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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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손을 잡고 내렸던 시골역 앞에
나란히 왼쪽 오른쪽에 있었던 구멍가게 둘
아버지는 그중에 왼쪽 가게가 단골이셨다. 어린 나는,
오른쪽 가게도 공평하게 들러주었으면 했었다.
(아마 그 가게는 아버지만의 추억이 있었겠지)

이제는 비둘기호도 달리지 않고
승용차로 일년에 한 번이나 들를까 말까한
그 역앞에, 구멍가게 둘은 흔적도 없다.

이미경 작가님의 작업은 사라져 가는 것들을
펜화로 애써 멈추시게 하는 것인데,
그림을 글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모두 자기만의 구멍가게의 추억이 피어오르리라.

우리 시절에는, 구멍가게 보다는 점빵이라고 많이 불렀었는데. ㅎ
튼 손을 벌리며 ‘백원만‘ 달라고 엄마 아빠를 졸랐던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겠지.

어떤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왜 작고 오래된 쇠락하는 가게 풍경을그리느냐고, 인류의 가치관을 대변할 좀 더 근사하고 웅장한 상징물을그리라고 한다. 기억의 향수에 머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더 높이수직을 보라 한다. 그렇지만 왕조의 유물,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상징물보다 나를 더 강렬히 잡아끄는 것은 보통의 삶에 깃든 소소한이야기다. 사람 냄새나고 매력 있게 다가온다. (138쪽)

건축은 시대를 반영한다. 내가 말하는 건축은 그 시대에 살았던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집과 공간이다. 과거의 터전이 낡고오래되었다고 스스로의 터를 죄의식 없이 갈아엎고 부순다면 진짜사라지는 것은 우리의 과거요, 추억이요, 고향이요, 자아일 수 있다.
반세기 동안 근대화와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낡고 오래된 옛것을우리의 삶에서 지우고 감추었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이전보다.
따뜻하고 배부른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도 많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복원과 보존으로우리 삶의 근본과 맥락을 찾아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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