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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생활백서 -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남자들의 생활 기술
에스콰이어남자생활연구회 엮음 / 가야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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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알라딘 화제의 책에 올라서 무심코 클릭했는데 강력한 할인의 매력에 이끌려 구입했다. 일단 한마디 하자면 지금 당신이 이 리뷰를 보고 있는데 아직도 3000원 할인쿠폰을 주고 있다면 사라. 사서 남자라면 읽고 좀 각성하고 변화해라. 여자라면 사서 남자친구나, 오빠,남동생, 그냥 남자인 친구(?)등에게 선물하라. 잡지한권값인데 가격대 성능비로 볼때 이만한 책 보기 힘들다.

  책은 7장에 걸쳐 나누어져있는데 한 줄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남자들! 자기관리 잘해서 능력있는 남자!  여자와 연애할 줄 아는 멋진 남자! 가 되자" 

  요 근래에 연애지침서나 남녀관계에 관한 책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나 역시 유명한 책 몇권을 읽어봤는데 그 중에는 조금 이론적이라서 지루한 책도 있었고 알려진 것만큼 내용이 실하지 않은 책도 있었다. 남자생활백서의 경우에는 있을거 다 있는데 재미도 있어서 술술 읽히면서 공감도 했다. 특히 순화되지 않은(?) 에디터들의 진솔한 말투와 어휘들 덕에 웃으며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이론적이고 좀 심도 있는 연애서를 원한다면 별로 권하지 않지만 당장에 부딪치면서 궁금한 점들을 속시원히 알기에는 그만이다.

  능력에 관련된 내용을 간단하게 분류하면 돈, 패션, 그리고 섹스이다..먼저 이 책이 돈에 관련된 내용은 좀 부족하다. 직장내에서 가져야 할 남자들의 자세나  재테크에 관한 언급이 너무 지엽적이고 당연한 말의 서술이 많다. 평점을 별 4개로 주려다 하나 깍은 이유이기도 하다. 잡지의 연재기사를 모아 놓은 책이다보니 그런 장기적인 서술이 필요한 주제에 대해 빈약한게 사실이다. 패션 내용들은 너무 많지도 않고 너무 적지도 않게 적절한 분량만큼 잘 소개되어 있다고 본다. 구두나 수트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섹스에 관련된 내용을 참 흥미롭게 읽었다. 읽고나서 든 생각이지만 이제는(어쩌면 이미 옛날부터) 섹스도 감춰야 될게 아니라 남자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로 여자들로부터 요구받는 사회가 되었다고 느꼈다. 나도 남자다. 혹시 이 리뷰를 읽는 분이 남자인가?  섹스... 열심히 공부하고 잘 하자..

  바야흐로 남자들이 살아가기 꽤나 험난하고 피곤한 시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라면 이런책 한 권쯤 은 지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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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막 7장 그리고 그 후 - 멈추지 않는 삶을 위하여
홍정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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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 어렸을 때 친구집 책장에 꽃혀있던 7막7장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때는 그저 이런사람도 있구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로부터 십여년이 흐르고 군대 생활을 하면서 복간된 이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병장 생활의 지루함을 달래 보려고 무심코 구입했는 뜻밖에도 하루를 홀딱 보낼 정도로 흠뻑 빠져 읽었다.

