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 김용택 시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555
김용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 별



우리 집 서쪽 하늘로 달이 가고 있다 그 속에, 별도 데
려간다 별들은 하늘에서, 어느 날은 다르고 어느 날은 또
다르다 나는 그 다른 날들의 별을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추억해내 행복해하고, 무엇인가를 기억해내놓고 개구리
처럼 멀리 뛰며 괴로워한다 생각해보면 별이 없었던 하
늘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마음을 달래 별 아래 놓아둔
다 아침 별들은 슬픔이 가득 찰 때까지 눈을 감지 않는다
(p.13)



꿈을 생시로 잇다



달빛으로 시를 썼다
달빛이 견디기 힘들면 가만가만 집을 나와
달이 그려준 산그늘까지 걸어가
생각을 접어주고
발자국을 거두며 돌아왔다
가난하고 가난하여서
하나하나가 일일이 다 귀찮니 않았다
꿈속에서도 시를 쓰다 잠이 깨면
연필이 손에 꼭 쥐여져 있어서
꿈을 생시로 잇기도 하였다
(p.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