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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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에 도착한 사튀르닌은 북적대는 사람들을 보고 내심 놀랐다. 물론 자신이 유일한 지원자는 아닐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지원자 열다섯 명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대기실로 안내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절친의 리뷰에서 먼저 알게 된 그녀,
'아멜리 노통브'...
우연히 들른 도서관에서 다시 그녀의 이름을 보곤
마치 얘기로만 듣던 내 친구의 친구를 만난 양
반가웠다. ^^
큼직한 글씨로 재기 넘치는 이야기를 술술 내뱉는 그녀는 친구가 자랑할 만 했다. 
자세히 생각하면 섬찟하지만 더없이 매력적인 한 남자가 
어떤 방식으로 여자들을 사랑하는지
그녀는 빠르고 발랄한 글투로 이야기한다. 
어찌나 재밌게 이야길 하는지 
중간중간 크게 웃고 말았다. 
청소 하는 것도 미루고, 이불 개키는 것도 잊고
그녀의 수다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 덧 헤어질 시간.....

북클럽 첫 책을 시작하기 전
성공적인 워밍업을 선사해 준 그녀에게 감사를...







"당신의 사진 실력이 형편없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거요. 당신은 셔터를 누르는 그 동작이 끼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소. 분야가 무엇이든, 최고의 원동력은 금욕이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종이를 단 몇 장만 주시오. 초보 요리사에게는 세 가지 식재료만 제안하시오. 오늘날 모든 분야의 초보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재료를 제공받고 있소. 그것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소." - p.135


"도대체 뭘 알고 싶소? 그리고 뭘 차라리 모르고 싶소?"
-p.144


"잘 해낼 수 없을까 봐 두렵소."
"두려움도 쾌락의 일부예요."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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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법정.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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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유명한 고승과 작가의 만남...
지금은 두 분 다 이 생 사람이 아니시지만,
생전 그분들이 만나 나눴던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니
바로 옆에서 두 분의 대화를 엿듣는 기분이 든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밑줄 친 몇 페이지 옮겨 적을밖에...


p.109
법정 : 내게도 꿈이 있지요.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남은 삶을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고 싶군요. 그리고 추하지 않게 그 삶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p.113
법정 : 행복에는 윤리가 전제되어야 해요. 저 혼자만 잘산다고 해서, 저만 투명한 시간을 누린다고 해서 행복이 될 수 없거든요. 남들이 어찌되었든 아랑곳하지 않는 행복이란 진짜가 아니에요. 

p.142
법정 :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 

p.147
법정 :  그 무엇에도 쫓기거나 서둘지 않는 것,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순응하는 것, 그러면서 순간순간 자신의 삶을 음미하는 것, 그것이 느리게 사는 것, 여유있게 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삶의 귀한 태도이지요. 

p.177
법정 : 죽음이란 조금도 두려워할 것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예요. 대신 내가 지금 이 순간순간을 얼마나 나답게 살고 있는지가 우리의 과제이지요. 현재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쓰고 있느냐, 또 이것이 이웃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 



(밑줄은 모두 법정스님 말씀이로구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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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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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 폐가로 가자는 말을 처음 꺼낸 건 쇼타였다. 아주 괜찮은 헌 집이 있다고 했다."



아~ 내가 왜 이 책을 장바구니에서 덜어냈을까?
도서정가제 시행 전, 인터넷 서점들이 보내는 마지막 할인 메일을 보면
이 책이 항상 맨 위에 떠있었다. 
나는 예쁜 표지에 이끌려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근 한달을 고민했다. 
그리고....
비싼 미술관련 책들과 호박군의 책을 사느라 결국 이 책을 장바구니에서 빼버렸다. 

경이를 거쳐, 야채를 거쳐 내 손에 들어와 읽게 된 책.....

희한하다. 
이 책을 읽기 전 읽은 "공허한 십자가"와 작가가 같다. 
그렇다면 따스한 표지와는 달리 이것도 추리물?

아니다. 

이게 진짜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거 맞아? 할 정도로 소설은 예쁘다. 
잔잔하고, 감동적이며, 신비하고, 행복하다. 
소설 어디에도 살인자, 사이코패스, 암울하고 무서운 범죄자는 없다. 
어찌보면 평범하기 그지 없지만 나름 하나하나 특별함을 지닌 보통 사람들의
얽히고 섥힌 감동이 있을 뿐이다. 
그냥 평범하게 이야기가 나열된다면 그건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니지~^^

일본어로 "고민"이란 단어인 "나야미"...
그 나야미와 비슷하다고 해서 언제부턴가 "나미야 잡화점"은 "고민(나야미)"상담소가 되었다.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같은 고민부터 어엿한 성년들의 진지한 고민까지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는 고민의 무게를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깊이 생각한 답을 내준다. 
물론 그 답이 정답은 아니지만 나미야 할아버지에게 답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저 나름대로 행복을 찾았다. 