 그는 잘난 사람이다. 요즘처럼 조기 유학이 많지 않았던 80년대에 미국의 명문 보딩스쿨에서 당당히 주류로 수학했다. 그리고 하버드와 스탠퍼드 로스쿨을 거치면서 WASP들 조차 부러워할만한 영미권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로스쿨 졸업 후 유명 투자금융회사에서 인수합병 업무를 맡았었고 최종적으로는 국내 언론사를 인수해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언론사 CEO가 되었다. 마치 실패를 모르는 소설 속의 가공인물을 보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그의 꿈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했겠지만 난 그 전에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그의  문학과 철학에 대한 깊은 조예를 짚어주고 싶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영미시들과 이름조차 잘 들어보지 못했던 인물들의 사상과 명언은 나의 인문학적 소양에 많은 자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보는 윤동주의 시를 비롯해 생소한 여러 국내 문학작품을 자신의 인생 단락 단락마다 자연스럽게 읊조리는 그의 모습에 십수년간 국내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으로써 매우 부끄러웠다. 인문학에 대한 그의 깊고 넓은 독서력과 감상능력, 그리고 여느 전문작가 못지 않은 뛰어난 표현력은 그것만으로도 두고 두고 내 옆에 <7막 7장>을 두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아무리 깊은 들 그가 보여주는 강렬한 아니 광기스러운 열정을 대신해 이 책의 주제가 될 순 없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승부욕이고 엄청난 의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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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독해 절대로 하지마라
정찬용 지음 / 워너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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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주장은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에 매우 자세하게 나와있다. 그리고 그 주장의 핵심은 지금의 영어학습방법은 잘못되었다는 것이고 그 대안으로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게 하는 듣기 중심의 새로운 학습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 되어있다. 말많은 그 방법대로 하던 안하던 영절하는 한번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이 책은 아니다. 읽어보면 흥미롭기도 하고 저자의 영문을 대하는 마인드를 잘 알순 있지만 그다지특별할게 없다. 몇장이면 설명이 다 끝날 얘기를 책 한권 정도 분량으로 여러 예시를 제시해가며 이야기한데 불과하다. 나 역시 저자의 영어에 대한 마인드에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그 "읽으면 된다"는 얘기는 영절하에 적힌 3,5단계 방법에 쓴 것만으로 충분하다. 나머지는 독자들이 생각하면서 실제 겪으면서 깨달을 일이다.

  한국식 영어 학습법에 대한 저자의 시원한 비판을 듣고 싶어 구입했다. 분명 지금의 영어학습법은 문제가있다.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사람이다. 명문대에 다니고 있고 고등학교 때 열심히 단어 외우고 독해문제집 풀었지만 느낀건 이건아니다 였다. 실제 수능 외국어 영역을 치를 때 내가 했던 방식은 이 책에서 말하는 "통박"풀기가 대부분이었고(문법문제는 물론 다르게 풀었다. 이것저것 수식해가면서 ;;) 그것이 더 잘 먹혔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동의하리라 본다. 

  정찬용 팬이고 그의 방법을 실행하려는 사람. 아니면 실행중인 사람이거나 성공한 사람이 한권정도 더 관심삼아 읽어보는 건 괜찮다. 그의 안티라면 읽지말라. 내용을 알고 싶은데 사긴 싫은 사람은 다음 내 글을 보면 충분하다.

  "1. 영문을 보다가 모르는 건 넘어가라 아는 것 중심으로 쭉쭉 통독하라. 

    2. 각종 객관식 영어 시험을 볼 때는 문제와 보기를 먼저보고 본문을 본뒤 통박으로 풀어라.게임하듯

    3. 영문을 잘 읽는 방법은 영어 원서를 사전 찾지 않고 반복해서 통독하는 것이다.  이때 소리내어  읽으면 더욱 좋다."

p.s 안티도 많긴 하지만 실제 성공했다는 사람 꽤 된다. 진정한 영절하라는 다음까페에 가보면 영절하식     성공경험담이 꽤있다. 너무 한쪽 방면으로 치우치지 말고 균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라.  그리고 영절하 방식 5단계까지 마스터한 고수나, 다른 방법으로 매우 뛰어난 성취를 한 분들 있으면 쪽지나 메일로 의견교류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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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쟁 - 헤지펀드 사람들의 영광과 좌절
바턴 빅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평소 헤지펀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기전에 헤지펀드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담아낸 책을 두권 읽었는데 마침 조선일보에서 <투자전쟁>을  소개하는 글을보고 구입을 결심하게 됐다.

처음 받았을때 값에 비해 분량이 많지 않아 다소 아쉬웠지만( 두꺼운 하드케이스와 종이, 큰 활자체로 500여

쪽 정도이다, 반면에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은 얇은 표지와 종이, 작은 활자체로 800쪽이 넘는다. 책은

보는 것이지 장식이 아니지 않는가) 서문에서부터 헤지펀드계 종사자의 논픽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금세 그런 아쉬움은 사라졌다.

