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창비시선 500
안희연.황인찬 엮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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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한 생각



김용택

어느 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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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이대흠

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면 목련이라 해야겠다 애
써 지우려 하면 오히려 음각으로 새겨지는 그 이름을 연꽃
으로 모시지 않으면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한때 내 그리움
은 겨울 목련처럼 앙상하였으나 치통처럼 저리 다시 꽃 돋
는 것이니

그 이름이 하 맑아 그대로 둘 수가 없으면 그 사람은 그냥
푸른 하늘로 놓아두고 맺히는 내 마음만 꽃받침이 되어야지
목련꽃 송이마다 마음을 달아두고 하늘빛 같은 그 사람을
꽃자리에 앉혀야지 그리움이 아니었다면 어찌 꽃이 폈겠냐
고 그리 오래 허공으로 계시면 내가 어찌 꽃으로 울지 않겠
냐고 흔들려도 봐야지

또 바람에 쓸쓸히 질 것이라고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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