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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6월
평점 :
멀리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 친구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았다. 그 친구가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라는 정보말고는 다른 어떠한 것도 선입견을 가지지 않은 채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는 워낙 책에 대한 정보도 많고, 광고도 많기 때문에 책을 잡기도 전에 선입견이 그 책에 대한 평가를 해 버리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책의 내용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 기억속에 존재하는 나의 인생 대부분은 도시에서 이루어졌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최초로 인구가 13만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서 1년의 기간을 보내던 때였다. 그 1년동안 도시 생활을 통해 내가 잃어버린 가치에 대하여 생각을 했었고, 도시사람인 나의 모습을 돌이켜보면서 반성도 많이 했던 시기다. 그러한 와중에 은희경씨의 소설은 내가 살았던 인생의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는 듯했다. 소설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극단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때론 너무 과장되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면서 나의 1년 동안의 반성과 생각들을 유발시켰던 동인이 무엇이었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유쾌하지 않은 소설 내용이었지만, 1년간의 외국의 소도시 생활에서 내가 반성하고자 했던 모습이 얼마나 불쾌한 것인가를 느끼기에는 더없이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