"...가만 읽어보니 내 답장이 도움이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야. 스스로 착실하게 살자, 열심히 살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내 답장도 아무 소용이 없었겠지."       -p.199

"...중요한 건 본인의 마음가짐이야. 내가 보낸 답장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었을까봐 마음이 괴로웠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스운 얘기다. 나처럼 평범한 영감의 답장이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힘 따위, 있을 리 없어. 그건 완전히 기우였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버지의 얼굴은 흐뭇해 보였다.        -p.208



삶이라는 것이,
늘 좀 더 나은 방향으로의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 선택을 위해 늘 고민하는 우리....
어쩌면 우리의 마음 속에도
행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도와주는
나미야 잡화점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탬 :
 소설의 말미에 번역한 이의 글을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릴 때 책을 너~~~무 안읽는 아이였단다.
 담임 선생님게서 어머니께 "만화책은 그만 보게 하시고 그냥 책을 좀 읽게 하라"라는 말을 하셨더니
 어머니께서 그러셨단다. "이 아이는 만화책도 안보는데요~" ^^; ㅋㅋㅋ
 그래서 그는 자기처럼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쓴단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무겁지만 쉬이 읽히고, 아프지만 감수하고 싶었구나.
 
 정말 사람 일...... 아무도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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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2017-08-1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
 
순간의 꽃 - 고은 작은 시편
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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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은 언어를 쓸진대
누구는 고운 말을 줄줄이 엮어 시를 만들고,
누구는 험한 말을 바리바리 뱉어 욕을 만느나?

언어가 참으로 중하다는 생각이 
아주 많이 들고 있는 요즘이다. 

비록 짧은 시들이지만
그 서너줄 시 한 편 한 편 읽는 시간이
여느 장편소설 읽기만큼 오래 걸린....
그만큼 단어 하나, 쉼표 하나, 행간 하나까지
음미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노시인의 힘...

오늘은 
고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고은의 마음으로 미물을 이해하며,
고은의 언어로 이야기 하고 싶다. 



만물은 노래하고 말한다
새는 새소리로 노래하고
바위는 침묵으로 말한다
나는 무엇으로 노래하고 무엇으로 말하는가

나의 가갸거겨고교는 무슨 잠꼬대인가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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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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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치 사오리. 그녀에게는 엄마에 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코....
그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샀고, 읽기 시작했다. 
그가 "방황하는 칼날"의 원작자란 사실을 안 것은
이 책을 반정도 읽었을 때였다. 
그는 대부분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글을 쓴다는데
이 책에서 다룬 것은 바로 "사형제도"였다.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 
우리는 그들을 "살인자"라고 부른다.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 
우리는 그들을 "판사"라고 부른다.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의 가족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유족"이라 부른다. 

유족들은 모든 살인자에게 "사형"이 내려지길 바란다. 
하지만 그 판단은 판사의 몫이다. 
검사에 의해 살인자가 얼마나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치졸하고, 양심없고, 위험한지가 밝혀진다. 
하지만, 변호사에 의해 살인자가 얼마나 무지하고, 충동적이었으며, 무계획적이었고, 악의가 없었고, 심지어 얼마나 깊이 뉘우치고 있는지가 또 밝혀진다. 
판사는 양쪽의 얘기를 듣고 이정도면 그 살인의 죗값으로 적당하겠다 싶은 만큼의 형을 내린다. 

그 죗값이라는 게....
얼마만큼이 적당한 것일까?

강도에 의해 8살 딸을 무참히 잃은 주인공...
그와 그의 부인도 범인의 사형을 원했고,
그것을 위해 싸웠고,
결국 사형선고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범인이 사형을 받는다고해서 
그들이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다시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범인은......
사형선고를 받음으로써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이 우러날까?
자기 손으로 죽인 이에 대한
깊은 반성과 미안함이 솟구칠까?

두 경우 모두 No!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이 사형을 원하는 이유는
그것밖에는 자신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말한다. 
살인자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물론 정당방위로 인한, 혹은 억울하게 살인자가 된 사람도 분명 있다. 
그들에게는 그래. "인권"이 있다. 

하지만, 계획적이고 잔인한, 
연쇄적이고, 자기분노적이며, 무차별적인
(특히 아동범죄!!!!!!)
그런 사람이 살인을 했다면?
아니 살인을 떠나 그 사람의 인생 자체를 
통째로 일그러뜨려 버렸다면?
(예를 들면 나영이 사건....)
그런 자들에게도 과연 "인권"을 부여할 수 있을까?
"인권"은 인간이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이다. 
그렇다. "인간"만이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짐승만도 못하다. 
그렇다면 응당 그들에게 "인권"이란
해당사항 없다. 




"가령 사형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유족의 승리가 아니다. 유족은 그것을 통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다만 필요한 순서, 당연한 절차가 끝났을 뿐이다. 사형 집행이 이루어져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겼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일도 없다. 그렇다면 사형이 아니라도 상관없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만약 범인이 살아 있으면 '왜 범인이 살아있는가? 왜 범인에게 살아있을 권리를 주는가?'라는 의문이 유족의 마음을 끊임없이 갉아먹는다. 사형을 폐지하고 종신형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유족의 마음을 털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종신형에서 범인은 살아있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매일 밥을 먹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어쩌면 취미도 가지고 있을 지 모른다. 그렇게 상상하는 것은 유족에게 죽을만큼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번씩 끈질기게 말하지만, 사형 판결을 받는다고 유족의 마음이 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유족에게 범인이 죽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흔히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말을 하는데,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범인의 죽음은 '속죄'도 '보상'도 아니다. 그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단순한 통과점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곳을 지났다고 해서 앞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무엇을 극복하고 어디로 가야 행복해질지는 여전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통과점마저 빼앗기면 유족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형 폐지란 바로 그런 것이다."                             - p.18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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