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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멀지 않다
나희덕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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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 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개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개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길을 나는 걷고 있는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시읽는_신학도‬


*이 시는 첫 연으로 충분하다. 사랑은 그런 거다. 너에게 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쳐도 너에게로만 가는 나의 길. 신을 떠나려고 몸부림치는 이들을 보며 내가 애달픈 공감을 느끼는 이유도 그와 같을 것이다. 그 몸부림이 실은 신을 향하는 것으로 보이니까. 니체야말로 자신의 온몸으로 신의 살아있음을 증명한 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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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꾼 한 구절
박총 지음 / 포이에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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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모든 이에게 추천합니다. 

어릴 때 온갖 종류의 과자가 담긴 선물 세트를 받으면 며칠 동안은 아무 일 없이도 기뻤습니다. 당연히 그 기쁨을 최대한 크게, 최대한 오래 누려야 했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가장 높은 곳에 박스를 모셔놓고서는 아무도 없는 날, 왠지 울적한 날 하나씩 꺼내 먹었습니다. 새로운 봉지를 찢을 때의 쾌감. 이 과자는 무슨 맛일까 하는 흥분되는 기대감. 아삭아삭 씹으면서 누린 행복감. 

그 때의 감격과 흥분이 다시 솟아오르는 책입니다. 박총의 <내 삶을 바꾼 한 구절>. 게다가, 125개의 문장이라니! 과자선물세트의 10배가 넘는 스케일입니다. 이 정도 되는 작가는 미국에서도 드물 겁니다. 우리가 이 분과 같은 시대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축복입니다. 한국복음주의계의 아이돌, 한국 기독교의 꽃향기같은 선물. 박총과 그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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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찾아온 은총 - 깨달음을 통한 주체적 신앙
김경재 외 지음 / 한국기독교연구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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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시간이면 대개 장난이나 치던 아이들과 달리 눈을 반짝이며 설교 말씀을 들었기 때문일까, 내 어린 믿음은 시나브로 커갔고 하나님도 철부지의 기도에 꼬박꼬박 성실히 응답해주셨다. 특히나 흑백 티브이로 당시 인기 절정의 고교야구를 시청할 때 내가 응원하는 고향 팀이 질 때마다 방문 뒤에 숨어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하던 나를 들으시고 몇 번이나 기적적인 역전승을 연출해주시는 하나님을 나는 잊지 못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합을 위해 개고생을 하며 흘린 야구선수들의 피땀은 어쩌자는 거냐 싶고, 또 내 맘대로 경기 결과를 바꿔달라는 기도는 이 산을 들어 저 산으로 옮겨달라는 기도보다 더 말도 안 되는 기도지만 하나님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게 하시려는 듯 어린 내 응석을 다 받아주셨다. 이후로 불혹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내 기도는 의심의 찌끼가 없었고, 하나님은 여전히 내 부탁이라면 좀처럼 거절하지 못하는 맘 약한 아버지시다." 


이 어여쁜 신앙고백은 디자인만 예뻤다면 올해의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내게 찾아온 은총>에 나온 박총원장님의 것입니다. 요즘 당진에 있느라 수도원에 참석을 못하는 게 늘 아쉬운데, 수도원의 침묵과 독서, 나눔과 배움도 그렇지만 박총원장님의 때묻지 않은 신앙의 언어를 들을 수 없는 것도 크게 아쉬운 것 중 하나입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분인지 모릅니다. 저는 신앙은 늘 인격을 통해 전해진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격적이라고 해서 꼭 근엄하거나 젊잖아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인격은 그 어떤 인격 못지 않게 훌륭한 인격이고, 본받을만한 인격입니다. 또 그런 인격을 통해 훌륭한 신앙은 전수됩니다. 예수님은 어린아이와 같지 않고서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박총원장님의 새 책이 나왔습니다.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이라는 아름다운 책입니다. 저도 한 권 구입해서 다음에 만나뵈면 덕담 한 마디 적어달랠 셈입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좋은 책이 <내게 찾아온 은총>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인이라 감추인 보석같은 책이니까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읽을 수 있게 한 권 구입하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문단은 더 감동적이고, 재밌고, 공감이 됩니다. 저도 고3시절에 손으로 직접 글자 하나 하나를 채워야하는  학생회 주보를 만든다고 후배 한 명 데리고 토요일 마다 교회에 모여서 하루 온종일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저의 뻔뻔한 기도에도 응답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이 신실하신 분이라고 믿습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몇 년간 발길을 끊었던 교회로 돌아간 것은 사춘기인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남들은 순적하게 넘어가던 사춘기를 무에 그리 독하게 앓았는지 고1 때는 헤비메탈 밴드를 한다며 기타와 LP를 끼고 살았고, 고2 땐 시인이 되겠다며 로트레아몽과 보들레르를 읊고 살았다. 머리를 홀딱 밀었다가 교무실에 불려가 '반항하냐?'는 얘길 듣기도 했고 연애질은 또 얼마나 열렬하게 했는지, 한 번 편지를 썼다 하면 공책 한 권을 다 채워 수십 장은 써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입시 준비 외에 아무것도 염두에 둘 수 없다는 고3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심야 영화 보고 새벽에 집에 오다가 골목길 트럭 짐칸에서 잠을 자는 등 기행을 일삼았고, 역사상 대입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던 해였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몇 장씩 일기장을 채워나갔다. 더구나 자기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하는 처지에, 밤 11시 자율학습이 끝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당시 공고 다니면서 대학에 가려던 교회 후배들을 돕겠다며 자정이 넘도록 공부를 가르치는 등 오지랖 넓은 짓을 많이 하고 다녔다. 버스가 끊어져 매일 집에 걸어왔지만 나를 바래다주던 후배들과 함께 하던 그 밤길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걸음이었다. 그렇게 하고픈 일을 다 하면서도 대학에 보내달라는 내 뻔뻔한 기도를 하나님은 들어주셨다."


