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體부산진 시장에서 화물전표 글씨는 아버지 전담이었다초등학교를 중퇴한 아버지가 시장에서 대접을 받은 건순전히 필체 하나 때문이었다전국 시장에 너거 아부지 글씨 안 간 데가 없을끼다 아마지게 쥐던 손으로 우찌 그리 비단 같은 글씨가 나왔겠노왕희지 저리 가라, 궁체도 민체도 아이고 그기진시장 지게체 아이가숙부님 말로는 학교에 간 동생들을 기다리며집안 살림 틈틈이 펜글씨 독본을 연습했다고 한다글씨체를 물려주고 싶으셨던지 어린 손을 쥐고자꾸만 삐뚤어지는 글씨에 가만히 호흡을 실어주던 손손바닥의 못이 따끔거려서 일치감치 악필을 선언하고 말았지만일당벌이 지게를 지시던 당신처럼 나도펜을 쥐고 일용할 양식을 찾는다모이를 쪼는 비둘기 부리처럼 펜 끝을 콕콕거린다비록 물려받지는 못했으나 획을 함께 긋던 숨결이 들릴 것도 같다이제는 세상에 없는 지게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