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구치 사오리. 그녀에게는 엄마에 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코....
그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샀고, 읽기 시작했다. 
그가 "방황하는 칼날"의 원작자란 사실을 안 것은
이 책을 반정도 읽었을 때였다. 
그는 대부분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글을 쓴다는데
이 책에서 다룬 것은 바로 "사형제도"였다.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 
우리는 그들을 "살인자"라고 부른다.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 
우리는 그들을 "판사"라고 부른다.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의 가족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유족"이라 부른다. 

유족들은 모든 살인자에게 "사형"이 내려지길 바란다. 
하지만 그 판단은 판사의 몫이다. 
검사에 의해 살인자가 얼마나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치졸하고, 양심없고, 위험한지가 밝혀진다. 
하지만, 변호사에 의해 살인자가 얼마나 무지하고, 충동적이었으며, 무계획적이었고, 악의가 없었고, 심지어 얼마나 깊이 뉘우치고 있는지가 또 밝혀진다. 
판사는 양쪽의 얘기를 듣고 이정도면 그 살인의 죗값으로 적당하겠다 싶은 만큼의 형을 내린다. 

그 죗값이라는 게....
얼마만큼이 적당한 것일까?

강도에 의해 8살 딸을 무참히 잃은 주인공...
그와 그의 부인도 범인의 사형을 원했고,
그것을 위해 싸웠고,
결국 사형선고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범인이 사형을 받는다고해서 
그들이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다시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범인은......
사형선고를 받음으로써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이 우러날까?
자기 손으로 죽인 이에 대한
깊은 반성과 미안함이 솟구칠까?

두 경우 모두 No!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이 사형을 원하는 이유는
그것밖에는 자신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말한다. 
살인자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물론 정당방위로 인한, 혹은 억울하게 살인자가 된 사람도 분명 있다. 
그들에게는 그래. "인권"이 있다. 

하지만, 계획적이고 잔인한, 
연쇄적이고, 자기분노적이며, 무차별적인
(특히 아동범죄!!!!!!)
그런 사람이 살인을 했다면?
아니 살인을 떠나 그 사람의 인생 자체를 
통째로 일그러뜨려 버렸다면?
(예를 들면 나영이 사건....)
그런 자들에게도 과연 "인권"을 부여할 수 있을까?
"인권"은 인간이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이다. 
그렇다. "인간"만이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짐승만도 못하다. 
그렇다면 응당 그들에게 "인권"이란
해당사항 없다. 




"가령 사형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유족의 승리가 아니다. 유족은 그것을 통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다만 필요한 순서, 당연한 절차가 끝났을 뿐이다. 사형 집행이 이루어져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겼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일도 없다. 그렇다면 사형이 아니라도 상관없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만약 범인이 살아 있으면 '왜 범인이 살아있는가? 왜 범인에게 살아있을 권리를 주는가?'라는 의문이 유족의 마음을 끊임없이 갉아먹는다. 사형을 폐지하고 종신형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유족의 마음을 털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종신형에서 범인은 살아있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매일 밥을 먹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어쩌면 취미도 가지고 있을 지 모른다. 그렇게 상상하는 것은 유족에게 죽을만큼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번씩 끈질기게 말하지만, 사형 판결을 받는다고 유족의 마음이 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유족에게 범인이 죽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흔히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말을 하는데,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범인의 죽음은 '속죄'도 '보상'도 아니다. 그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단순한 통과점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곳을 지났다고 해서 앞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무엇을 극복하고 어디로 가야 행복해질지는 여전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통과점마저 빼앗기면 유족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형 폐지란 바로 그런 것이다."                             - p.18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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