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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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비정전>에서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그 말. "세상엔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으로 시작하는 아비의 얼굴은 내 청춘의 잔상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었다. 세상에는 발 없는 새가 있어, 영원히 땅 위에 앉아 쉴 수 없다는 말은 당시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그토록 아름다운 남자의 뒷모습을, 맘보를 추던 그의 청춘을 그렇게 추억했다.

그러므로 4월 1일 만우절 날,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23층에서 장국영이 투신해 자살했다는 기사가 떴을 때, 나는 그것이 기념비저인 만우절 거짓말이길 바라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장국영이 죽은 날, 약국에 가거나 회사를 조퇴한 여자들의 숫자가 공식적으로 집계됐을 리 없지만 나는 그 숫자가 적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자살하기 직전, 그는 매니저와 차를 마시기로 했었고, 절친한 친구와 배드민턴 시합을 약속했었다. 그리고 두 약속 모두를 지키지 못했다. 불행히도 호텔에서 투신한 후, 그는 몇 시간 동안 살아 있었고, 퀸 메리 병원의 응급실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p128. 소설가 백영옥이 쓴 글 부분)

* 2012년 당시 출간된 에세이. 시인 이병률이 사진을 찍으며 동행하고 당시 활발히 활동하던 작가, 감독, 공연기획자, 가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여행을 떠난 곳의 감상을 글로 묶었다. 은희경, 이명세, 이병률, 백영옥, 김훈, 박칼린, 박찬일, 장기하, 신경숙, 이적의 글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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