  책은 재미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재미있었다. 헤지펀드의 역사를 알 수 있었고 그 속의 개성넘치는 인물들,

투자세계의 심오함, 그리고 격정적인 월스트리트의 세계 모두 나의 호기심과 관심을 충족시키는데 충분했다

특히 저자인 바턴빅스 본인이 직접 모건스탠리에서 나와 헤지펀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은 투자자유치의

어려움과 석유 공매도에 관한 쓰라린 경험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화려하기만 보이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고뇌를 여과없이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소개하는 헤지펀드 매니저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 그 것도 한사람 한사람 면면이 모두 다르다.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그 속에서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명문 학교만을 달려온 귀족적인 투자가, 그리스에서 이

민 와서 캠퍼스 근처에는 가보지 않은 신비주의적인 투자가, 시장추세는 무시하고 오로지 펜던멘털만을

근거로 투자하는 이, 시장 종교적인 모멘텀 투자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뛰어난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엄청난 성공,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실패, 생활, 거기서 나오는 투자 교훈은 20대의 경영학도인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내용의 깊이에 대해 평하자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투자전쟁이라는 제목에 여러사람이 재

밌다고 하니까 어떤 자서전이나 소설쪽에 가깝게 여긴다면 책을 완독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다.

(추세적 약세니, 순환적 약세니 하는 기술분석 용어와 통계자료가 나오는 순간 책을 덮을 수도 있다)

바턴빅스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서 독자층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어쩌면 자기딴에는

쉽게 이야기했을수도 있지만 그것이 일반독자들이 받아들이기는 상당히 힘들어 보인다. 각종 투자용어

들이 난무함은 물론이고 여러 통계적 분석들도 동원되고 있다. 또한 익숙치 않은 월스트리트나 서구의 투자

역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해 지루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책의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본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을때는  편하게 읽을려고 하기 보다는 모르는 용어와 내용을 이해하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추천컨데 책을 읽을 때 확실하게 이해가 안되는 내용이 나오면 일단 그 내용에 중에 모르는 용어

가 있는 지 확인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확히 이해하라.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되겠지만 빅스가 언

급하는 여러 도서들을 알라딘에서 검색해서 줄거리와 목차를 대충 훑어라. 절판된것도 많다. 그럴경우

인터넷 검색으로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라. 예를 들어 벤저민 그레이엄의 <유가증권분석>

은 번역이 된건지 안된건지 찾을 수 없다. 이럴때는 인터넷 검색을 해서 유가증권 분석에 대한 내용이 잘

들어나있는 글을 몇개 읽으면 된다.

  책에 관해 이렇게 칭찬하면서도 평점에 별3개의 짠돌이 정신을 발휘한 것은 체계와 구성이 독서를 해나가

가는데 짜증스러울 정도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목차를 보기만 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것이다.

처음에는 바턴빅스 본인 얘기를 한다(일기형식으로 쓰기도 한다). 그러다가 헤지펀드 업계와 펀드매니저들

이야기를 하다가 마치 갑자기 다른 책으로 전환한 듯 올바른 투자분석 자세와 투자역사를 언급한다. 그러다

다시 투자가 이야기를하고 자산유지 방법으로 갔다가 투자회자 선택 방법간다, 그리곤 자신이 겪은 미스테

리한 이야기를 해대다 마지막엔 경제학자 케인스에 대한 서술로 이 중구난방 글쓰기를 마무리한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글이 공감을 얻기위해서는 내용의 통일성과 일관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큰

주제에서 소주제로 소주제에서 구체적인 서술로, 다시 다른 큰주제어서 소주제로 구체적인 서술로, 이렇게

글 전체적으로 체계를 가지고 있을 때  독자들은 책이 말하고자하는 바(주제)를 정확히 이해한다.

  바턴빅스가 훌륭한 투자자임은 분명하지만 내가 볼때 글쓰기만큼은 젬병이다. 하고싶은 말을 하고싶을 때

에 쓴거 밖에 없다(번역은 훌륭하다). 출판사에서 좀더 체계적으로 편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비록 그 무성의한 체계에 읽는 데 피곤하겠지만 이만한 헤지펀드 경험담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일독을 강력

히 권한다.

 

p.s 읽다가 모르는 게 많다고 짜증내지 말라. 찾아보면 다 이해 할 수 있다. 그렇게 읽고나면 투자상식이 한

    층 업그레이드 할거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헤지펀드에 관심은 있는데  정신적인 긴장이 덜 필요한 도서를

     찾는다면 <헤지펀더, 추악한 미국인들>과 <매직 램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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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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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추석 연휴가 이틀 지난 목요일 아침이었다. 밖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날은 밖으로 나가기가 참 꺼려진다. 무심결에 어제 배송된 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사도세자의 고백….. 제목과 책 소개가 마음에 들어 구입했지만 추석탓이었는지 배송이 늦어져 연휴 때 차 한잔하며 여유롭게 독서를 즐기려 했던 내 계획을 무산시킨 그 책이었다.

