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막 7장 그리고 그 후 - 멈추지 않는 삶을 위하여
홍정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3년 11월
평점 :
무척 어렸을 때 친구집 책장에 꽃혀있던 7막7장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때는 그저 이런사람도 있구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로부터 십여년이 흐르고 군대 생활을 하면서 복간된 이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병장 생활의 지루함을 달래 보려고 무심코 구입했는 뜻밖에도 하루를 홀딱 보낼 정도로 흠뻑 빠져 읽었다.
그는 잘난 사람이다. 요즘처럼 조기 유학이 많지 않았던 80년대에 미국의 명문 보딩스쿨에서 당당히 주류로 수학했다. 그리고 하버드와 스탠퍼드 로스쿨을 거치면서 WASP들 조차 부러워할만한 영미권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로스쿨 졸업 후 유명 투자금융회사에서 인수합병 업무를 맡았었고 최종적으로는 국내 언론사를 인수해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언론사 CEO가 되었다. 마치 실패를 모르는 소설 속의 가공인물을 보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그의 꿈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했겠지만 난 그 전에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그의 문학과 철학에 대한 깊은 조예를 짚어주고 싶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영미시들과 이름조차 잘 들어보지 못했던 인물들의 사상과 명언은 나의 인문학적 소양에 많은 자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보는 윤동주의 시를 비롯해 생소한 여러 국내 문학작품을 자신의 인생 단락 단락마다 자연스럽게 읊조리는 그의 모습에 십수년간 국내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으로써 매우 부끄러웠다. 인문학에 대한 그의 깊고 넓은 독서력과 감상능력, 그리고 여느 전문작가 못지 않은 뛰어난 표현력은 그것만으로도 두고 두고 내 옆에 <7막 7장>을 두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아무리 깊은 들 그가 보여주는 강렬한 아니 광기스러운 열정을 대신해 이 책의 주제가 될 순 없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승부욕이고 엄청난 의지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