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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평점 :
개인적으로 매우 감명깊게 읽은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작가는 글을 서술함에 있어 일반적인 인식에의 속되다는 표현의 범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어떤 이는 그 때문에 불쾌해 할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에 일종의 어떤 속시원함을 느끼면서 읽었다. 욕망, 배우자의 밀렵, 짝짓기, 번식력 등등의 말만 보아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말을 너무 돌린다거나 심하게 완곡히 표현한다면 그것은 완곡이 아니라 왜곡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왜 남자는 저럴까? 그리고 왜 여자는 저럴까? 라고 각자의 이성에 대해 궁금해하고 이해를 하지 못한다. 여러 관점과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이 작가가 제시하는 기준에 의하자면 남성에게 있어서의 지상최고의 목표는 높은 번식력이고 여성의 경우엔 여기에다가 남성에 비해 조금 더 강한 자기 보호 본능이다. 작가는 이 대전제를 가지고 연애, 결혼, 파경, 바람이라는 일반적인 현상을 설명한다. 평소에 가장 궁금해했던 문제인, '왜 남자는 보통 이상의 여자만 보아도 육체적 욕정이 마구 솟아나고, 여자는 감정과 정서를 교류하고 안정적이라고 믿을 수 있는 남자에게만 그것을 '베풀어' 주는가?' 를 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남녀 모두 자신의 보호와 높은 자기 후손 번식이지만 남성의 경우엔 성교라는 행위 이후에 신체적으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종의 책임이 없기 때문에 그 행위가 잦아질수록 자신이 가진 유전자를 후대에 많이, 더 널리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아무리 많은 성교를 한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그 신체적 책임이 주어지며 따라서 일정 기간 동안 최대 1개의 후손을 번식시킬 수 있어 매우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되므로 성교라는 행위를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론이 그렇듯 작가의 가설도 헛점은 존재한다. 번식력의 관점에서는 동성애나 강간이라는 위험한 사회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본문엔 나오지 않지만 '박태환은 번식싸움에 있어서 제왕적 수컷이다.'와 같은 '수위'의 문장을 읽고서 기분이 나쁘다면 이 책을 읽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불쾌감을 이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단어의 뜻을 독자에게 최대한 체감시키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글을 술술 읽어가는 와중에 '아, 그래서 그렇구나' 라는 느낌을 종종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