  비가 거칠게 몰아치고 있는데다가 왠지 음산한 기운마저 드는 오늘 같은 날에 역사 미스테리물이라…그것도 괜찮은 그림이라고 생각이 들어 이내 책을 펼쳤고 반나절이 넘는 시간동안 8부작 대하드라마가 펼쳐질지 짐작도 못한 채 책 속에 깊이 빠져들었다.

  드라마는 주인공 사도세자의 출생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사도세자 사건의 뿌리가 되는 숙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숙종은 정처로부터 자식이 없어 후궁 장희빈의 소생인 균을 세자로 명했다. 노론은 장희빈의 죽음에 관여한 사실 때문에 균의 즉위를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숙종이 승하하고 균은 재위에 오른다.

  경종 시대는 드라마 전체적으로 볼 때 소론의 짧은 반격기였다. 경종이 재위 4년만에 승하함에 따라 그 동생 연잉군이 영조로 등극하고 그것은 잠시나마 누렸던 소론시대의 종말을 의미했다.  다행히 당파 싸움에 염증을 느낀 영조가 탕평을 추구함에 따라 소론이 정치일선에서 완전히 소외된 것은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정국의 주도권은 노론이 쥐고 있었고 호시탐탐 소론 탄압에 골몰했다. 그 와중에 비극의 주인공인 사도세자가 태어나고 그는 성장하면서 언행에 있어서나 학문에 있어서 제왕으로서 갖추어야할 자질을 충분히 보여주어 영조와 주변을 흡족하게 했다.  

   그러나 이런 세자도 노론과 소론이라는 당시 대립구도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정치적 운명을 피할 수 없었으며 바로 여기서 비극은 잉태된다. 나주 벽서 사건으로 인해 영조는 그 동안의 균형감각을 잃어버리고 노론과 함께 소론에 대한 정치탄압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사도 세자는 소론을 감쌌다. 그것은 노론으로 하여금 사도세자는 소론과 같은 쪽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때부터 영조 노론과 사도세자 소론의 갈등은 증폭되었고 멈출 줄 모르던 양측의 갈등은 관서미행과 나경언의 고변을 계기로 영조가 자신의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속에서 가둬 죽이는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빚어냈다. 노론의 승리였고 권모술수의 승리였으며 정의의 실종이었다. 이 장면에 이르러서는 나도 슬픔과 분노에 눈시울이 붉어져왔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  사도세자 사건으로 완전히 정권을 장악한 노론도 사도세자의 아들인 세손의 등극만큼은 막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영조 승하 후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 시대가 열렸다. 아버지의 비참한 죽음을 현장에서 목격한 세손, 노론의 집요하디 집요한 견제를 참고 참고 또 참아온 세손.. 그런 세손이 왕위에 오른 것이다. 재위 첫날 그는 그의 가슴뿐만 아니라 그 동안 관객으로 드라마를 보아온 나의 답답했던 가슴마저 뻥하고 뚫어주는 감동적인 일갈을 했고 그 한문장의 외침은 내 가슴속에서 한참동안 울려왔다.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그 말을 시작으로 반전은 시작되었다. 그는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이들을 하나씩 하나씩 처벌하면서 사도세자의 한을 풀었다. 또한 한 세기 가까이 소외받았던 남인을 적극 등용하면서 백성을 위한 정치에 매진했다. 재위 24년이 되는 해 등에난 종기로 인해 정조가 승하함으로써 조선사 마지막 불꽃이라는 정조시대는 막을 내렸고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이 드라마 역시 막을 내렸다.
  
  책을 덮을 때 즈음 밖의 빗줄기도 현저히 약해져 있었다. 마치 억울하게 뒤주 속에서 죽어간 사도세자를 애도하듯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레 한줄기 한줄기 떨어져 내렸다..

