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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루시 폴록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살아가면서 한번은 마주해야만 하는 숙명과도 같은 '죽음'.
그 죽음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를 주목하라.
나이가 고령임에도, 자신의 내년 생일이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는 용기와
고령의 나이로 인해 몸에 적색신호가 울려 응급처지를 해도
결국은 되살아날 확률이 쉽지 않다는 말을 듣고도
필사적으로 살릴 필요는 없으니 나를 편히 내버려두라
말할 수 있는 수 많은 세월을 거닐었던 이들의 말에 귀기울여보자.
'죽음'이라는 화제는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예전에 어떤 환자 한분께서 고령의 나이까지 살아계시는 것이
퍽이나 따분하고 고단한 일이라고 푸념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장수하시네요, 어르신." 이라고 말씀드렸지만
그분의 입에선 전혀 다른 말씀이 나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매일 이 삶이 언제 끝날지를 고대합니다.
일찍이 먼저 떠난 우리집 양반도 보고싶지만은 그 무엇보다
이 외롭고 버거운 하루를 또 다시 살아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
수 많은 시간을 건너 건너 살아온 우리에겐 퍽 힘든 일이니까요.
매일 밤 잠에 들 때면 '오늘은 죽어야지' 하다가도,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면 '오늘도 살아야 하는구나' 싶은 마음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무거워 가볍게 말하면서도 썩 달갑지가 않지요.
아가씨께서도 살아보신다면 조금은 알 수 있을 거랍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삶의 의미를 찾아내었을 때 오는 기쁨은 잠시뿐이고
거꾸로 되돌아보는 시간에 고생길만 가득 보일 때면
이러려고 사는 일이 맞는 것인가를 고민해 볼 법한 나이이니까요.
아직은 모든것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시간은 잠시 뿐일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사는것보단 이제 편하게 쉬고 싶습니다."
이 말을 마친 어르신은 그저 인자한 웃음을 짓기만 하셨다.
그리고 몇 해 뒤, 그분이 별세하셨다는 말을
가족분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눈을 감은 채 편하게 떠나셨다는 말을 들으니 그 때의 생각이 났다.
웃으며 편히 쉬고싶다고 말씀하시던 그 어르신의 활짝 펴진 얼굴이.
오십이 넘어서부터는 슬슬 얼마 남았는지 가늠하지 못하는 나의 생을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
세 번 중에 한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책 구절이 있었는데
그 말이 딱 들어맞는 말이구나 생각한다.
나와 같은 경우에도 하루에 두 세번 정도는 나의 죽음을 고민해 본다.
몇 살까지 살다가 떠나게 되어질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떠나게 될까?
아파서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걸까? 어떤 표정으로 죽게 될까?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에서 머무르다 가는 것일까?
아니면, 그렇지 못한 곳에서 외롭게 쓸쓸히 가야 하는 것일까?
굉장히 많은 질문들을 '죽음'에 맞춰 뻗어내다 보면
무수히 많은 궁금증이 생겨나게 되기 마련이었다.
어린 시절엔 '죽음'은 '이별'과 직결되는 맥락으로 받아들여져서
'만약에, 죽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 것 같아?' 라고 말하게 되면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죽지 말라며 대성통곡을 하는 반면에
살아가면서 삶에 경험치를 쌓아가며 인생을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죽음'은 이내 '안식'이라는 의미로 마무리지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살다보면 알게 된단다. 죽음이라는것이 슬픈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살아보렴, 단 하루도 허투루 버리지 않게 주의하렴.
그렇게 너의 마지막까지 걸어가다 보면 바라보는 죽음은 어쩌면
너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게 다가올 지도 모르니까.
이 책에서는 이런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죽음은 정말이지 인생의 마지막을 매듭짓는 과정이니까.
그러니 그대들도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들이 생각하는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계십니까?'
이상, 서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