는 편하게 읽을려고 하기 보다는 모르는 용어와 내용을 이해하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추천컨데 책을 읽을 때 확실하게 이해가 안되는 내용이 나오면 일단 그 내용에 중에 모르는 용어
가 있는 지 확인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확히 이해하라.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되겠지만 빅스가 언
급하는 여러 도서들을 알라딘에서 검색해서 줄거리와 목차를 대충 훑어라. 절판된것도 많다. 그럴경우
인터넷 검색으로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라. 예를 들어 벤저민 그레이엄의 <유가증권분석>
은 번역이 된건지 안된건지 찾을 수 없다. 이럴때는 인터넷 검색을 해서 유가증권 분석에 대한 내용이 잘
들어나있는 글을 몇개 읽으면 된다.
책에 관해 이렇게 칭찬하면서도 평점에 별3개의 짠돌이 정신을 발휘한 것은 체계와 구성이 독서를 해나가
가는데 짜증스러울 정도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목차를 보기만 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것이다.
처음에는 바턴빅스 본인 얘기를 한다(일기형식으로 쓰기도 한다). 그러다가 헤지펀드 업계와 펀드매니저들
이야기를 하다가 마치 갑자기 다른 책으로 전환한 듯 올바른 투자분석 자세와 투자역사를 언급한다. 그러다
다시 투자가 이야기를하고 자산유지 방법으로 갔다가 투자회자 선택 방법간다, 그리곤 자신이 겪은 미스테
리한 이야기를 해대다 마지막엔 경제학자 케인스에 대한 서술로 이 중구난방 글쓰기를 마무리한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글이 공감을 얻기위해서는 내용의 통일성과 일관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큰
주제에서 소주제로 소주제에서 구체적인 서술로, 다시 다른 큰주제어서 소주제로 구체적인 서술로, 이렇게
글 전체적으로 체계를 가지고 있을 때 독자들은 책이 말하고자하는 바(주제)를 정확히 이해한다.
바턴빅스가 훌륭한 투자자임은 분명하지만 내가 볼때 글쓰기만큼은 젬병이다. 하고싶은 말을 하고싶을 때
에 쓴거 밖에 없다(번역은 훌륭하다). 출판사에서 좀더 체계적으로 편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비록 그 무성의한 체계에 읽는 데 피곤하겠지만 이만한 헤지펀드 경험담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일독을 강력
히 권한다.
p.s 읽다가 모르는 게 많다고 짜증내지 말라. 찾아보면 다 이해 할 수 있다. 그렇게 읽고나면 투자상식이 한
층 업그레이드 할거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헤지펀드에 관심은 있는데 정신적인 긴장이 덜 필요한 도서를
찾는다면 <헤지펀더, 추악한 미국인들>과 <매직 램프>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