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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ㅣ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던보이 탐정이 돌아왔습니다.'
6월 여름의 궂은 어느 날.
러시아부터 만주까지의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에드가 오의 친구 세르게이 홍은 그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한장 보내왔다.
기쁜 마음에 반가이 외출채비를 하는 그를 만류하는 선화의 말에 따라
경성에 흉흉한 소문이 돌아 호랑이를 잡기 위해 순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다나 뭐라나.
허나 에드가 오는 그럼에도 세르게이 홍을 만나기 위해 소문을 부정하며
호기롭게 은일당에서 창문으로의 가출(?)을 감행하고 나가게 되지만,
곧이어 발생한 살인사건에 범인으로 휘말릴 처지에 놓려버리게 되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더욱 더 황당한 것은 자신을 만나기로 했던 자신의 친구인
세르게이 홍마저 이 사건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실마리를 풀어야만 하는데,
친구의 행적이 묘연하여 골머리를 앓는 그에게 연주와 선화 그리고 계월의 도움이 더해진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친구의 행적은 더욱 더 미궁으로 들어가지만....
"아니, 애초에 범인이었던 포수가 만약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찌 되는 것인가?"
그렇다, 생각을 바꾸어 보도록 하자.
순사가 말했던 그 '포수'. 그 포수로 인하여 이 모든 사건이 꼬여버린 이 상황에서
포수가 아니라, 범인이 애초에 포수가 없었더라면?
지난 봄에 마주했던 그 끔찍한 일들은 두번 다시 보기 싫었건만.
그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시 발벗고 이 사건을 파헤쳐대고 있었다.
이번 내용 안에서는 1편에서 다루었던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에서 보지 못했던
사건 이후의 새로운 인물들이 하나 하나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단 첫번째로는 에드가 오에게 인정없는 고문을 하던 남정호 경관의 의외의 모습들과
조금은 더 인간적인 모습들이 매력있게 나타나는 것 또한 이야기 속의 작은 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절대로 특종을 놓치지 않는 귀신같은 기자 송유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크나큰 도움을 주었단 것과
1편에서도 에드가 오를 도왔던 계월(옥련)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선화의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자세히 나오며 에드가 오의 형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전보단 더 세밀하게 구성되었다는 것도
2편에서 보여지는 디테일한 부분이 라고 할 수 있겠다.
페도라의 이야기 때보다 더욱 더 깊은 설명들과 어두워보일 수 있는
그 당시의 배경속에서 일어나는 암울한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섞어놓은 내용이
보는 내내 영화처럼 그려져 흥미를 자극시키는 소설이었다.
글을 읽을 때면 조금은 옛 문체를 사랑하는 편인데,
무경작가님의 은일당은 처음 느낀 그 느낌 그대로 옛 시대가 적절하게 잘 녹아있었다.
어쩌면 시대적 배경을 이렇게 잘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다시 한번 감탄을 해본다.
호랑이덫은 실제로 있는 호랑이를 잡기위해 놓아두는 포획의 덫이 아니라
어두운 무언가 큰 그림들의 묶음을 표현하는 일명, '기밀중에도 꽤나 큰 기밀들의 집합체'와 같은
지금 말하는 '비리 게이트'와 비슷한 의미로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에드가 오에게 진정한 '모던'을 알려주던 세르게이 홍을 선화에게 설명해 줄 때와
만약 홍성재가 범인이었을 것을 가정하며 불안해하던 에드가 오의 떨리는 감정선에서
얼마나 그가 홍성재라는 인물을 소중히 여겼는지도 어느정도는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세상밖으로 나가는 용기를 내어보는 극중 선화라는 인물과 계월(옥련)의 대화가
이야기가 끝나는 마지막에 그려졌지만 그 또한 꽤 인상깊었다.
"옥련 언니도 아시지 않습니까. 어머님께 외출 허락을 받기 어렵습니다." 라고 말하는 선화에게
옥련은 "이 애도 참, 그렇게나 온갖 걸 알아채는 아이가 그런 요령은 모르는 것이냐? 어머님께
이렇게 말하면 되지 않느냐. '옥련 언니가 만주와 계속 연락하고 있으니, 종종 홍옥관에 와서
아버님의 편지를 받아 가라고 하셨습니다.' 라고."
그리고 그 뒤에 환히 빛나는 선화의 표정을 그리는 것을 보니,
세상 밖으로 나오는 선화에게 옥련과의 다시 이어지는 인연이 나쁘지 않은 미래를
예고해 주는 듯 하여 선화의 새로운 출발에 응원을 보태본다는 마음도 들었다.
극중 사건들은 언제나 복잡하지만,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 스토리는 따스함을 품은
두번째 사건으로 함께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