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이명원 지음 / 새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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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원이라는 평론가를 처음 알게 된 책은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였다.
개정판으로도 검색되는 걸 보니, 읽은 지 한참된 게 분명하다.
문학평론에 대해 아는 바 없지만,
그가 등장해서 문단의 문학권력 논쟁에 불을 지피고,
주례사 비평이라던지, 평론가의 표절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한창 화제가 된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는 위의 ≪마음이 소금밭...≫이 독서에세이인데 비해
주로 이명박 정권 시절의 사회비평에 가까운 글들이다.
이제 와서 엠비정권을 되돌아보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싶지만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용산참사와 같은 일들을 잊지 않고,
이제는 일상이 된 신자유주의의 어제를 복습하는 차원에서 읽어둘 만 하다.

모두가 다 알고있다시피
사대강과 BBK의 각하께서는 감옥에 가 계신다.
가끔 그분의 먹방이 그립다.



자유라는 이름을 듣기만 해도 내 가슴은 고동친다. 부자유가 가져다줄 비만보다 나는 자유를 찾음으로써 얻게 되는 강골의 마른몸을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 역시 좋아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제의 가장 소중한 덕목이 표현의 자유 아닌가. 그러나 김수영이 어떤 시에서 쓴 것처럼 자유에는 얼마간 피 냄새가 섞여 있다.
 그러나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나를 진정으로 염려해주었던 분들이 자주 내게 들려주었던 말은 이런 것이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다. 웬만하면 눈 질끈 감고 살아라." 이 말 속에는 오랜 세월 세속적 처세를 통해 근근이 눈치 보며 살 수밖에없었던 생활인들의 통계학적 지혜(?)가 잘 담겨 있다. (106쪽)

신문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캄캄해진다. 소리는 새어나오지 않지만, 간명한 보도기사의 이면에서 절규하는 인간들의 신음소리가 들기 때문이다. 보도기사의 어조는 건조하다. 죽음조차도 담백하게 기술하는 냉담한 언어를 자꾸 들여다보다 보면, 마음조차 냉담해지는 것 같다. 어제의 보도기사에는 증권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내용이 있었다. 시장은 인간이 아닌데, 그것을 의인화해 ‘인격권을 부여하고 있는 듯한 표현을 우리는 자주 듣는다. ‘경제를 살리자‘는 말의 뉘앙스 역시 동일하다. 사람에 대한 상상할 수 없는모욕으로 가득한 이 시대에, 사람들 그 자신이 염려하는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경제‘라는 유사 생물이다.
이에 반해, 사람에 대한 세상의 태도는 무슨 ‘소모품‘ 바라보듯 냉담하고 경멸적이다. 노동자의 대칭어는 ‘사용자‘다. 그런데 사용자라는 이 용어 속에서 노동자의 ‘인격권‘을 유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용어는 물건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가상각비를 증가시키면 페기되듯, 노동자 역시 물건처럼 폐기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경제용어의 싸늘한 언어체계에서 ‘인간의 얼굴‘은 숨쉴 곳이 없다. 한 때 이 땅에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말이 유행한 바 있었지만, 물건 취급도 못 받는 오늘의 인간에게 ‘얼굴‘이 있을 리 없다. ‘얼굴 없는 자본주의‘는 야만이다. 인격에 대한 모욕을 당연시하는 추상적인 ‘경제‘를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모욕을 감수해야 하는가(175~176쪽)

최근 중국국가발전위원회는 2020년까지 중국의 식량자급률을
95%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92%인데, 이것으로는 미래의 식량 안보가 걱정스럽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오늘날 선진국의 지표는 공산품을 통한 무역 이익이 아니라 식량자급률이다. 실제로 일본을 제외한 서방 선진국들은 모두 식량자급률 100%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은 정반대다. 현재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8%수준이지만, 주식인 쌀을 제외하면 겨우 5% 수준이다. ‘식량 안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거의 ‘붕괴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벼농사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정부의 농업 무시탓에 논농사를 통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1년에평균 2헥타르의 농지가 사라지고 있다.(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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