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개정판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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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하구 손자하구 자기 제사 지낼라고 쎄빠지게 고생을 하는디, 귀신이 있다면 이럴 수는 읎다. 귀신이 읎는 것이 분명하니께 올해부터는 제사 안 지낼란다. 인자 제사 지내지 말자.˝

할아버지는 태평양 전쟁 때 사이판 바다에서 미군 폭격기에 돌아가셨다. 추석 전전날이 제사였다. 그러니까 아들과 손자 어장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에게 하는 경고요 협박이었던 것이다.(p.29)

밤낚시의 묘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들 돌아올 때 찾아오는 역행의 맛이 있고 모든 소음을 쓸어낸 적막의 맛도 있다. 넓은 바닷가에서 홀로 불 밝히는 맛도 있고 달빛을 머플러처럼 걸치고 텅 빈 마을길 걸어 돌아가는 맛도 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회 떠놓고 한 잔 하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밤에 하는 짓이 몇 가지 되는데 가장 훌륭한 게 이짓이다(p.100~101)

수면에 은빛 융단이 깔린다. 달빛이 번지는 수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부이다.(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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