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 - 로하니 취임부터 트럼프의 핵 협상 탈퇴까지, 고립된 나라에서 보낸 1,800일
김욱진 지음 / 슬로래빗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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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아랍어를 쓰는 아랍국가가 아닙니다.

저처럼 중동=아랍이라는 생각에 빠져있으면, 이란이 아랍인들이 모여사는
반미주의자들의 천국이라는 생각을 가질수 있죠.
이 책의 저자도 이란으로 자발적 표류를 떠나기 직전에야
이란인들이 페르시아어를 쓰는, 아리아인들의 나라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니
일단 저는 책을 읽는 동안은, 저의 무지함을
관대하게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모르니까 읽는 것이죠.

저자 김욱진은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KOTRA라는 공기업의
이란지부에 5년 약정(^^) 해외근무를 위해 떠납니다.
다들 유럽이나 미국지역을 선호하는 상황인데다,
본인의 선택이긴 했지만, 험지로 떠나는 데 대해
가족이나 친구, 본인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러나 이란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곳이고
서구의 눈으로 바라본 이란, 그 시각을 거의 있는그대로 받아쓰는
한국 언론에는 이란이 위험천만한 악의 축일지언정
직접가서 경험해 본 이란은,
우리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거 그너머의 다른 무언가가 있었음을
저자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란생활 적응기부터, 이란의 문화, 경제, 정치를 두루 다루고 있으며
그래서 딱딱한 연구서에 비해 훨씬 몰입이 잘 되고
특히 이란의 젊은이들이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꿈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란을 벗어나기를 소망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는
부분을 읽고는 어느 나라나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의 구상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란에서는 당연히 유럽으로 날아가기가 편한데
이란 생활이 힘에 부칠 때 마다 영국이나 독일, 터키로 여행을 다녀오며
겪은 일들을 소개하는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조금만 큰 결심을 하면 주말을 이용해 유럽축구 직관도 가능한 거죠.

몰디브가서 모히또나 한 잔
테헤란가서 와인이나 한 잔.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 술도 가능하답니다)


이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턱없이 모자랍니다. 다들 바쁘게 사는 와중에 먼 나라 이란까지 떠올릴 겨를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종종접하는 이란 소식도 대부분 서구 미디어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물이지요. 꼭 한번 묻고 싶었습니다. 세계인의 입장에서 우리는 이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핵 협상을 뒤엎으려 기존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은 분명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우리나라 언론의 기사 제목은 ‘세계의 화약고에 불을 지피는 이란‘ 이었습니다. 저부터 반성해봅니다. 그동안 미국을 위시한 서구 입장을 분별없이 받아들이지는 않았는지. 이제 우리도 우리의 눈으로 이란을 바라볼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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