  E.H 카는 그의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로 규정했다.  상식적인 의미에서 대화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나의 말을 들려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의 제목을 ‘사도세자의 고백’으로 명명한 것은 의미 있어 보인다. 과거를 사는’ 사도세자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구체적인 사료에 기반한 역사 추리소설의 형태로 전달한 책이라고 정의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백미는 단연 그 극적 긴장감에 있다. 노론과 사도세자는 각각 갈등의 한 축을 형성해 서로 대립하고 충돌한다. 양자의 갈등은 책의 페이지수가 넘어가면 넘어갈수록 계속해서 절정으로 치닫고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게되는 사건을 정점으로 ‘펑’하고 터져버린다. 이렇듯 책의 긴장감은 근본적으로 소설 속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대화와 사건을 그 진원지로 한다. 그 점을 작가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교과서적 소설 구조로 충실하게 구현해놓았다.  문체상으로도 긴장감을 추구하는 현대소설이 대체로 그렇듯 긴 호흡의 만연체보다는 짧은 호흡의 간결체를 쓰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쳤다면 <사도세자의 고백>은 흥미로운 역사 소설에 하나임에는 분명하나 반나절 동안 독자를 붙들만한 흡입력을 가진 ‘드라마’로 승화 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갈등이 심화되는 동안 작가는 시종일관 전지적 시점으로 책 속에 적극 개입한다. 인물들이 겪는 심리적 변화와 내적 갈등을 조금 과장하면 맥박 뛰는 것도 느낄 수 있을만큼 자세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인물의 행동이나 사건 중에 그 사실이나 이유 여부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나 작가 자신이 이상하게 여기는 점, 혹은 독자들이 의문스러워 할만한 것들을 대함에 있어서는 작가 특유의 추리로 풀어나간다.  바로 이 추리력이 책의 긴장감에 흡입력이라는 생명을 불어넣는 실체인 것이다. 결코 작가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추리를 늘어놓지 않는다. 제한적이지만 실존하는 사료를 바탕으로 그 당시의 앞뒤 정황을 다 재어본 뒤 논리적인 추론과정을 거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다. 그것이 갖는 강한 설득력으로 인해 독자들은 책의 내용에 공감하게 되고 작가가 안내하는대로 책의 긴장감있는 이야기에 빠져드게 되는 것이다.

   앞서 서술했듯 <사도세자의 고백>은 단순히 재미라는 측면만 보더라도 충분히 별다섯개 만점에 세개를 먼저 줘도 아깝지 않다. 다만 지금까지는 책의 내부적인 요소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는데 논의를 좀더 진전 시켜 독자론적 관점에서 우리가 책에서 읽어내야할 교훈이 과연 무엇인지 파악해 볼 필요성도 있다.

  금세기 최고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사회를 창조적 소수자와 비창조적 다수자로 이분했다.  기존의 지배 소수자에게 창조적 소수자가 도전하고 비창조적 다수자인 대중이 그들을 지지(※’미메시스’라고 하지만 논의의 편의상 지지라고 칭하겠다)함으로써 역사가 발전해나간다는 견해를 폈다.  대중의 지지를 받은 창조적 소수자는 새로운 지배 소수자가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 역시 새로운 창조세력에게 도전을 받는다. 그것이 반복되면서 역사는 한발 한발 나아간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항상 창조적 소수자들이 지배소수자에게 승리를 거두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어쩌면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지배 소수자는 가능한한 새로운 창조적 소수자의 등장을 가로막고 그들을 억압한다. 그런 뒤에는 그들이 행했던 억압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의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 역사서 저술이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을 대할 때 비판적인 시각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비단 역사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어떤 사실을 판단할 때는 항상 자신의 건전한 상식과 논리에 비추어 보는 습관이 필요하고 미심쩍은 부분은 의문을 품을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사실이라고 여겨지는 내용의 숨겨진 이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요구된다. 책머리에 나오듯 저자가 책을 저술하게 된 계기도 그동안 사도세자 사건을 판단하는 데 주로 의존했던 사료인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면서였다. 그 의구심은 상당 부분 합리적인 것이었고 그것을 발판으로 다른 사료들을 살펴 보면서 그가 품었던 의구심은 사실로서의 여지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비판정신과 관련해 책 속에서 눈여겨서 살펴볼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나주 벽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사도세자의 태도이다. 그는 그의 아버지인 영조와 노론의 주장에 논리적인 맹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나주 벽서 사건이 소론에 대한 정치탄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다했다. 비록 그 것이 훗날 비극을 부르긴 했지만 그의 용기있는 비판정신은 마땅히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쉬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본받아야 한다

