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통의 물
나희덕 지음 / 창비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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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손끝이 스쳐가는 것은 희미하게 도드라진 점들의 집합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점들을 통해서 만나는 세계는 결코 작지 않다.(p.34)

이처럼 인간의 욕심에는 잉여분이라는 게 없다.(p.81)

그러나 나는 안다, 그것이 가자미 여섯 마리를 두고 다투시는 게 아니라는 것을. 평생을 함께 살아오셨지만 끝내 좁혀질 수 없는 두 분의 다른 기질이 그 사소한 말다툼 속에는 들어있다는 것을.(p.111)

나는 목욕탕 구석에 놓여진 검은 칫솔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아내가 잠든 사이에 한올 한올 흰머리를 벗겨넘겼을 한 노인의 늙지 않는 마음을(p.120)

원래 시인의 자리는 주변부니까. 주변부야 말로 세상을 눈여겨보기 좋은 자리이고, 이룰 수 없는 꿈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그리고 끝까지 꿀 수 있는 자리니까.(p.128)

영미는 제 자신이 바로 조용한 시골길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인 줄도 모르고, 그 꽃과 마을의 운명을 열심히 내게 들려주고 있었다.(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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