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시인의 글은 처음인데,
‘밥벌이를 위해 이런저런 글들을 맥락없이 써댔다‘는 프롤로그의 말에 기대지 않아도
꼭지마다 글이 주는 느낌이나 주제가 상이해서
낄낄거리며 책장을 아껴 넘기게 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작가가 하고자하는 말이 무엇인지 가늠이 잘 되지않아
하루 이상을 묵혀서 읽기도 하였다.
대한민국에 시인이 너무 많기도 하거니와
나의 독서는 아직 일천하여 그의 시집은 읽지 못했으므로
(읽고도 읽었는 지 기억해내지 못하므로)
다음 그의 글은 산문이 아닌 시를 읽어보려 한다.

2013년 2월 2일 ‘펑크록의 대모‘라 불리는 미국의 록가수 패티 스미스가 내한공연을 했다. 서너 달 전에는 그녀가 직접 자신의 젊은 날을 기술한 ≪저스트 키즈≫(박소울 옮김, 아트북스, 2012)가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그 책은 그녀의 예술적 혈맹‘이자 연인이었던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와의 추억을 중심으로 젊은시절을 돌이키는 내용이다(둘은 1946년생 동갑내기다). 책은 그녀가 록 아티스트로 막 성공을 맛보기 직전에 끝난다. 패티 스미스는 그 책을 씀으로써 메이플소프와의 오래된 약속(메이플소프는1989년 사망하기 직전, 패티 스미스가 자신들의 얘기를 써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을 지켰다. 나름 패티 스미스에게 영혼의 초상‘(민망한 표현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을 확인하기도 하는 나는 저스트키즈」는 읽었지만, 공연은 보지 못했다. 나는 의외로(?) 공연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수년 전 영국의 기타리스트 제프벡이 내한공연 왔을 때, 아는 동생의 손에 이끌려 공연장에 갔다가 공연 시작 삼십 분 만에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진 적이 있다. 공연이 형편없어서가 아니었다. 장인의 공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연주력에 대한 찬탄도 잠시뿐, 그저 내가 당장 올라가서 공연하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열망에 스스로 질려버린 탓이었다. (148~149쪽)
그들이 나치 추종자들이었다거나 사격게임을 즐겼다는 식의 사후 진단들은 그저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자의적 퍼즐게임의 작은 조각에 불과할 뿐, 사건을 설명하는 데 하등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사소한 단서들에 필연성을 부연함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한다. 피범벅이 된 미궁으로부터 탈출하려면 이 모든 것이 눈에 확연한 질서체계 안으로 수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파란 하늘 아래 미궁이 펼쳐지는 걸 원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이 미궁 속의 주인공이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다.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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