   한가지 더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금언에서 찾을 수 있다. 숙종 이후 조선시대 정치상황은 그야말로 복수의 연속이었다. 정치보복이 또 다시 다른 정치보복을 불렀고 한번 정권을 놓치면 그것은 곧 자신들의 죽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도 치열하게 정권을 잡으려고 했고 잡으면 반대파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치를 견고히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한번만 그들이 반대당에 대하여 포용과 용서의 정신을 발휘했더라면 조선 정치의 후반이 그렇게까지 비정상적인 권력투쟁으로 점철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놀랍게도 이것은 우리나라의 현대 정치 역사와 닮은 점이 무척이나 많다. 정치보복이 일어난 것도 매한가지다. 다만 조선후반 정치사와 차이가 있는 점은 그 동안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정치일선에서 소외받고 탄압받았던 민주 인사들이 집권을 하면서 정치보복을 하지않고 과거를 용서한 점이다. 그 자신이 군사정권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김대중 (煎)대통령께서 집권초창기 대국민 화합이라는 모토를 내건 것도 이런 과거사에 대한 용서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우리나라 정치사나 언론에서는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집권을 노렸던 권모술수의 정치도 많이 사라졌고 반대당과의 토론과 합의를 중시하는 정치풍토가 어느정도 자리잡았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그 와중에 진보도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과거를 반복하는데 그칠 것이냐 반복을 하면서 진일보 할것이냐 하는 것은 결국 역사를 대하는 우리의 바람직한 태도를 규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역사 관련서를 대할 때는 항상 그것이 현재 우리의 삶과 어떤 공통점이 있고 또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에 대한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보다 현명하게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사도세자가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 역시 그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나 작가의 그 디테일함에 있다. 동양화에서는 여백의 미가 작품의 완성도를 평하는데 중요시 되는데 이는 그림이 아닌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다빈치 코드>는 글 중간 중간에 결말에 대한 암시와 힌트를 깔아 놓고 책 후반부에 강한 반전을 심어놓았다. 그리고 잔잔한 여운을 남기면서 책을 마무리함으로써 책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고 평가된다. <사도세자의 고백>은 비록 이미 ‘알고있는 결말’이라는 한계를 가진 역사물이긴 하지만 독자에게 충분히 생각의 공간으로 남겨둘 수 있는 부분마저도 작가가 차지 하고 있음을 심심 찮게 찾아볼 수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살펴보면 정조의 영여 운구장면이 나오면서 ‘부교행’이라는 장시로 마무리 되고 있다. 이는 정조를 통해 사도세자의 혼을 겹쳐 떠올리게하고, 추모의 뜻을 드러내는데 시를 도입함으로써 독자들의 감상을 이끌어내는데 적절한 방식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작가는 정조 승하에 따른 백성들의 슬픔을 일일히 서술한데다 책의 마무리를 스스로 언급하는 사족을 달면서 책의 마지막 여운을 크게 반감시켰다. 때로는 열문장의 말보다 한 점의 마침표가 독자에게 더욱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법이다. 작가가 <사도세자의고백>을 전개해 나가는 데 있어 설명할 건 설명하되 암시할 건 암시하고 생략할건 생략하는 참을성을 발휘했더라면 책의 소설적 색채를 강화하면서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고 틈틈히 서평을 써 마무리하게 된 오늘까지 사도세자는 내게 많은 것을 고백했고 나도 많은 것을 얘기했다. 그와 대화하면서 같이 분노하고 같이 슬퍼하는 내내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고 또 배울수 있었다. 내게는 참 의미있고 즐거운 대화였다. 이 서평을 읽는 분들도 짬을 내어 사도세자와 대화 해보길 권하고 싶다. 혹여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 분들이라면 집 근처 도서관을 이용해도 되고 아니면 가까운 대형서점에서 반나절 정도 꿋꿋이 그 자리에서 읽어버리는 센스를 발휘해도 무방하다. 사도세자는 아마 그와 대화를 원한다면 그 누구든 가리지 않고 자신의 고백을 들려줄 것이다. 
   서평을 끝맺는 지금 밖의 날씨는 매우 따사롭다. 햇볕도 흐붓이 쏟아지는 더없이 좋은 날씨이다. 뜨겁지도 않고 눈부시지도 않게 따스이 내려쬐는 저 햇볕이 이름모를 한 후손과의 대화를 통해 가슴속 한을 깨끗이 씻어낸 사도세자가 짓는 평온한 미소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p.s 책의 오타가 있어 지적한다. 374p에 "남인이 폐해"(X) → "남인이 패해"(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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