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혼자다. 외로움을 재산으로 알고 작품을 쓴다. 패배할 줄 뻔히 알면서도 일상과 싸운다. 불의, 논리, 권위, 세속, 타성과 싸운다. 항상 자신과 싸운다. 타협하지 않는다.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마땅하다. 남들이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글을 쓴다. 이곳이 바닥이라고 생각할 때, 견디는 게 시인이다. M시인은작업실로 호텔을 얘기했는데, 아직 쓴맛을 못 본 거다. 꼭 책상이 있어야 시를 쓰는가. 출세를 위해 시는 존재하는가. 돈을 위해, 이름을 날리기 위해 시를 쓰는가. 꼭 서울에서 살아야 하는가(직장 가진 사람 빼고). 정 갈 곳이 없으면 창작촌에 들어가면된다. 집필실은 훌륭하다. 거기서 일 년 내내 글을 쓸 수 있다. 싫증이 나면, 다시 원래 자리에서 돌면 된다. - P35
언젠가 우리 기관지를 보다가 놀랐다. 그 선배의 약력란에 "문학상 수상한 적 없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이게 작가란 말인가. 대놓고 나 문학상 좀 줘, 뭐, 이런말 아닌가. 유용주 문학상 어떠? 상금이 좀 많은디 받을 쳐? 최근 기관지에는 저서 50여 권이라고 쓰여 있었다. 책 많이 내는걸로 문학을 인정받는다면, G와 같은 사람(100권을 훨씬 넘게펴냈다)도 있다. 욕하면서 닮는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 장롱 기스 내는 책(사인해서 부쳐 오면 읽다가 던져버린다 하여 붙은이름이다. 문집에 발표한 학생들 작품이 훨씬 뛰어나다), 아무리 책을 많이 낸들 무엇하자는 짓거리인가. 우리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기억한다. 윤동주, 백석, 정지용, 만해 이상, 김소원, 김영랑, 이병기, 신석정, 심훈, 이육사, 김수영, 신동엽, 박용래, 김남주・・・・・・ 모두 작품으로 기억한다. 책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누구나 좋아하고 암송하는 것은, 개별 작품이다. 좋은 작품은 오래 기억한다. 뛰어난 작품을 쓴 사람은 책을 많이 안 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서 50여 권 중에 정말 좋은 작품은 얼마나 들어 있는가. 한 권이라도 똑바로 내라. 대부분 이런 책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쓰레기는 땅에 묻으면 토양오염, 태우면 대기오염, 버리면 수질오염이다. 방법은 단 하나, 오염원을 줄이는 일이다. 양심과 염치가 있다면, 돈지랄 그만 떨고(기부를 많이 하고남하고 나눠라), 나무에게 백배사죄할 일이다. - P111
나는 작년에 아우슈비츠에 관련된 책을 스무 권 넘게 읽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봤다. 그러면서 드는 부끄러운 생각, 왜 그고통을 당한 유대인이 미국을 등에 업고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고 사람을 죽이는가. 왜 유럽은 식민지 시절에 대해, 원주민에게 사과하지 않는가. 왜 일본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사람들에게 반성과 사죄를 안 하는가. 왜 한국은 베트남에게 머리를조아리지 않는가. 왜 욕하면서 닮아가는가. 나의 마지막 수트는 누가 전달해줄 것인가.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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