장담컨데, 이 다음 문장들은 안 읽으면 후회할만큼 더 흥미롭고, 유익하고, 은혜롭습니다. 다른 분들의 글도 그러합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733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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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연서 - 디트리히 본회퍼와 약혼녀 마리아의 편지
디이트리히 본회퍼 &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 지음, 정현숙 옮김 / 복있는사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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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리히 본회퍼와 약혼녀 마리아의 편지 <옥중연서>를 읽는 일이 즐거운 이유는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을 지나가는 날짜들 속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석사논문에서 이 책의 내용을 언급한 게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 민망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논문 하나 쓰는데 언급할 한 구절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기 때문에 부끄럽진 않다. 그 때는 번역본이 없어서 영문을 보고 썼는데, 이렇게 번역이 되어서 보고 있으니 힘들었던 시절에 사귀었던 친구처럼 반갑다.





내가 논문에서 언급한 내용은 1944년2월7일 마리아가 본회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작된다. 번역이 잘 되었으니 좀 길게 인용해보자.

"지금 저는 두꺼운 신학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다지 지루하지 않군요. 제가 이 책을 읽는 것은 좀 더 당신 가까이 있고 싶어서일 뿐, '부르카르트하우스'와 같은 목적에서는 아니랍니다. 어쨌든 저는 지금 이 책을 흥미 있게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파울 쉬츠의 <복음>이라는 책입니다."

1944년2월18일 본회퍼는 이렇게 답한다.

"당신이 쉬츠를 읽는다니 매우 기쁘군요! 그러나 동시에 웃고 말았다는 사실에 대해 용서해 주길 바랍니다. 지난날 신학자들 가운데 쉬츠만큼 저의 비난을 산 책을 쓴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말해도 된다면, 그 책은 신학자들에게 위험할 뿐 당신에게는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그 책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로 키에르케고어의 <공포와 전율>, <그리스도교의 훈련>, <죽음에 이르는 병>과 같은 책을 읽는다면 매우 기쁘겠습니다."

1944년3월2일 마리아는 본회퍼에게 이렇게 편지한다. 

"쉬츠의 책은 이제 그 가방 속에서 영원히 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일련의 책을 항목으로 만들어 저를 혹독한 학교로 인도하는군요. 이제부터 저는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우선 수줍어하며 당신에게 물어보아야 하고, 결국 '공포와 전율'로 '병들어 죽을 때까지' 키에르케고어를 읽어야 하겠군요."

본회퍼에게 키에르케고어는 강력한 "해독제"였다. 오늘 무수히 많은 신학서적에 파묻혀 있는 우리에게도 그것들은 또 다른 맹독이고 키에르케고어는 여전히 해독제가 되어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도 마리아의 고백처럼 '공포와 전율'로 '병들어 죽을 때까지' 키에르케고어를 읽어야하는 것 아닐까. 잠시 앉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그것은 고독에 몸부림치는 길, 저항의 두려움에 빠지는 길, 상상의 괴로움에 시달리는 길일지도. 나는 그저 소심한 얼굴 쳐들고 망연한 표정으로 묵묵부답 할뿐. 다만, 그 길에 본회퍼의 동행이 있으니 얼마나 큰 위로이고 다행인지.

덧니1. 마리아의 편지 중에 나를 설레게 한 문장이 있다. 누가 내게 이런 말을 한다면 당장 청혼을 해버릴지 모른다. "당신도 아시겠지만, 저는 항상 당신의 설득에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덧니2. 좋은 책을 번역해주신 복있는사람과 누구보다 빨리 책을 만나게 해주신 이승용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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